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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마크가 된 기차역

biumgonggan 2021. 7. 30. 17:29

오리엔테 기차역(출처 : 조선닷컴)

아름다운 기차역 2곳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기차역이 뻔하지 뭐가 그리 아름답겠어?라고 반문하실 텐데요. 지금부터 소개하는 두 건축을 보시면 아마도 생각이 바뀌실 겁니다.

첫 번째 기차역사는요, 바로 리스본에 있는 오리엔테 기차역입니다. 통상적으로 유럽 도시의 중앙역은 도시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중요한 랜드마크가 되곤 하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건축입니다. 리스본은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로 1년 내내 온화한 날씨인데요, 그래서 그런지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도시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야자수입니다. 바로 건축가 칼라트라바는 이런 야자수의 형태를 고스란히 기차역에 옮겨놓았습니다. 칼라트라바는 구조가 바로 아름다움이다라고 주장합니다. '구조 자체가 단순히 기능만 아니라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거의 작품을 보면 육교, 다리, 체육관 등 대규모 구조로 표현되는 건축이 많습니다. 기차역사 역시 구조가 그대로 노출되어 큰 대공간을 형성되어야 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 건축인데요, 바로 칼라트라바가 가장 선호하는 건축이기도 합니다. 야자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오리엔테 기차역은 자연 야자수와 어우러져 도시의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외관은 철골 야자수 기둥으로 장식 하고 있습니다. 유리 지붕을 통해서 태양빛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오고, 어쩌면 멋진 해안가의 휴양지 리조트와 같은 풍경을 만들어 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해 질 무렵의 오리엔테 기차역은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로맨틱한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멋진 모습이 되기도 합니다. 한편, 오래된 성당의 실내와 같은 분위기도 연출되고 있어서 사람이 아주 많은 기차역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차분한 느낌의 분위기까지 연출되고 있죠. 그래서 그런지 기차를 굳이 타지 않아도 이 광경을 구경하고 휴식을 취하러 일부러 기차역을 들린다는 사람들도 꽤 많다고 합니다. 진정한 도시의 공공장소인 것이죠. 형태도 아름답지만 도시적 맥락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어서 더욱 가치가 돋보입니다. 당시 리스본은 초고속 열차역과 지하철역, 대규모 버스터미널, 쇼핑몰 등 복합기능이 필요했습니다. 바로 그러한 기능 등을 수용하고 더 나아가서 랜드마크로서의 모습을 간직하여 진정으로 도시에서 필요한 건축으로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오리엔테 기차역은 기능을 충족시키고 구조의 기술 위에 리스본 도시 자체의 아름다움을 디자인의 메시지로 부가시키고 사람들에게 풍만한 감성을 자극시키는 긍정적인 건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어쩌면 진정한 랜드마크란 이런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두 번째1997년에 준공된 교토역입니다. 헤이안 건도 1200년의 기념 연관사업으로 교토역의 개축 프로젝트가 계획되었는데, 1991년에 지명현상설계가 진행되는데, 바로 당선된 건축가는 하라 히로시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하라히로시는 동경대학 교수로서 또한 건축가로서 대단히 큰 명예를 얻었습니다. 우메다 스카이빌딩이라는 오사카 도심의 초고층 건물을 설계하는가 하면, 교토역의 현상설계에서도 당당히 당선되었죠. 교토역사도 오리엔테 역사와 마찬가지로 기차역 외에 상업시설, 컨벤션호텔, 문화시설 등으로 이루어지는 복합시설입니다. 지상10층의 연면적 235,247㎢ 로서, 470미터 길이의 동서로 긴대지에 놓인 건물로서 올림픽 스타디움보다도 긴 건물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바로 특이한 대지 형상을 살리는 것이 건축 계획 상의 주된 관심의 하나였을 거라 예상되는데요, 도시의 관문 기능을 하는 기차 역사 건축으로서 건축의 메시지가 아주 중요했다고 보입니다. 바로 하라 히로시가 교토역에서 표현한 것은 바로 1200년 역사의 교토의 도시계획이었습니다. 당시 도시계획은 격자형 반듯한 모양의 기하학 도시였습니다. 바로 그 격자형 도시계획의 형태를 교토역에 고스란히 표현하고자 하였는데요, 아주 보수적인 교토에서 이러한 파격적인 형태를 허가를 해준 데는 바로 이러한 전통적 기반에서 비롯된 건축개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편, 교토역사를 방문하게 되면 가장 놀라게 되는 부분은 바로 지상 부분의서측의 큰 계단인데요. 10층 높이까지 직선으로 설치된 계단이 하나의 랜드마크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주말이면 공연도 펼쳐지고, 교토역을 방문한 사람들은 엑스컬레이터 등을 이용하면서 바로 이 계단을 조망하게 되는데요, 각 층마다 백화점으로 연결된 통로가 있어서 이 계단은 동선으로서의 기능도 충족하고 있습니다. 축소지향의 일본에서는 항상 작은 스케일에 익숙해서 도시를 바라보게 됩니다. 그런데 간혹 이러한 거대한 스케일의 공간을 만나게 될 때 더욱 인상적인 감동을 받게 되는 듯합니다. 동네의 자그마한 야산과 같은 이 스태디움 계단은 공공의 장소성에 맞게 어쩌면 도시가 모임의 장소로서 제공되어야 한다는 개념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겠죠.

교토역이 교토의 랜드마크로서 자리잡고 있는 이유가 외관의 형태뿐만 아니라 바로 이러한 대공간의 공공성의 계단임을 금세 알 수가 있습니다. 교토역사를 둘러싸고 있는 입면은 교토의 1200년 고도의 도시계획을 격자형 패턴을 형상화하여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특히 북측으로 면해있는 기차역사의 주입면은 겨울에 그림자가 생기는 것을 감안하여 다각형 유리면을 만들어 하늘을 비추어서 광장에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도록 의도한 것이라고 합니다. 평생 하라히로시는 마을 연구를 해오고 있었는데, 어쩌면 그가 그리는 마을의 모습이 고스란히 교토역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도시 교토역에 파격적인 건축이 등장하여 지금은 교토의 가장 대표적인 현대건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도시에 어떤 현대건축이 자리잡아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입니다. 기차가 오고 가는 역, 그리고 그 역과 함께 다양한 시설이 존재하는 복합역사. 분명 도시의 아이콘이 될 수 있는 요소를 다분히 갖고 있습니다. 단순한 기능의 충족이 아닌, 아름다움을 배가시킬 수 있는 건축이 된다면 이 도시가 더욱 풍요롭지 않을까요? 건축을 짓기 전 먼저 건축이 세워질 도시의 이미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그 도시만의 아름다움을 건축에 잘 담아낸다면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연스럽게 거듭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