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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말하는 영화의 거리, 충무로. 충무로가 영화의 거리가 된 이유는, 영화 관객이 몰리는 주요 극장이 이곳에 다 있었기 때문이다. 단성사, 피카디리, 대한극장, 서울극장, 국도극장, 명보극장, 스카라극장 등 당시 굴지의 개봉관들이었던 주요 극장이 충무로, 종로 일대에 밀집해 있었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영화 배급시장은 단관개봉(하나의 영화를 하나의 영화관에서만 개봉)이었다. 그 후 반응 좋으면 다른 극장에서도 개봉하고, 점차 퍼져나가 지방으로 내려가는 구조였다. 당시는 극장마다 소유주가 달랐는데, 때문에 극장주마다 고르는 영화의 취향이 달랐다. 그러다보니, 각 영화관마다 모이는 관객 역시 취향 따라 모이게 된다. 예를 들면, 누군가가 대한극장 취향이라면, 다른 사람은 피카디리 취향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영화관별로 장르에서 취향까지 구분되는, 아주 재미있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때문에, 영화 개봉 소식을 듣고 마음에 드는 영화가 있으면, 단지 그 영화를 보기 위해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오는 경우도 잦았다.
많은 극장은 배급시장의 변화와 멀티플렉스의 출현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아직도 계보를 이어가며 특유의 분위기를 자랑하는 곳도 있다. 아트시네마가 있던 기존 허리우드 극장은, 낙원상가 안에서 실버영화관으로 바뀌어 운영 중이다. 피카디리는 롯데시네마와 합병하여 멀티플렉스로 탈바꿈했다. 이름도 ‘롯데시네마 피카디리’로 바뀌었다. 근처에 있던 단성사는 109년의 역사 끝에 사라지게 된다.
충무로의 대한극장 역시 멀티플렉스로 재개관하였지만, 또다시 자신만의 이름을 내걸고 ‘대한극장’으로서 꿋꿋이 역사를 유지하고 있다. 종로의 서울극장은 이제 예술영화관으로 거듭났다. 낙원상가에 있던 서울 아트시네마가 서울극장 자리로 옮겨와 예술영화관으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독립영화 전용관인 인디스페이스가 자리해 한국영화의 질적 발전에 큰 역할을 해내고 있다.
시간이 흐르며 만물이 변하는 것은 세상의 당연한 이치이다. 어쩌면 아쉬울 수도 있는 이런 변화들이지만, 변화를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것 또한 인간의 모습 아닌가. 오랜 기간을 버텨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이곳 영화관들. 옛날 영화광들은 기다리던 영화 하나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들었다는데, 언제라도 꼭 한 번 가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