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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때문에 벌어진 내전
아프리카는 흔히 ‘검은 대륙’으로 일컬어지는데요. 블랙 아프리카는 금이나 다이아몬드, 석유 등 풍부한 지하자원을 지녔기에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배분한다면 만성적인 가난에서 벗어나 잘 살 수가 있겠지요. 하지만 시에라리온의 현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시에라리온 내전에 불을 댕긴 것은 다이아몬드인데요. 이곳의 반란군 지도자는 다이아몬드 자원이 풍부한 동부 밀림 지역을 차지하고는 ‘검은돈’을 챙겼습니다. 1991년부터 2002년까지 다이아몬드 때문에 벌어진 내전으로 지금도 이곳은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시에라리온 내전
사람들은 “다이아몬드가 이 나라에 없었다면, 아마도 그런 참극이 벌어지진 않았을 것이다”라는 말조차 하더군요. 1961년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한 시에라리온은 20세기 아프리카 개발도상국들이 거쳐간 것과 같은 길을 밟아왔습니다. 그것은 식민지→독립→민주정부 수립→쿠데타→군사정권 수립→내전으로 이어지는 과정이죠. 시에라리온은 독립 초기에는 정치적으로 다당제를 도입해 민주주의를 실험하는 듯하더니, 쿠데타를 거듭하면서 군인들이 권력을 쥐었습니다. 1991년 결국 내전이 터졌는데요, 영국 식민지 시절 육군 상병이었던 포데이 산코가 동부 밀림 지대에서 혁명 연합전선(RUF)의 깃발 아래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산코의 반란엔 그런대로 명분이 있었습니다. 부패한 정부 관리들과 결탁한 외국인들이 시에라리온의 다이아몬드 광산들을 장악하고 있던 탓이었죠. 반란군 RUF 군가에는 “우리 다이아몬드는 어디 있나. RUF는 그걸 알고 싶다”는 구절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란군은 동부 밀림의 다이아몬드 광산지대를 차지하고는 어린 소년들을 포함한 민간인들을 노예처럼 부리면서 다이아몬드를 캐냈고, 엄청난 양의 다이아몬드를 밀수출해 군자금을 마련하고 자신들의 배를 불렸죠. 내전이 길어지면서 민간인들의 고통은 커져만 갔는데요, 11년 내전(1991~2002년)으로 인구 5백만 명 가운데 2백만 명이 피란을 갔고, 20만 명쯤이 죽었습니다. 시에라리온 내전이 세계적으로 눈길을 끈 가장 큰 이유는 그 참혹한 전쟁범죄 탓입니다. 반란군인 혁명 연합전선(RUF) 병사들은 가는 곳마다 마을에 불을 지르고, 부녀자들을 강간하기 일쑤였죠. 반란군들은 강간을 하나의 테러 전술로 일상화했습니다. 한 마을의 젊은 여자들이 다 도망갔을 경우 60세가 넘는 노파조차 강간 피해자가 돼야 했죠. 특히 1999년 반란군이 대대적인 공세를 펴면서 프리타운이 절반 넘게 그들의 손에 떨어졌을 때, 많은 희생자가 났습니다. 6일 동안 프리타운을 점령한 반란군은 무차별 살육 방화 약탈 강간, 그리고 도끼로 손목을 자르는 만행을 저질렀는데요, 그때 반란군의 작전 이름은 “Operation No Living Thing”으로 섬뜩한 느낌을 줍니다. 우리말로 옮긴다면 ‘싹쓸이 작전’이 딱 맞을 것입니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반란군 병사들이 도끼로 시민들의 손목을 내려치는 끔찍한 전쟁범죄인데요, 손목을 잘린 채 붕대로 칭칭 팔을 감은 부상자들의 모습이 바로 시에라리온 내전을 말해줍니다. 약 2천에서 3천 명이 손목을 잘린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농경 사회인 아프리카에서 하루하루를 노동으로 먹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에겐 손목을 잘린다는 것은 생존 수단을 빼앗기는 것이나 다름없고, 곧 죽음을 뜻하지요. 반란군은 소년병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여 도끼로 손목을 치는 잔혹행위를 부추기곤 했는데요, 약 5천 명에서 7천 명의 소년병이 어른들의 전쟁에 휘말린 곳이 시에라리온 내전입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소년병을 가리켜 ‘아동 노동의 최악의 유형’이라고 비판한 바 있는데요, 어른들의 싸움에 휘말려 들어간 소년들은 전쟁이 끝난 지금도 정신적인 후유증을 앓고 있습니다.
다이아몬드는 ‘반란군의 영원한 친구’
흔히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라고 합니다. 결혼할 때 다이아몬드를 주고받으면 사랑이 영원하다는 뜻이겠지요. 하지만 아프리카에선 다이아몬드는 ‘반란군의 영원한 친구’라고 합니다. 다이아몬드를 차지하려는 인간의 욕망으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이 도끼로 손목을 잘려 피를 흘렸습니다. 그래서 ‘피 묻은 다이아몬드’라 부르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무대가 바로 시에라리온입니다. 혹시나 여러분이 갖고 있는 다이아몬드에는 피가 묻어있지 않겠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