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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책에 매우 적극적인 유럽

지구 온난화를 우려하는 유럽 국가들은 기후변화 대책에 매우 적극적입니다. EU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12%를 차지해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는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목표를 설정하고 감축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2009년 이래 신차에 대한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강제적으로 시행해왔고, 2019년 4월에는 유럽의회와 회원국 장관회의에서 신규 승용차와 밴(vans)에 대해 보다 엄격한 이산화탄소 배출기준을 마련했습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그동안 유럽에서는 자동차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꾸준히 감소해왔습니다. EU는 한 발 더 나아가 2021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5년 목표치보다도 27% 낮은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해 놓고 있는데요.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19.5%의 추가 감축이 필요한 상황이죠.

EU의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목표

EU가 이산화탄소 추가 감축을 위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바로 배터리 전기자동차(BEV)입니다. 여기엔 이유가 있는데요. 최근 연료별 자동차 시장점유율 추이를 살펴보면 디젤 자동차의 비중이 큰 폭으로 감소한 반면, 휘발유자동차와 대체에너지 자동차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전체 자동차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휘발유자동차가 디젤 자동차보다 10∼40%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것인데요. EU의 이산화탄소 감축정책과 역행하는 현상이죠. 때문에 EU는 2019년 1∼9월 현재 1.7%에 불과한 배터리전기자동차의 유럽 시장점유율을 2025년에 15%, 2030년에 30%까지 끌어올린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워놓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유럽의 대체자동차 시장에 몇 가지 변화가 예상됩니다.

유럽의 대체자동차 시장 변화

먼저, 전기충전소의 확충입니다. 충전소와 전기자동차의 보급 간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데요. 2018년말 현재 EU에는 약 144,000개의 자동차용 전기충전소가 있습니다. 전체 충전소의 76%가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영국 4개국에 편중되어 있죠. 그 외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100㎞당 충전소가 1개 미만인 곳이 많습니다. 이런 나라들은 전기 충전 자동차의 시장점유율 역시 1% 미만에 불과하죠. 이렇듯 전기 충전 자동차, 특히 배터리 전기자동차의 대규모 보급을 위해서는 충전소의 확충이 시급한 과제인데요. EU 집행위에 따르면 오는 2025년에 최소 200만 개, 2030년까지는 최소 280만 개의 충전소가 필요할 전망입니다. 이는 향후 12년간 충전소가 20배 이상 증가해야 함을 의미하는데요. EU와 회원국 정부는 전기충전소 확충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9년 11월 초 메르켈 독일 총리는 자동차 업계와의 미팅에서 전기자동차의 획기적인 보급을 위해 오는 2030년까지 독일 내 충전소를 100만 개로 늘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죠.

빨라지는 자동차 업계의 행보

EU와 회원국 정부의 적극적인 자동차 이산화탄소 감축정책에 힘입어 전기 충전 자동차의 수요가 늘고 시장규모가 커짐에 따라 자동차 업계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는데요. 폭스바겐은 미국의 경쟁사인 포드와 전기자동차 및 자율주행차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고요. BMW도 전기자동차 사업을 본격화해 향후 4년간 12개 모델의 전기자동차와 13개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전기자동차 메이커인 테슬라는 네 번째 생산공장을 유럽에 짓기 위해 장소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요. 한편, 전기충전자동차의 핵심부품인 배터리의 생산체제도 구축되고 있는데요. EU집행위는 2025년에 유럽의 배터리 시장 규모가 연간 2,500억 유로로 성장하고, 이를 위해서는 최소 10개 이상의 초대형 생산공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힘입어 300만~40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현재 LG화학은 폴란드에, 삼성 SDI와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에, 중국의 CATL은 독일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고 있죠. 유럽 산업계 역시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한중일 3국에 의존하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7년 10월에 ‘유럽 배터리 동맹’을 결성하는 한편, 자체 생산체제 구축에 나서고 있는데요. 스웨덴의 신생 배터리 셀 생산업체인 노스 볼트는 유럽 투자은행(EIB)으로부터 5,250만 유로의 융자를 받아 유럽 최초의 초대형 배터리 생산공장을 지을 예정입니다. 스톡홀름 외곽에 세워질 공장에서는 향후 연간 25∼30만 개의 전기자동차 배터리가 생산될 계획입니다. 유럽의 전기 충전 자동차의 보급은 앞으로 더욱 빠른 속도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배터리 및 소재 분야에서 기술 강국으로 꼽히는 한국기업에게 놓쳐서는 안 될 기회가 될 텐데요. 국내 기업들은 EU의 전기자동차 생산 확대에 필요한 핵심 원자재 확보 방안, 도시광산및 리사이클링 사업 검토, 그리고 유럽 전기자동차 시장의 확대에 대비한 전기자동차 생태계 진입 전략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