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건축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건축가에게는 최고의 명예를 상징하는 상인 데요, 1979년부터 매년 한 명의 건축가를 선정해서 상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헤르 초르그 디 멜론, 렘쿨 하우스, 자하 하디드, 안도 타다오 등 이름만 들어봐도 알만한 건축가들은 전부 이상을 받은 건축가들입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 프리츠커상을 받은 건축가들은 없지요. 그런데 1999년 수상했던 피터 줌 터와 2012년 수상했던 왕슈가 두 건축가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상을 받기 전 국제적 명성이 전혀 없었던 것이지요. 둘 다 무명에도 불구하고 프리츠커상을 수상해 건축계에 파란을 일으켰었는데요. 왜 그들은 건축계의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그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1999년 프리츠커상을 받은 피터 줌 터는 아트시티 스위스 바젤 출생 건축가입니다, 1996년에 완공된 테르메 발스 온천이 그가 상을 받을 수 있게 해 준 대표작이죠. 피터줌터는 유행에 따르지 않고 건축의 본질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건축가인데요. 피터줌터가 생각하는 건축인 형태는 견고하고 추상적이지만, 분위기는 부드러운 건축의 전형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의 대표작 테르메발스는 스위스 그라우붼덴주의 유일한 온천시설입니다, 19세기 말 발견되어 1960년대 독일 부동산업자가 호텔 복합시설을 지은 후 1983년 도산하게 됩니다. 이어서 팔스 마을이 5개의 호텔을 매입하여 중앙 지대에 수치 요법 센터 기능을 하는 테르메 발스를 피터 줌 터에게 의뢰하게 됩니다. 건물의 특징은 직육면체의 진회색 석조건물로, 암반에 반 정도 묻혀 있는 구조로 지붕의 유리창을 통해 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데요. 하나 알고 보면 정적인 공간감과 장인정신으로 가득한 건물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온천은 어찌 보면, 자연의 동굴과 채석장의 형태의 커다란 틀 속에 있는 힐링스 파인 것이죠. 한편 잔디 지붕구조에 누워 편안한 휴식과 전망을 즐길 수 있게 되고요, 입욕 온천 시설은 고대의 대중목욕탕의 이미지를 연상시켜서 약간 호화스럽게 하였다고 합니다. 힐링하는 공간인만큼, 빛과 어두움을 잘 효과 있게 사용하였고요, 개방적이면서 폐쇄적인 공간의 선형적 요소 등은, 힐링을 강요하기보다는 감각적으로 회복의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물의 독특한 음향, 그리고 어두움 속에서 빛의 산란, 산에서 땅속으로 땅속에 동굴로 이어지는 자연의 신비를 오롯이 느끼게 해주는 멋진 공간을 가진 온천 건축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지역의 규암으로 마무리 마감했다는 것입니다. 피터 줌 터의 입장에서는 공간 내 서로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선 돌을 활용하는 것이 최고의 방안이었고, 이 돌들은 그 지역에서 나오는,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 즉 그 지역 만의 재료를 활용하였던 것입니다. 이 지역 사람들이 주로 지붕 소재로 사용하였다고 하는 규암을 사용하였는데요, 2KM 떨어진 지역에서 채굴한 이 지역의 규암으로 마감되면서 또 다른 천연동굴의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특히 석판을 그냥 외장으로 붙인 것이 아니라 60,000여 개의 규암을 겹겹이 쌓았기 때문에 석벽에 둘어쌓인 동굴 느낌의 공간의 체험은 바로 이 지역의 탐험한다는 순환구조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 지역사회가 팔스마을 전체를 소유하고 바로 그 지역에 지어진 피터 줌 터의 건축은 그 지역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가치를 갖는 건축의 이념을 실현시키는 걸작입니다.
2012년 중국인으로 처음 프리츠커상을 수상하여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건축가 왕슈. 난징 기술대학에서 건축공부를 하고 중국 내 활동기반을 가진 건축가로서 국제적으로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의 역사와 물의 근본과 타협한 건축가라는 타이틀과 함께 전통과 문화의 명맥에서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건축가로 유명합니다. 그의 대표작 닝보 박물관은 상하이 인근 닝보 시에 위치한 70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중국 문화 박물관입니다. 중국 정부가 노후 항만 시설을 재개발하는 동시에 닝보 박물관을 보존하기로 결정하면서 지금의 닝보 박물관이 왕슈의 손에서 다시 탄생하게 되는 것이죠. 전체적인 형태는 자연에서 영감을 살린 자연적 건축 지형을 형성하고 있고요, 산으로 향하는 형채의 박물관은 계곡, 동굴, 안뜰 등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외관에서 금방 눈에 띄는 기이 한 모양의 구멍을 통해 안뜰뿐만 아니라 멀리 풍경을 쳐다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이 박물관 역시 피터 줌 터 처럼, 그 지역의 산물로 건축하게 됩니다. 그대로 활용하고, 이용하고, 재활용한다라는 개념 아래 이전에 사용하던 마감재를 재활용하게 되는 것이죠. 피터 줌 터와는 조금 다른 것은, 바로 철거된 지역의 건축물에 나오는 조각들을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즉, 중국 특유의 지속 가능한 건축을 선보이게 되는데요, 그 지역의 벽돌과 기와 조각의 수백만 피스들은 모두 철거 사이트에서 회수했다고 합니다. 수집된 건물 잔해가 새로운 건축에서 만나게 되는 개념입니다. 채석 지구가 벽을 채우는데 필요한 돌을 파고 있다고 한다면, 철거된 마을에서 나오는 파편을 사용하여 다시 건축을 채우는 리사이클링 건축을 선보인 것이죠. 중국의 철거 및 갱신 프로젝트는 새로운 건축을 함에 있어서 그 지역의 역사의 연속성을 고민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한 명은 `동네 건물'을 지어온 스위스의 동네 건축가이고, 다른 한 명은 건축가이지만 어찌 보면 장인에 더 가까운 중국인 건축가입니다. 둘 다 세간의 관심 밖이었는데요. 그런 이들이 프리츠커상을 받은 이유, 바로 지역의 특색을 잘 살려 흉내 낼 수 없는 차별화를 이룩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지역성에 대해서 많이들 얘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잊고 있는 사회 전반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습성, 습관적 태도가 결국 지역성이며, 독특한 정체성의 중요한 배경이 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듯합니다. 그 속에서 태어나는 건축이야말로 그 어디에도 없는 세계적인 건축이 될 수 있겠지요. 유별나게 튀지 않고도 자신만의 개성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건축물을 통해 배워 보았습니다. 지역의 특징을 잘 살린다면 담백하면서도 나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뽐낼 수 있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