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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딜 브렉시트란
노딜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영국 의회 내 반란에도 불구하고 대 EU 강경파인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를 강행한다는 방침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시기만 문제일 뿐 노딜 브렉시트의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인데요. 노딜 브렉시트란 영국이 EU와 아무런 탈퇴 협정에 합의하지 않은 채 EU에서 탈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경우 영국은 EU의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서 정말 탈퇴하게 되고, 영국과 EU 간의 무역관계는 WTO 일반규정을 적용받게 됩니다. 이는 지역경제통합 단계에서 두 번째로 진전된 단계에서 하루아침에 가장 낮은 단계로 후퇴함을 뜻하는데요. 이 경우 영국 기업이나 영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요?
영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에게 미치는 영향
우선,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상품무역에서의 관세장벽입니다. 2017년 기준으로 영국의 전체 수출에서 대 EU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4%에 달 하는데요 지금까지 영국과 EU 간에는 무관세로 자유로운 교역이 이루어졌으나 노딜 브렉시트 시 영국 기업은 EU가 WTO 회원국에 부과하는 수입관세를 물어야 합니다. 영국 산업연맹(CBI)의 분석에 따르면, 영국의 대 EU 수출에서 약 90%가 관세 부과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EU가 WTO 회원국의 수출품에 적용하고 있는 평균 관세율은 4.3%지만, 일부 품목은 수입관세율이 높아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둘째, 다양한 형태의 비관세장벽입니다.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EU 국가로 수출하는 영국 기업들은 복잡한 세관 신고는 물론 부가가치세 사전 납부, 수출 허가 취득 등 까다로운 수출입 절차를 거쳐야만 하는데요. 영국 관세청(HMRC)이 국경에서 처리해야 하는 세관 신고 및 승인절차 건수가 현재 연간 5,500만 건에서 앞으로 2억~2억 5,500만 건으로 5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수출 지연 사태는 물론 그동안 지불하지 않았던 추가 행정비용을 각오해야 하죠. 영국 기업도 제3 국 기업, 즉 EU 역외국 기업이 감당해야 하는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셈인데요. 어쩌면 영국의 수출기업들에 있어 비관세장벽은 관세장벽보다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LSE의 경제성과센터는 노딜 브렉시트로 인한 관세장벽과 비관세장벽으로 향후 10년간 영국의 대 EU 무역이 40%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동차, 기계 등 제조업 전반에 걸쳐 글로벌 가치사슬(GVC)에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는 것인데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는 물론 일본 전자업체들과 유럽 기업들이 영국 내 생산거점을 유럽 대륙으로 이전하려는 것도 새로운 글로벌 가치사슬(GVC) 전략의 일환이라 판단됩니다.
셋째, 영국이 강한 경쟁력을 지닌 금융산업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영국은 세계 제1의 국제금융허브로서EU 금융서비스산업의 23%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비약적인 성장의 비결 중 하나는 바로 EU의 패스포트 권한입니다. 패스포트 권한이란, EU 내 한 국가에 등록된 금융기관은 모든 EU 국가에서 별도의 거점 설립 없이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데요. 하지만 노딜 브렉시트 시 영국에 진출해 있는 금융기관들은 EU의 패스포트 권한을 상실하게 됩니다. 이는 영국 런던이 더 이상 유럽 금융허브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이에 270개 이상의 금융기관들이 영국 런던에서 수행하던 본사 기능을 유럽 대륙 지역으로 이미 이전했거나 이전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넷째, EU의 데이터 보호 규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됨으로 인한 유럽 내 데이터 흐름의 변화입니다. 유럽에서 비즈니스 하는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영국에 데이터센터를 두고 유럽 고객 정보를 통합하여 관리, 활용하고 있는데요. 개인 데이터의 자유로운 EU 역내 이동-관리-활용을 규정한 GDPR 규정 때문이지요. 하지만 노딜 브렉시트 시 영국이 GDPR 적용 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유럽 대륙에서 영국으로의 데이터 이전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않게 됩니다. 영국 정부가 미국이나 일본처럼 EU와 별도의 데이터 이전 협정을 체결하지 않는 한 영국 중심의 데이터 사업전략은 더 이상 불가능함을 의미하지요. 데이터가 디지털 경제의 핵심 요소인 만큼 GDPR의 배제로 인해 디지털산업 허브로서 영국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데요. 기업들로서는 영국과 별도로 유럽 대륙에 데이터센터를 추가 운영해야 하는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노딜 브렉시트의 경제적 충격
이에 영국 정부는 파운드화 약세 효과와 EU 국가들보다 경쟁력 있는 기업 환경의 조성을 통해 노딜 브렉시트의 충격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펼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 일본, 한국, 인도 등과 자유무역협정을 신속히 체결해 EU를 대체할 수출시장을 조기 확보한다는 전략도 내놓고 있는데요. 하지만 노딜 브렉시트의 경제적 충격을 우려한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노딜 브렉시트만은 막아야 한다며 영국 의회와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딜 브렉시트의 불확실성은 영국을 교두보 삼아 유럽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외국 기업들에게 대대적인 전략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한국 기업 역시 그 동안 주로 독일과 영국을 기반으로 유럽시장에 진출해 왔습니다. 노딜 브렉시트의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유럽 전략에 미칠 영향을 철저히 분석하고 영국 중심의 거점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