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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달래마을에 얽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입니다.

양천구에는 곰달래라는 예쁜 마을이름이 있어요. 양천구 신월3동 신원초등학교가 있는 뒷산에서 동쪽으로 위치한 마을로, '달빛이 맑게 비치는 마을'이라는 데서 고운 달 동네 라고 불렀는데, 이것이 변하여 곰달래가 되었다고해요. 한자명으로 고음월 이라고 하는데, 이 이름에 전해져 오는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곰달래 사랑 이라는 사랑이야기에요.

이 이야기는 삼국시대 백제로 거슬로 올라갑니다. 삼국시대 한강유역이 백제 땅이었을 때 서로 사랑하는 '음소''음월' 이라는 젊은 남녀가 살고있었습니다. 신라가 세력을 점차 키워 끊임없이 백제를 위협해오자 백제에서는 군대 징집 명령이 각 고을로 내져집니다. 물론 음소에게도 이 같은 부름이 전해지고, 두 사람은 작별을 하게됩니다.

작별인사를 나누는 슬픔으로 가득 찬 순간. 차마 연인을 전쟁터로 보낼 수 없어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는 여자를 보며 '음소'의 마음은 찢어지는 듯 아파옵니다. 그는 끝내 자신을 놓지 못하는 '음월'을 위해 한 가지 약속을 합니다. 만약 전쟁에 이겨서 살아 돌아오게 되면 동산 위에 둥근 보름달이 떠오를 것이니 자신을 기다리고, 반대로 달을 칠흑 같은 어둠이 덮쳐 모습을 가리면 싸움에 져 목숨을 잃은 것이니 다른 사람을 찾아 떠라나는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음소'는 당연히 보름달이 떠오를 것이니 안심하고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전장으로 떠납니다.

'음소'가 떠나고 난 뒤, 음월은 매일같이 밤만 되면 언덕을 바라보며 사랑하는 연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빌었습니다. 나날이 이어지던 신라와 백제의 전쟁이 끝나갈 무렵, 드디어 동산에는 손톱만큼 작은 조각달이 떠오르기 시작하다가 이내 커다란 보름달이 되었습니다. 음월은 뛸 듯이 기뻐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먹구름이 몰려오면서 달을 가려 주변은 순식간에 캄캄한 밤으로 바뀌게 됩니다. 음소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던 음월에게 이 같은 현상은 비극을 알리는 신호였습니다. 절망에 가득 찬 음월은 더 이상 살아갈 의미를 찾지 못하고 산위로 올라가 몸을 날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얼마 안 되어 구름은 걷히고 다시 달이 모습을 드러내었지만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뒤였습니다.

얼마 후, 음소는 밤새 먼 길을 달려왔지만, 이미 여자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가슴을 치며 자신이 한 말을 뒤늦게 후회했습니다. 언덕 꼭대기 달이 떠오르는 곳에 자신의 손으로 음월을 묻고 돌아서는 음소는 '이제 끝이다. 거친 세상 끝이구나'라고 말했습니다. ''는 이두음으로 사용할 때 '거칠다', '끝났다'라는 뜻으로 쓰이는데 바로 음월이의 목숨이 끝났다는 뜻으로 고음월이란 말의 어원이 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사랑에 감복한 마을 주민들은 그 말을 따서 마을의 이름을 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