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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 이어 삼성전자도 올해 연간 스마트폰 생산량을 줄일 계획이다. 전 세계 고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스마트폰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애플이 중저가 제품 위주로 감산을 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중저가 모델뿐 아니라 플래그십(고가 휴대폰) 모델도 감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연계된 부품업체의 경영난이 가중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협력사 관계자는 26일 "최근 삼성전자로부터 3억 1000만 원에서 2억 8000만 원으로 주문을 줄여달라는 연락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신한금융투자도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가 최근 2022년 연간 스마트폰 생산 전망치를 기존 대비 10%가량 낮춘 2억 7000만대로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3억대 초반을 생산한 이후 2억대 중후반을 유지하며 올해 3억대 초반을 '5년' 안에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는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 감소로 생산이 줄어든 것을 의미한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5월 기준 강력한 재고조정이 확인된다. 5월 스마트폰 생산량은 1~4월 평균보다 35%, 2분기 전체 생산량은 전분기 대비 1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높은 물가와 전쟁이 이 같은 인하의 배경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 포인트리 서치 박진석 연구원은 "중저가 제품 판매가 전년 대비 부진하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영향으로 동유럽 지역 매출이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 열린 1분기 실적발표에서 스마트폰 시장이 비수기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하고, MX와 네트워크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700억 원 감소한 3조 82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하반기에도 스마트폰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한 달도 안 돼 전망치를 낮추고 사실상 감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기는 어렵다"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생산을 줄이는 회사는 삼성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 닛케이는 애플이 아이폰 SE(중저가 모델) 생산대수를 당초 계획보다 20% 감축(원안 대비 200만~300만 대 추가 감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고가 등으로 중저가 제품 수요가 줄고 부품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프리미엄폰(고가)을 유지하면서 중저가폰 위주로 생산량을 조정한 반면 삼성전자는 프리미엄폰과 중저가폰 모두 생산량을 조정하는 모양새다.
스마트폰 1, 2위 생산업체들이 모두 감산에 나서면서 올해 연 매출 14억대인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도 둔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부품업체도 타격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부품 물량을 최대 한 달까지 줄이는 방향으로 주문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이 출시되면 줄어든 주문을 복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품업체들도 올해 삼성전자 폴더블 폰 판매량을 기존 1300만 대에서 1800만대로 늘리고 있다. 최근 수정한 증권사 전망치(1450만 개) 보다 높은 장밋빛 전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폴더블 폰 비중은 삼성전자의 전체 판매량 2억 7000만 대와 비교하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