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대중음악에서는 젊은 신진 뮤지션이 혜성같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비틀스란 청년들이 데뷔해 세상을 뒤흔들었고, 어린 마이클 잭슨은 춤과 노래로 세간을 놀라게 했죠. 스포츠에서도 어린 김연아 선수나 박태환 선수가 놀라운 성적으로 세계 정상에 올랐습니다. 건축계에서도 신인이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도 처음에는 결국 오사카 골목 안 18평의 스미요시의 집이라는 조그만 주택으로 일약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기성인이 생각하지 못했던 주거에 대한 과감한 발상이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이죠. 중정을 끼고, 각 방들을 다닐 때 외부 브리지 틀 통해서 다니게 설계를 한 것입니다. 불편하리라는 선입관을 버리고, 집안에서도 공간과 공간의 동선에서 내외부의 체험이라고 하는 개념을 선보인 것입니다. 학벌도 없고, 경험도 많지 않았던 안도 타다오가 오로지 할 수 있었던 것은 기성인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공간 개념의 주택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이었습니다. 18평의 건축 아이디어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이죠. 여러분 같으면, 고등학교 중퇴의 건축도 전공하지 않는 경험도 많지 않은 이 건축가에게 집의 설계를 맡기겠는지요.
건축은 풍부한 경험이 필요한 경우가 많긴 하지만 새로운 개념을 끄집어내는 데 꼭 나이와 연륜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건축계는 신인들이 등용문을 통과하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그래도 문은 열려 있는 셈이죠. 바로 현상설계라는 무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현상설계를 통해서 당시에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무명 건축가가 당선된 사례들입니다. 사실 무모하다라고 할 만큼 경쟁이 치열한 신인의 도전이었던 것이죠.
테이트 모던갤러리의 경우는 응모된 400여 작품 중에 정말 화려하고 멋진 형태의 작품도 많았지만, 불과 몇 작품밖에 해보지 않았던 에르 조& 드 무롱이라는 애송이 건축가 집단에게 기회를 주었습니다. 스위스 출신의 이 두 명의 건축가는 화력발전소를 그대로 두는 것뿐만 아니라, 내부 구조까지 그대로 유지하면서 갤러리를 만들겠다는 당찬 아이디어를 냅니다. 어찌 보면 랜드마크로서 외관에 힘을 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화력발전소라는 도시 풍경의 시간의 켜를 존중하면서 새로운 공간을 탄생시키겠다는 젊은이다운 아이디어를 낸 셈인 것이죠. 이 두 젊은 건축가의 생각은 맞았습니다. 밀레니엄프로젝트의 최고의 성공작으로서, 런던 부활의 신호탄을 알린 명작이 되었고, 최고의 관광객 방문자수를 기록하면서 런던의 위상을 올려주었습니다. 신인이니까 가능했던 당찬 시도가 있었기 때문이죠.
파리 퐁피두센터는 당시 30대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와 렌조 피아노에게 건축을 맡겼는데요. 배관이 노출되어 있는 외관, 거미줄처럼 엮어있는 구조 와이어, 파격적으로 바깥으로 붙인 에스컬레이터 등 파리의 젊은 예술정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신인 건축가의 손을 들어주었지요. 그 결과 지금은 파리 최고의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기성 건축가도 엄두도 못해 낼 만한 일을 해낸 것이죠.
미국 워싱턴 베트남 전쟁 기념비 현상설계 공모 때도 150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기라성 같은 건축가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결국 중국계 미국인 예일대 학생 22살 마야 린(Maya Lin)에게 영광이 돌아갔습니다. 기념탑이라함은 높이 치솟고 상징적인 형태로 디자인하기 마련인데, 마야린은 지하로 내려가는 벽만 하나 세운체, 이름을 새기, 위에서 물을 흘려서 어쩌면 고인들의 눈물을 연상하게끔 하는 추모하는 벽으로서의 건축을 선보였습니다. 추모비의 개념을 새롭게 선보였죠. 이 작품이 발표가 된 후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최고의 추모비 건축이라고 하는 찬사를 받게 됩니다
아이디어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출품할 수 있고, 상상을 초월하는 아이디어가 발굴되어 세계가 놀라는 건축이 지어지곤 하죠. 굳이 이 사람이 무슨 일을 했고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는 보지 않습니다. 근 유행처럼 번져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스타가 나오듯이, 이미 건축계에서는 이런 오디션과 같은 현상설계를 통해서 세계적인 스타 건축가를 자주 탄생시키곤 했습니다. 여러분 어떻습니까? 신인들의 아이디어가 대단하죠?
이 도시는 기성 건축가들의 노련하고 완성도 있는 건축물만큼이나 새롭고 신선한 건축물이 필요합니다. 좋은 건축물을 남기려면 유명한 건축가를 초빙하는 데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새롭고 좋은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안목도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기존의 선입관이나 관행을 무너뜨리는 신선한 건축이 하나둘 세워질 때 우리 도시 문화 예술의 진보성이 타 도시들과 견줘 봐도 손색이 없게 되겠지요. 여러분, 신인이 일내는 기회의 장을 열어보는 것은 어떨는지요? 의외의 결과를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