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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길을 주제로 한 공간을 가진 두 나라의 건축을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도쿄 한복판 오모테산도 명품거리에 있는 오모테산도힐스, 그리고 인사동의 명소 쌈지길입니다. 두 건축은 길이라는 주제뿐만 아니라 역사를 품고 있는 도시의 맥락을 잇는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낙후된 도심을 재개발하는 휼륭한 대안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공통점을 안고 있습니다. 오모테산도힐스와 쌈지길은 길의 건축, 동시에 중정中庭을 둔 건축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차이점도 아주 큽니다.
먼저 쌈지길을 한번 볼까요? 인사동을 재개발함에 있어서, 패션회사 쌈지는 그 지역에 오랜동안 있었던 가게들을 그대로 수용한다는 원칙 아래 재건축을 기획하게 됩니다. 인사동의 새로운 볼거리로 탄생한 이른바 모임의 건축. 쌈지길. 문화 중심 기업과 인사동의 장소성을 가진 길이 만나 탄생한 건축입니다. 쌈지길은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 골목길을 연장한 건축을 선보이며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였습니다. 당시 쌈지측이 전하기로는 건축가 최문규와 미국 건축가 가브리엘 크로이츠가 합작하여 설계했다고 합니다. 전통이 스며 있는 정감 있는 길의 연장선인 쌈지길은 인사동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은 재개발 건축이죠. 쌈지길은 전통의 이해와 포용으로서 완성되었고, 인사동의 도시 맥락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충분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쌈지길은 중정에 마당을 두고 있습니다. 나지막한 건물에 바로 지하가 들여다보이지 않는 마당을 둔 건축물, 그 마당에 비가 떨어지고 추우면 추운 데로, 더우면 더운 데로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마치 우리네 전통주택에서 보이는 마당을 떠올립니다. 비어있지만 결코 비어있지 않는 마당. 바로 그 마당에서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지요. 장터도 열리고, 각종 예술행사 및 전시 등이 열립니다. 총면적 1300여 평에 지상 4층 높이의 쌈지길에는 전통의 새로운 해석이 일어나고 있고, 여러 가지 새 문화 운동이 일고 있죠. 젊은 세대들에게 전통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 주는 훌륭한 공간임에 틀림없습니다.
오모테산도힐스. 이 건축을 설계한 안도타다오는 기존 건축보다 더 높게 지어서 사업성을 맞출 수 있었지만, 기존 가로 이상으로 지어선 안된다고 생각을 했고, 그 대신 지하6층까지 파게 됩니다. 사업성을 따지기 이전에 도시맥락을 이어려는 건축가의 생각인 것이지요. 원래 이곳은 간토 대지진 이후 이재민에게 주택을 공급할 목적으로 1927년 건축된도준카이 아오야마 아파트가 있었습니다. 예전 반포 주공아파트 처럼 오래된 아파트가 거리에 나란히 있었고, 이 오래된 아파트는 오모테산도의 거리가 세련되게 발전하면서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부티크와 미술관, 액세서리 가게, 캐릭터 가게, 디자인회사 등 갖가지 개성 있는 상업 시설이 속속 들어서 아오야마의 역사를 담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이 오래된 아파트가 재건축되어 오모테산도힐스로 탄생됩니다. 길을 따라서 길게 뻗어 있는 2,000평 대지에지상 6층의 그다지 높지 않은 입면 형태를 하고 있고, 주변 가로와 조화를 이룹니다. 지하 6층이라는 깊숙한 공간은 지상의 상업 공간으로 연결되는데, 지상에서 다 채우지 못한 연면적을 채워 상업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밖에 없는 조금은 무리한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지하 3층에서부터 지상 6층까지는 중정이고, 가장자리 가게의 정면 앞으로 나선형의 완만한 램프가 온 건물을 감싸고 있습니다. 이 역시 길이라는 요소가 건축 공간의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아오야마 아파트가 그러했듯이 패션과 문화, 예술이 어우러진 가게로 구성되어 장소의 맥락을 잇고 있습니다. 한편, 기존 주거 시설을 그대로 최상층으로 배치해 이른바 주상복합 형태를 띠고 있고, 아오야마 아파트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한동을 그대로 남기는 등 전통 와 현대를 조화시키려는 건축가의 노력이 엿보입니다.
두 건축물에는 공통점만큼이나 차이점도 꽤 많습니다. 오모테산도힐스는 아오야마 아파트를 재해석하여 도심형 저층 주상복합으로 지은 반면, 쌈지길은 그야말로 인사동 골목길을 연장한 복합 문화 상업시설입니다. 오모테산도힐스가 판매 중심의 상업 시설이라면 쌈지길은 복합 문화 시설을 표방하는 상업 시설인 셈이죠. 어쩌면 명품상업지역거리와 전통거리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한편, 내부건축과 외부 건축이라는 차이점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주상복합 방식으로 중정을 덮고 위에 아파트를 올리는 오모테산도힐스에 비해, 쌈지길은 하늘이 열리고, 마당이 중정에 있는 어쩌면 조금은 여유가 있어 보이는 건축입니다. 오모테산도힐스는 내부 통로로서의 표현과 지하로의 확장 개념으로 새로운 공간을 제시했고, 쌈지길은 골목길로서의 외부 통로로서의 표현과 마당이라는 모임의 공간을 제시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쌈지길 한가운데 있는 마당에서는 여러 가지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지만, 오모테산도힐스에서 보이는 지하로 펼쳐진 계단은 주차장으로 향하는 단순 계단 기능 외에는 특별한 행위가 일어나고 있지 않아 조금은 허전한 구석이 있습니다.
즉, 오모테산도힐스의 잘 구성된 중앙 개방 공간보다는 쌈지길의 자유롭게 펼쳐진 마당이 훨씬 자유로워 보입니다. 참 이상하죠. 쇼핑몰이란 것이, 항상 일정온도를 유지하고, 지하에 바로 주차장으로 연결되고, 비도 눈도 맞지않으면 최적이라 생각되지만, 쌈지길처럼 외부의 민감한 온도를 감수하면서 골목길 거닐듯이 다니는 상업공간이 훨씬 불편하고 사람들도 오지 않을 것 같지만, 결과는 정 반대라는 것이죠. 단순비교를 해본 적은 없지만, 오모테산도힐스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쌈지길에는 정말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게 사실입니다. 어쩌면 길이라고 하는 것이 외부의 공기를 맞으며 거닐어야되는 게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쌈지길이 오모테산도힐스보다 더 나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 조상의 생활 지혜가 묻어 있는 마당이라는 공간이 중간에 펼쳐져 있어 훨씬 역동적인 문화 운동의 장이 되고 있다는 점이겠지요. 분명 실내 공간도 많이 적고 지하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도 못하고, 훨씬 덜 과학적이긴 하겠지만, 어쩌면 쌈지길이이야말로 인간에게 더욱 정감있는 건축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건축 공간이 될 수 있다라는 가능성을 엿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