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한 달 2억씩 벌었는데 이젠 한계 몰렸다"… 인쇄소 '비명'

 

지난 16일 서울 을지로·충무로 인쇄골목 곳곳의 불 꺼진 인쇄소엔 ‘임대’ 문구가 붙어 있었다. 인테리어를 그대로 두고 폐업한 인쇄소가 카페로 변신한 곳도 있었다. 이곳에서 28년간 광고지 전문 인쇄업체를 운영해온 원용일 씨(55)는 “코로나19 사태로 뮤지컬·동창회 일감이 다 끊겨 간신히 2년을 버텨왔다”며 “최근 코로나19 국면이 완화되자 종이와 잉크 가격이 올라 한계에 몰렸다”고 푸념했다. 원 씨의 인쇄소는 한때 한 달에 최고 2억 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지만, 최근엔 지방 출장까지 다녀도 매출이 월 2000만 원도 안 되는 수준이다. 그는 “과거 16명이 넘던 직원을 정리하고 가족 3명과 겨우 버티고 있는데, 이마저도 정리해야 하나 고민”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종이값 폭등·디지털 전환에 짐 싸는 인쇄업계
인쇄골목 곳곳에 '임대 급구'

 

17일 인쇄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각종 종이 가격이 20% 이상 급등하면서 중소 인쇄업체들이 한계에 부닥치고 있습니다. 국내 1, 2위 종이 공급업체인 한솔제지와 무림제지는 이달 초부터 일반 인쇄용지 가격을 15% 인상했습니다. 두 회사는 또한 1월에 가격을 약 7퍼센트 올렸습니다. 인쇄비 단가는 업무와 교육의 디지털화에 따른 기업 간 경쟁 심화로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업계 90% 이상을 차지하는 10인 미만 중소 인쇄업자들은 인쇄기를 돌리기가 어렵다고 호소했습니다. 충무로 인쇄골목에서 15년째 포스터와 브로셔를 인쇄하고 있는 김 모(50)씨는 "자재 가격이 오르기 전에는 매출 마진을 30%로 잡았는데 지금은 직원 인건비와 시설비의 15% 정도를 부담해야 합니다." 발주 사가 최저 입찰가를 발표하면 극히 낮은 단가로 입찰을 시도하는 등 '살 깎기' 경쟁도 극심합니다. 서울의 한 인쇄소 관계자는 "수익이 제로(0)에 가깝지만 기계를 돌리기 위해 한 장에 수십 원만 내면 단가를 제시하는 인쇄소도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입찰 가격이 재료 가격을 감당하기에 충분히 낮을 때가 많습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디지털 전환도 확산하고 있어 인쇄업계의 어려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지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인쇄용지 부품의 60~70%를 차지하는 펄프 가격이 톤당 94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3월 잉크 가격이 20~30% 오른 데 이어 다음 달 1일에도 25~30%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요 공급업체 종이값 15% 인상
기업·학교 등 디지털화 속도 내자 인쇄 수요 '뚝'…업계 출혈 경쟁도

 

태블릿 PC와 노트북의 사용으로 인해 인쇄물에 대한 수요도 감소하고 있습니다. 한국제지연맹에 따르면, 작년에 한국에서 생산된 1,160만 톤의 종이 중에서, 단지 232만 톤만이 인쇄되었다고 합니다. 코로나19 범유행 전 260만~270만톤을 유지하던 인쇄용지 생산량이 코로나19 이후 20만 톤 이상 줄었습니다. 인쇄업계 관계자는 "최근 3년간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면서 태블릿 등 디지털 기기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학교에서 종이 인쇄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점점 더 많은 프린터들이 업계를 떠나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 자료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등록 인쇄소 2만 2,239곳 중 442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지난 20년간 문을 닫은 3502곳 중 최근 2년 동안만 12%가 문을 닫았습니다. 을지로 인쇄골목의 인쇄 하청업체에서 6년째 일하고 있는 박모(54)씨는 "코로나 19 유행은 끝났지만 예전만큼 대면 행사가 열리지 않아 동문 팸플릿이나 개인 포스터 수요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근처에는 서너 개의 인쇄소가 문을 닫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