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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 영화배우 스티븐 시걸, 육상선수 칼 루이스, 부시 미국대통령을 비롯해 UN군 총사령관 등의 장성들이 정장을 맞춰 입고 만족한 곳이 바로 서울에 있다?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양복점들이 바로 그곳이다.

미군부대에 인접한 덕에 이태원은 일찍이 외국 문화에 익숙했다. 88년 서울 올림픽을 거치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었고, 97년에는 관광특구로 지정되어 한국문화와 외국 문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장소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이태원은 섬유와 패션산업의 발달로 인해 전성기를 맞이했다. 주둔중인 미군 때문에 자연스럽게 미국인의 체형에 맞춘 양장점, 큰 옷, 보세 제품 가게가 들어선 것이다. 특히 미군들은 본국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맞춤 양복에 매력을 느꼈다. 또한 미군들은 기성복에서 치수를 찾기 힘들었기 때문에 맞춤 양복은 더욱 인기가 많았다. 두세 벌은 기본이고 열 벌씩 맞춰 가는 사람들도 많아서 이태원 양복점들은 1인 수출기업과도 같은 외화벌이를 했다. 당시 영어가 통하는 지역은 이태원이 유일했기 때문에 외국 사람들에게는 서울은 몰라도 이태원은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점도 경쟁력을 높였다.

 

이렇게 가격 경쟁력과 외국어 구사의 능력을 갖추며 시작된 이태원 양복점의 신화는 높은 품질을 갖추면서 정점을 이루게 된다. 당시에는 이태원에만 100개 정도의 양복점이 있었을 정도. 초창기에는 양복점 하나당 직영공장 하나를 가지는 것이 당연했을 정도로 매출은 고공 행진을 벌였다.

무엇보다 외국인에게 자국에서의 맞춤양복은 흔하게 접할 수 없는 고급문화이기 때문에 치수와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고, 20~3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인 이태원의 맞춤 양복은 오늘 날에도 인기가 많다. 주 고객층은 각국 대사관이나 외국계 금융기관 직원들부터 시작해 일반 관광객들까지 다양하다. 외국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다 보니 관광을 위해 잠깐 한국에 들러도 꼭 방문해야할 명소가 되었다. 매력적인 가격 경쟁력, 뛰어난 품질을 보장하는 장인들의 실력으로 이제는 외국인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도 인기가 높다. 이태원역 4번출구에서 녹사평역 3번 출구에 이르는 이태원로는 외국어 간판이 붙은 양복점들이 늘어서 있어 여전히 이국적인 풍경을 이룬다.

앞으로도 이태원은 외국과 한국의 접점으로 이색적인 모습을 더욱 발전시키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접점 속에서 발전한 양복점들처럼, 한국인의 재능과 솜씨가 외국에 소개되고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들이 많이 나올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