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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링 건축의 뜻

biumgonggan 2021. 7. 30. 15:11

최근, 산업시설이 재활용되어 새로운 용도로 재탄생되어 화제를 불러 모으는 사례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요, 리사이클링, 재활용 수준을 넘어 디자인 등을 가미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업사이클링을 건축에 적용하는 사례를 보고자 합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건축은 벽돌을 소재로 한 건축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건축의 마감자재로 동서양 막론하고 아주 자주 사용되는 근대건축의 산물입니다. 벽돌 건축의 특징은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듯반듯했던 것들이 마모되어 닳고 부서져 내린 부분, 손때가 탄 부분 등을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요. 단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을 새롭게 바라본다면 숨은 가치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요즘은 유행을 타다시피 다시 벽돌이 등장을 하긴 하지만, 유럽의 건축씬에서는 벽돌은 중요한 건축의 요소였습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런던 북동쪽에 위치한 브릭 레인입니다. 지금은 예술과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자주 찾는 거리라 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역으로는 엘드 게이트 이스트 역에서 가깝습니다. 전반적으로 벽돌로 된 집들이 길게 늘어서 있어 빈티지하며 엔틱 한 느낌이 드는데요. 브릭레인이 유명한 이유는 길 중간중간 볼 수 있는 많은 미술작품 들때문입니다. 영국의 현대 미술작가 데미안 허스트, 표현주의 작가 트레이시 에민, 그라피티로 유명한 뱅크시 등 유명 작가들이 이곳 출신입니다.

브릭레인은 처음부터 최고의 아티스트촌은 아니었습니다. 15세기서부터 시작된 벽돌과 타일을 만드는 공장들이 밀집한 지역이었습니다. 1666년에는 런던 최대의 맥주 양조장 트루먼브어리양조장이 설립되게 되는데요. 브릭레인은 1950년대에는 불법 이주민들이 모여드는 범죄율 높은 슬럼가였죠. 변화의 시작은 트루먼브어리양조장이1988년 문 닫으면서부터입니다. 폐허로 방치된 건물에 1990년대부터 예술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지요. 양조장은 벽돌로 지어진 조지안 및 빅토리안 스타일등의 건축적 특징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가난한 젊은 아티스트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그대로의 공간을 유지하며 사용하게 되면서 차츰차츰 예술이 가미되게 된 것이죠.

벽돌집 특유의 빈티지함에 예술을 가미하게 되니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매력적인 핫플레이스로 변화하게 된 것이지요. 공간이 바뀌면 지역 문화도 바뀔 수 있습니다. 브릭레인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또 있는 데요. 바로 마켓입니다.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는 브릭 레인의 빈티지 마켓입니다. 예술가들의 퍼포먼스와 유명한 빈티지샵들이 포진해 있으면서도 캐주얼한 분위기가 매력적으로 젊은이들과 여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젊은 이들이 점차적으로 모여들기 시작하자 2000년부터 여러 마켓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는데요. 브릭레인마켓은 선데이 업 마켓, 빈티지 마켓, 백야드 마켓, 티 룸, 그리고 보일러 하우스 푸드 홀 등 다양합니다. 젊은이들의 예술/창작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으로 확실히 자리매김 함에 따라 런던에서 Gentrification(주택고급화)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 되었는데요. 따라서 요즘은 오히려 지나친 상업화와 자본 유입에 염려를 표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정도입니다. 가장 슬램화 되고 값싼 벽돌공장 , 양조장 등이 있던 곳이, 최고의 고급주택화로 변신하는 과정. 바로 20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이루어진 일입니다.

또 한곳은 일본 요코하마에 있는 아카렌가 창고인데요, 말 그대로 붉은 벽돌 창고라는 뜻입니다. 이 건물군의 정식명칭은 요코하마 아까렌가 창고입니다. 일본에 위치한 건축중 가장 서구적인 느낌의 상업시설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죠. 요코하마의 미나토미라이 지구에 위치한 아까 렌가는 2개의 건물동으로 구성됩니다. 1호관은 1913년에, 2호관은 1911년에 준공되었으며 1989년까지는 일본정부의 세관창고로 사용되었는데요, 그 후 3년간은 사용되지 않은 채 방치되었는데요. 1992년에 요코하마미나토미라이21 정비에 관한 워터프런트 재개발계획이 추진되어, 요코하마시가 아까렌가를 일본 정부로부터 인수하여 건축가 치아키 아라이가 창고를 멋지게 재탄생시켰습니다. 광장, 전시시설, 점포등이 일반에 공개된 것은 2002년으로, 현재는 연 방문객 수가 600만을 넘는 요코하마를 대표하는 관광지이고요, 쇼핑뿐 아니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1호관의 1층에는 관동대지진으로 묻혔던 유적 등을 발굴하여 전시하고 있으며, 2층은 전시스페이스, 3층은 홀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예전을 구조를 느껴질 수 있게 유리로 된 바닥과 계단실을 만든 게 특징인데요, 바로 건물의 역사를 알려주려는 시도입니다. 2호관은 상업전용시설이며, 동경을 비롯한 유명한 테넌트들이 대거 입점하여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모여드는 핫스폿으로 변하였습니다. 예전 창고여서 그런지 판매시설의 층고는 굉장히 낮습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중간중간에 개방감이 있는 홀을 만들었고, 특히 계단실의 디자인을 다음 보시는 사진처럼 변화를 주어 답답함을 없앴습니다. 또 화장실 ,출입문 등도 분위기에 맞게 디자인을 하였습니다. 즉, 현대건축물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는 보기 어려운 캐릭터를 잘 만든 것이죠. 그리고 테라스 등을 새롭게 설치했는데요, 기존 벽돌창고와 이질감이 나질 않게 지붕에서부터 바닥까지 그리고 핸드레일까지 세심하게 잘 디자인되어있어, 유독 판매시설 이상으로 아카렌가는 테라스가 있는 식음시설이 인기가 좋습니다. 아카렌카 창고의 백미는 야경 입니다. 기존 벽돌건축의 이미지를 그대로 살리면서 조명 디자인으로만 외관에 포인트를 주었습니다. 요코하마훼리터미널이 바로 옆에 있고, 주변에 높은 건물들이 즐비해서 어느 각도에서 봐도 유독 눈에 띕니다.

이렇게 세심한 변화로 벽돌 건축의 느낌은 살리면서 현대적 감각을 부여해 완전히 새로운 느낌의 건축으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자, 두개의 낡은 벽돌 건축터가 재생되는 현장을 목격하셨는데요, 그런데 왜 이런 낡은 벽돌 건물에 열광을 하는 것일까요? 그건 아마도 시간의 흔적을 느낄 수 있기 때문 아닐까요? 벽돌 건축 안에만 들어오면 묘한 시간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드는 것입니다. 정말 매력적인 공간 체험이죠. 꼭 비싼 공사비로 현대적인 소재로 마감한 건축이라서 해서 명품 건축이라고 할 수 없을듯합니다. 날이서 있는 새로 깍아 만든 대리석으로 뒤덮은 건축보다 훨씬 더 인간미가 있고, 스토리가 있고 철학이 있기 때문 아닐까요?

결국 리사이클링의 수준을 넘어서, 용도를 달리하고, 공장이나 창고의 벽돌이 매우 멋진 문화공간이나 상업공간의 마감재로 변신하는 업사이클링. 진정한 현대의 명품건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바로 우리는 이러한 시간이 쌓인 공간, 그리고 건축에 모여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보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