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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이 영화 주연을? 신해철이 OST를 맡고, 윤도현이 배우로 등장했던,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영화 <정글스토리>. 이 안에서 주인공 도현은 뮤지션이다. 당시 음악을 꿈꾸던 많은 사람들처럼, 영화 속의 그 역시 일단 상경해 취직한다. 그 주인공이 취직한 영화적 배경이 바로 이곳, 악기의 고향 낙원상가이다.
악기를 다루며 음악을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사람들이 모인 이곳. 그런 이유로, 낙원상가의 르네상스 시절, 악기를 사러 온 사람들의 또 다른 재미는 상점 직원들의 화려한 시연이었다. 웬만한 뮤지션들 뺨치는 실력으로, 음악인을 꿈꾸며, 숱하게 다뤘을 그 악기들은 여전히 그곳에 있다.
낙원상가 2~3층에 점포를 소유하고 있는 업주는 227명, 악기상은 모두 240개. 세계 어느 곳에도 낙원상가처럼 악기만을 파는 대형공간은 없기에, 현재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특히 기타에서 더욱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낙원상가인데, 부활의 김태원도 툭하면 이곳을 찾기로 유명하다. 악기 직수입이 허용되지 않던 시절, 깁슨Gibson이라던가 마틴Martin같은 고급 외제 브랜드의 기타는 낙원상가가 아니면 살 수 없었다.
악기전문상가로 피아노, 바이올린, 통기타, 전자기타, 색소폰 등 국내에서 유통되는 악기는 거의 모두 구할 수 있었다. 초창기 낙원상가에는 극장, 캬바레, 당구장, 볼링장, 다방 등이 몰려있었고 연예협회 산하 단체들도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종로, 명동, 광화문 일대가 문화의 중심지이던 1970년대였고, 게다가 상가 2층은 음악인들이 연주자 일자리를 구하러 모이는 곳이었기에 최대의 악기 전문상가 뿐만이 아닌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낙원동 일대의 쇠락과 함께, 볼링장, 당구장, 다방 등은 사라졌다. 하지만 악기상가만큼은 여전히 독보적인 곳으로 젊음을 자랑하며 남아있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영원한 성지이자, 유구한 역사가 살아있는 낙원상가. 전국의 악기 수요를 해결해주는 곳으로, ‘음악인’이라면 꼭 한 번 찾아와 기를 받아야 하는 곳이다.
이제는 이곳의 역사만큼이나 찾는 사람들의 연령대도 많이 높아져, 전통의 거리 인사동과 연결 지어 노인문화가 주를 이루게 됐다. 하지만 낙원악기상가를 찾는 젊은 예술인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는다. 악기를 맨 앳된 소년들과 멋들어지게 색소폰을 부는 할아버지가 공존하는, 특이한 문화적 이합집산을 이루는 이곳, 낙원상가. 사람이 그래도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가장 먼저 들러야 할 곳은 낙원상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