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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방의 빙하가 갑작스런 균열을 일으킨다. 거대한 빙산 한 조각이 떨어져 나오더니, 바다를 떠나 대한민국의 한강으로 흘러들어온다. 서울시민들은 거대한 빙산의 등장에 깜짝 놀란다. 시민들에 의해 뼈대만 남은 얼음조각 중에는 아기 공룡 한 마리가 잠들어 있다. 이 공룡은 서울 시내의 한 개천까지 떠밀려와 어린 소녀에게 발견된다. 그것이 애니메이션 속 아기공룡 둘리와 영희의 첫 만남이다. 이 첫 만남이 이루어진 곳이 현재 도봉구 쌍문동에 위치한 우이천이다.

 <아기공룡 둘리>1983년 만화잡지인 보물섬’ 4호에 첫 연재를 시작했다. 1억 년 전 빙하기 얼음 속에 갇혔던 둘리가 쌍문동 고길동의 집에서 생활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배경이 쌍문동인 이유는 당시 김수정 작가가 쌍문동 우이천변에서 살았기 때문. 만화 속에는 배경이 쌍문동임을 알리는 여러 단서가 나온다. ‘쌍문슈퍼라는 가게가 등장하고, 고길동이 본인을 쌍문동 하이에나라고 소개하기도 하고 쌍문동 스타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마이콜을 봐도 그렇다.

그동안 쌍문동 주민 고길동씨 집에서 더부살이하던 둘리가 32년 만에 자기 집을 마련했다. 2015724일 도봉구가 둘리를 모티브로 한 둘리뮤지엄을 오픈한 것이다. 도서관과 뮤지엄 두 개의 건물로 이뤄진 둘리뮤지엄은 지하 1, 지상 3층으로 연면적은 1255평에 이른다. 토종 만화캐릭터로 조성한 기념관 중 국내 최대 규모다.

둘리뮤지엄을 시작으로 쌍문동 일대가 둘리테마파크로 거듭날 예정이다. 도봉구는 쌍문동 둘리근린공원을 중심으로 둘리뮤지엄, 둘리스토리공원, 둘리테마거리, 우이천변전망데크 등을 조성하는 한편, 둘리뮤지엄과 가까운 지하철 4호선 쌍문역을 둘리테마역사로 만들어 둘리역이라는 역 이름을 쌍문역과 병행 표기 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둘리마을로의 변신을 알리는 첫 신호탄은 우이천변 둘리벽화. 도봉구는 둘리 탄생 배경을 담은 만화 내용을 총 380m 길이 벽면에 담기로 했다. 단일 주제로 380m까지 이어지는 벽화는 서울시 최장이다.

둘리는 1억 년 전에서 오긴 했지만, 처음 연재됐던 1983422일을 생일로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기도 했다. 그것이 2003년의 일로, 한국 만화 캐릭터로는 최초이다. 이토록 전 국민적 사랑을 받게 된 둘리에 대한 쌍문동 주민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20092월까지는 쌍문동의 동사무소에서 둘리와 친구들의 이름이 올라있는 호적등본까지 받아 볼 수 있었을 정도. 앞으로도 쌍문동의 둘리 사랑은 계속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