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information

청운동 윤동주 문학관

biumgonggan 2021. 8. 31. 18:45

종로구 자하문 터널의 위쪽. 청운동에서 부암동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에 있는 윤동주 문학관인데요, 주옥같은 시로 사랑받는 민족 시인 윤동주를 기리는 문학관입니다. 청운중학교를 지나 서울 성벽으로 이어지는 왼쪽 언덕 입구에 새로이 등장한 건축입니다. 건물은 경복궁 바로 뒤에서 서울 전체를 굽어보는 백악산을 바라보는 곳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사실 이 건물은 40년 된 낡고 오래된, 작은 콘크리트 건물이었습니다. 이 동네 가정에 수돗물을 전달하는 수도 가압장이었지요.

1974년에 지은 이 가압장이 낡고 오래되어 2008년 용도 폐기되었는데요. 구청은 이 건물을 가치 있게 활용할 방안을 궁리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윤동주 시인이 연희전문학교에서 재학할 당시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하숙을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윤동주 시인은 이 주변 지역을 거닐면서 별 헤는 밤 등의 시상을 얻었을 것이라는 스토리가 가미되면서 낡은 수도 가압장은 2009년 윤동주 문학관으로 변하게 됩니다. 하나 처음 문학관의 모습은 건축이라 하기에는 참 허름했습니다. 기존 가압장 모습 그대로에 ‘윤동주 문학관’이라는 현판만 덩그런히 걸린 모습이었기 때문었습니다.

2011년 여성 건축가 이소진은 종로구청의 요청을 받고 리모델링 작업에 착수하게 되는데요. 이후 이야기만 존재했던 낡은 수도 가압장은 건축을 통해 진정한 문학관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사실 ‘윤동주 문학관’은 시인의 전시자료가 많지 않습니다. 문학관이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전시자료 때문이 아닌 2,3 전시관 때문입니다. 리모델링 작업을 하면서 우연히 발견하게 된 바닥 면적(16.6평)의 5미터 높이의 좁은 이 구조물 2개의 물탱크가 바로 전시관 용도로 변신한 것입니다. 외국에서는 용도를 다한 산업시설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변신하는 다양한 사례들이 존재하는데요, 바로 건축가 이소진은 규모는 작지만 이 물탱크를 전시관으로 디자인을 시도하게 됩니다. 제1 전시장 내부를 돌아보고 나면 한 구석에 검은 철문이 있는데요, 바로 이 문을 통과하자마자 등장하는 묘한 복도 공간은 바로 물탱크 자리임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두 개 중의 먼저 등장하게 되는 물탱크는 지붕을 걷어내어 멋진 통로로 만듭니다. 문학관 본 건물과 영상 전시실을 연결하는 통로 및 안의 기능을 하게 되는데요, 지붕을 뜯어내니 벽의 물자국이 확실하게 드러났고, 오랜 세월 물을 저장하면서 생긴 그 자국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붕을 뜯어낸 5미터 깊이의 물탱크는 하늘을 바라보는 창문처럼 변한 것이죠. 신축건물에서 이러한 공간을 연출할 수 있을까요? 우연히도 신축 건물에서도 보기 힘든 광경이 연출된 것입니다. 높이 5미터 물탱크는 이제 땅과 하늘을 잇는 통로가 되었습니다. 올려다보면 파란 하늘과 함께 오랫동안 물탱크를 옆에서 지켜온 팥배나무 가지가 보이는데요,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떠올리게 되는 훌륭한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통로를 통과해서 나오는 제3 전시장은 원형을 거의 그대로 남긴 물탱크의 공간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들어오면 센서가 자동 감지해 벽에 윤동주 시인에 대한 영상을 벽에 비추게 됩니다. 더욱 압권인 것은 바로 물탱크 시절 작업자들이 드나들던 조그마한 구멍인데요, 뚜껑을 걷어내 빛이 들어오는 창문이 채광창이 되었습니다. 저 구멍을 통해 떨어진 빛이 깊숙이 떨어지면서 원래 있던 사다리를 걷어낸 자국과 시멘트 벽의 재질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윤동주 시인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죽음을 맞이했던 그때의 상황을 잘 표현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폐쇄적이고 절망적이었던 그 공간. 바로 그 자유를 뺏긴 그 공간을 표현한 것이죠. 윤동주 문학관은 이렇듯 큰 변신을 한 건축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어떤 건축보다 큰 인상과 감동을 주는 곳인데요, 이 문학관은 전시공간이 주된 용도라기보다는 관객들이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있습니다.

아무런 전시가 없이, 공간적 경험을 통해서 개관을 한 베를린 유태인 박물관처럼, 공간 자체가 막상 아무 전시기능을 하지 않는 통로가 된 물탱크 부분이 가장 강력한 인상을 남기게 되는 것이고, 물탱크 그대로 보존된 영상 전시장은 그 어떤 전시장보다 깊은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이죠. 새롭게 덧붙인 것은 거의 없고, 세월의 흔적과 설비 시설의 구조 그 자체가 공간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곳에선 만날 수 없는 느낌을 주게 되고 바로 독특한 차별화된 전시장이 탄생된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얘기를 한 가지 하고 싶습니다. 건축이 치장과 장식과 엄연히 다른 데는 바로 이러한 이유입니다. 공간 안에는 자체 이야기가 있고, 분명 메시지를 수반해야 합니다. 건축가는 그러한 공간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메시지를 부과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그냥 예쁘다, 멋지다 라고만 표현하기에는 너무 깊은 의미가 있는 것이 건축입니다. 물탱크를 발견한 것은 우연이지만, 그걸 활용하기로 한 선택 자체가 건축행위였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건축가 이소진은 이 조그마한 건축으로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