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지 유치원

오늘은 도넛 형태의 건축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중정을 낀 도넛 형태의 건축입니다. 마치 유에프오를 연상케합니다. 어떤 용도의 건물인 것 같습니까? 기념물도 마케팅을 위한 상업적 시설도 아닌 어린아이들을 위한 건축인데요. 바로 일본 동경 다치카와시에 위치하고 있는 후지 유치원입니다. 테즈카 건축사무소의 작품인데요, 테츠카는 하나의 마을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유치원을 설계했다고 합니다. 이 작품으로 일약 건축가는 유명세를 타기도 한 유명 건축물입니다.

후지유치원은 전체적으로 나지막한 단층 건물이고요, 4,800㎡(약 1,500여 평)에 건물이 1,420㎡(약 470평)입니다. 중간 마당은 약 500여 평 정도가 있는 규모입니다. 강강술래를 하면서 아이들이 손잡고 도는 것 같은 형상의 건축형태인데요, 아이들의 교실은 옆으로도 위로도 개방감이 있는 공간 구성으로 되어있습니다. 한눈에 들어오는 배치형태는 기존 유치원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형태이죠. 어떤 교실에서나 아이들이 뛰어노는 것이 보이고요, 어떤 교실에서나 햇볕이 아주 잘 들어오는 구조입니다. 또한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들이 같이 어우러져 유치원의 배경음악 들리고, 공명까지 되어서 특이한 공간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유치원은 간단한 도너츠형태의 건물입니다. 빙돌아서 아이들의 교실들이 있고, 바로 중정마당에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게 되어있지요. 총 183미터 길이의 원형유치원인데 실제로 가서 보니 상당히 아늑한 공간이었습니다. 이 건축을 짓기 전 원장님은 아이들이 커서도 기억에 남을 유치원을 지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커서도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의 유치원이 될 수 있도록 특별한 건축적메시지 및 공간의 기억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한 것입니다. 보시는 바처럼 충분히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 듯 합니다. 다녀오고 난 뒤 저까지 계속 기억에 맴도는 유치원 건축이었습니다. 이 도넛 유치원의 압권은 바로 옥상입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옥상 위로 올라가서 뛰어다닐 수 있게 되어있는데요, 바닥은 나무로 되어 있어 넘어져도 다치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 25미터 높이의 큰 느티나무 3그루를 그대로 살려서 건축을 배치한 것도 참 대단하게 느껴지는데요, 옥상에서 그 느티나무를 올라타면서 놀 수 있게 밧줄로 안전하게 구멍 부분을 메꾸어 놓은 것이 특이합니다. 이 부분 역시 건축가의 아이디어였다고 하네요.

아이들은 유치원 주변의 환경을 제약없이 여기저기 볼 수 있는데요. 안전을 위해 세워진 옥상의 핸드레일은 수직으로 바가 설치되어있어 안심입니다, 이사이로 아이들이 손을 넣고 다리도 넣어 볼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물론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설계를 해놓았습니다. 그런데 건축가는 아이들이 다리를 넣고 노는 모습을 연상해서 이런 간격으로 디자인을 했다고 하네요. 안전 철조망하면 사회와의 단절을 느낄 정도의 삼엄한 디자인이 연상되는 됩니다. 후지 유치원은 안전바 하나도 아이들의 심리를 잘 읽어서 세심하게 설계를 한 듯합니다. 한편 옥상 바닥에는 여러 개의 천창들이 있습니다. 이것 역시 아이들이 아래 위로 쳐다보면서 놀 수 있도록 하나의 놀이 공간으로 했다고 합니다. 채광이라는 기능에다가 아이들이 즐기도록 하는 일석이조 디자인인 것이죠.

마당에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보면 세심한 배려가 보입니다. 흙으로 마운드를 만들어 계단을 짧게 한 것이 특징인데요, 바로 아이들이 계단을 올라가는데 힘들지 않게 한 것입니다. 한편 미끄럼틀은 저도 한번 타보고 싶다고 할 정도로 신나 보였습니다. 전체적으로 마감 자체는 전혀 고급자재를 사용하지 않고, 나무 등을 주로 사용한 소박한 건축이었습니다. 제가 갔을때가 높은 하늘을 만끽할 수 있는 가을이었으니, 각 교실에는 문을 활짝 열어놓고 수업을 하고 있었는데요, 거의 모든 실내와 실외가 하나 되어 온통 놀이동산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도너츠 건물 뒤쪽으로 있는 트리하우스도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유치원의 별관 건물인데요,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교실이라고 합니다. 이 건물 가운데에는 어른 두 사람이 둘레에 팔을 뻗고 안아도 서로 손이 닿지 않을 만큼 밑동이 굵고 튼튼한 큰 느티나무가 있고 나무 둘레를 따라 지어졌습니다. 바닥에서부터 나무 둘레를 따라 경사가 낮은 계단을 둘러 올라가기 때문에 이름도 입니다. 그야말로 자연과 함께 하는 건축을 탄생시켰고, 제가 건축물을 보는 사이에서도 아이들이 신나게 계단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외벽은 거의 전면이 유리로 지어져 계절마다 자연을 느낄 수 있게 했다고 하네요. 500명이나 되는 유치원생들이 다니고 있는 이 후지유치원은 거의 인기폭발이라고 합니다. 대기자도 많구요, 멀리서도 아이들을 보내기 위해 신청을 한다고 합니다. 아마도 가장 친환경적인 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게 하는 유치원 환경 덕분이라고 합니다. 유치원은 아이들의 천국이 되어야 하는, 아이들이 커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공간과 건축이 되어야 하는,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한 얘기들을 충실히 실천한 건축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이 마냥 행복해 보였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부모님들도 흡족한 얼굴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러분. 이렇듯 건축이 그 기본이고도 당연하다는 할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을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기본적인 그 요구도 다하지 못하는 건축들이 너무 많지요. 아이들에게 가장 의미가 있는 친구를 만들어 준 유치원 건축. 다른 교육이 필요없는 체험의 현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