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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 속 디테일 건축

biumgonggan 2021. 7. 30. 14:35

형태주의 혹은 상징주의 건축이라는 건축사 조가 1950-60년대 건축의 한 경향을 차지한 적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누가 봐도 알기 쉽고 형태적으로도 금방 이해가 될 수 있는 건축을 뜻하는 것이지요. 시대를 뛰어넘어 사랑을 받고 있는 두 개의 형태주의 건축을 살펴보며 건축이 주는 메시지를 그려보겠습니다.

 

먼저 보실 건축은 여러분이 잘 아시는 호주의 상징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입니다. 1956년 대대적인 국제 현상설계가 열리게 되고, 매력적인 로케이션에 건립될 이 건축을 위해서 내로라하는 유명 건축가들이 모두 참가했었지요. 참가한 수많은 작품 중에 덴마크 출신 요른 웃존이라는 무명 건축가 작품이 많은 화제 속에서 당선이 되었습니다. 요른 웃존은 오렌지 껍질을 벗기던 도중에 떠올린 아이디어라고 하면서 조가비 모양의 기묘한 형태의 건축을 선보였습니다. 실제로 고딕 양식의 교회 모습으로부터 최초의 영감을 받았다고도 하지요. 그러고 보니, 하늘로 향해 치솟은 고딕 양식의 지붕의 이미지와 흡사하다고 생각되실 겁니다.

 

요른 웃쫀이 말하길, 고딕건축은 오래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고 하늘 배경 속에 마치 살아 있는 듯하다고 표현했는데요, 실제로 오페라하우스는 고딕 교회에 들어가는 웅장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사실 웃존의 설계안은 모든 심사위원을 만족시켰던 것은 아닙니다. 아니 거의 혹평을 받다시피 했지요. 이 설계안은 1차 심사에서 탈락했는데요. 뒤늦게 도착한 심사위원장 에로 사리넨이 1차 안을 다시 보다 이 작품을 고르게 되었고 주변 반대를 무릅쓰고 본선에 올려 결국 당선까지 된 것입니다. 아마 에로 사리넨이 아니었다면 지금 호주의 오페라하우스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을 텐데요. 한 낯 소라껍데기 모습의 너무나 단순한 형태라 심사위원들이 이 작품에 대한 성공을 확신할 수 없었던 것이지요. 심사에서 문제가 끝난 게 아니라, 짓는 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이 많았기에 관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호주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이 오페라하우스를 찾게 되고, 너도나도 기념사진을 찍게 되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라고 인정받기 시작합니다. 바로 조가비 껍데기 같은 일차적인 어휘가 아주 쉽게 대중에게 다가간 셈인데요. 그 당시에는 국제적으로 기능주의 건축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지역의 특징을 살린 건축보다는 전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획일화된 건축이 많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오페라하우스의 자유로운 조형미는 대중에게 관심을 끌게 된 것이라 생각됩니다. 외관이 단순하다 한들 기술까지도 단순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소라 껍데기의 외관을 나타내기 위해 시공 파트에서는 엄청난 기술 혁신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2,000여개의 콘크리트 조각을 미리 제작하여 시공하였고, 강철케이블을 사용하여 아치를 만든 후 부채꼴 형태로 펴서 쉘 형태를 완성시켰습니다. 그 위로는 백 만개 이상의 세라믹 타일을 정교하게 시공하여 물고기의 비늘처럼 반사되고 빛이 나게 된 것이죠. 이처럼 당시 시공현장은 거의 실험실이자 제조공장이라고 할 정도로 현장에서 처음 시도하는 기술들이었는데요. 컴퓨터 기술이 발달이 되어있지 않던 시절에 자유로운 상상력과 구조 기술이 빚어낸 역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1950년대 형태주의 건축의 대표격인 오페라하우스를 살펴보았는데요. 그 후 50여년이 흘러 같은 개념의 형태주의 건축이 재등장하였습니다. 상징, 심벌개념에 접근한 건축이 또 나온 것이죠!

 

바로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인데요, 2002년 중국 정부가 국제 공모를 한 후 2008년 3월에 완공되었습니다. 그 모양에서 이름을 따 속칭 새둥지라고 불리고 있는데, 말 그대로 새둥지를 연상시키는 건축입니다. 누가 봐도 금방 알 수 있는 이 건축물은 요즘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스위스 출신 건축가 집단 에르 조드 무롱이 설계했습니다. 새둥지의 에워쌈의 구조를 알기 쉽게 옮겨놓은 건축으로서, 우리의 자연현상에서 차용해온 건축이었습니다. 결코 저급한 건축이 아닌, 트렌드함을 갖추고, 디자인적으로 고민을 많이 한 결과물을 보여준 셈이죠. 베이징올림픽에서 선수들만큼이나 화제에 올랐던 이 경기장 건축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이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역시 겉으로 보이기에는 단순해 보일지라도, 새둥지의 가지 격자망은 사실은 가로세로 1.2M 사이즈의 육중한 박스형 철골 튜브로 구성되어 보통 큰 건물의 기둥 두께보다 두꺼운 격자망을 가진 엄청난 스케줄의 건축물입니다. 아무런 위계가 없이 복잡하게 엉켜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철저하게 계산된 구조 기능을 하는 부재들이었습니다.

 

대중이 건축을 사랑하게 되는 경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꼭 어렵거나 철학적이거나, 추상적인 형태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누구든지 금방 알아보기 쉬운 건축. 바로 그 알기 쉬운 건축은 세월을 넘어 계속 반복되면서, 지속적인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원 없이 단순해지라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하나의 형태로 명확히 하여 어느 누가 보더라도 자신의 건축에 대한 생각을 이해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그러기위해서는 전제가 되어야 할 중요한 사실은 바로 “디테일”입니다.

 

두 사례를 보셔서 아시듯이 확실하게 전달하는 심플한 메시지 이면에는 고도로 계산되고 치밀하게 준비된 디테일이 수반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단순화 과정은 어떠한 분야에도 꼭 필요합니다. 정말 단순하고 쉬운 작품일지라도 모두가 이해 가능하고 공감할 수 있는 핵심적인 한방이 있다면 대중의 인기를 독차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떠오르기 위해 고심하고 있으십니까? 오늘 이 한마디가 큰 힌트가 될 것입니다. 가장 쉬운 것이 정답이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