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중구 세종로에 위치한 서울시 신청사의 외관은 흡사 굽이치는 파도를 떠올리는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풍수지리에서는 이것을 관악산에서 오는 불기운을 막는 물의 기운을 형상화 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실제로 관악산에서 불기운이 오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적어도 그런 믿음이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관악산은 산봉우리의 모양이 불과 같아 풍수적으로 화산(火山)으로 분류 되어 ‘서울 남쪽에 있는 불산(王都南方之火山)’으로 불린다. 문제는 서울을 내려다보고 있는 이 산의 영향으로 서울에 화재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경복궁은 서울 도성 안에서 이 불 기운으로부터 지켜야할 가장 핵심적 공간이다. 때문에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양쪽에 불을 먹는다는 상상의 동물인 해태의 석상을 만들어 놓았다. 뿐만 아니라 경복궁은 경회루, 향정원이라는 커다란 연못이 두 개나 있는 유일한 한양궁궐이다. 조선시대에는 화기가 강한 집터나 고을에만 연못이 조성되었고 풍수적으로 해롭다 여겨 함부로 연못 만들기를 꺼렸다. 그런 연못을 왕이 생활하는 궐 안에 그것도 두 개나 만들었다는 것은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화재를 두려워했는지를 알 수 있다.
흔히 남대문이라 부르는 서울의 숭례문(崇禮門)은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과 관악산을 잇는 일직선상에 위치해서 불기운을 막기 위한 기능을 한다. 지금은 그 흔적만 남아있지만, 숭례문 바로 앞에 남지(南池)라는 연못을 판 것이나, 서울의 모든 성문의 현판이 가로로 쓰인데 반하여 숭례문은 세로로 쓰인 것도 불의 기운이 산에서 옮겨 붙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당시 건물들은 모두 불이 잘 붙는 목조 건물들이 주를 이루었고, 소방 시설이 지금처럼 갖춰지지 않았던 때였기 때문에 화재는 치명적인 재앙이었다. 풍수지리설에 의한 조치들이 어리석은 미신처럼 보일지는 모르지만 그를 통해 경계하는 마음을 늦추지 않은 것까지 폄하하기는 어렵다. 실질적으로 궐 안의 큰 연못은 화재 시에 방화수로도 사용할 수 있었다. 미신의 영역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은 이런 속뜻에 있어서다. 2008년 남대문 화재를 기억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