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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가게 트렌드
착한 가격, 착한 소비, 착한 약국, 몇 년 전부터 '착하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 일종의 트렌드로 떠올랐습니다. 길거리를 가다 보면 아예 '착한 가게'라고 간판을 단 곳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데요. 세상이 너무 각박해지기 때문일까요?'착함'을 핵심가치로 내세운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소액대출을 통해 빈곤탈출을 돕는 그라민은행이나 킥스타트 같은 기업들은 이미 너무나 유명해졌는데요. 오늘은 착한 비즈니스 모델 중에서도, 특히 새로운 기술의 혁신을 통해 소외된 이웃을 돕는 기업들을 포스팅해보겠습니다.
언차티드 플레이, 아프리카 전력난 해결
NASA의 인공위성이 지구 곳곳의 야경을 우주에서 촬영해 컴퓨터로 합성한 세계지도, 보신 적 있으시죠? 사실 지구의 반은 항상 낮이고, 나머지 반은 밤이기 때문에 이런 사진은 현실에선 존재할 수 없는데요. 하지만 한눈에 지구의 야경을 조망한 사진을 보면, 그저 아름답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름다운 야경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미국이나 유럽, 한국과 일본은 환한 반면,유독 아프리카 지역은 어둠으로 휩싸여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왜일까요? 그만큼 아프리카 지역의 전력난이 심각하기 때문인데요. 오늘 소개해드릴 첫 번째 주인공, 언차티드 플레이는 다름 아닌 ‘축구공’으로 아프리카 전력난을 해결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 아래 지난 2008년 설립되었습니다. 지금 보시는 축구공의 이름은 사커와 소켓을 합성한 '소켓(Soccket)'인데요. 공이 움직일 때 발생하는 동력을 에너지로 전환해 아이들이 30분만 가지고 놀아도, 3시간 동안 불을 밝힐 수 있다고 합니다. 사용방법도 간단합니다. 30분간 공을 가지고 놀다 집으로 가지고 가서 축구공 표면에 있는 플러그에 LED 램프를 꽂으면 끝입니다. 축구공에 저장돼 있던 에너지가 램프의 빛으로 변환되는 메커니즘인데요. 소켓 볼은 클린턴재단 등의 기부를 받아 전력난으로 고생하는 아프리카 지역에 무료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100만개가 넘는 공이 아프리카 주민들에게 전달됐고, 보다 진화된 제품이 곧 출시될 예정이라고 하니, 조만간 아프리카의 야경도 미국이나 유럽처럼 바뀌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0달러 보청기
2003년 2월 전에 없던 획기적인 보청기가 세상에 등장했습니다. 첨단 디지털 기능을 갖춘 이 초소형 보청기는 당시 판매되고 있던 어떤 보청기와 비교해도, 성능이나 모양 어느 것 하나 부족하지 않은, 우수한 품질을 자랑했는데요. 그런데 더 놀라웠던 것은 바로 보청기의 가격이었습니다. 공장도 가격은 개당 50달러 정도였지만, 보청기의 실제 판매 가격은 0부터 200달러 사이였는데요. 0달러는 또 무슨 뜻일까요? 보청기를 무료로 가져갈 수도 있고, 200달러를 내고 살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보통 미국에서 판매되는 디지털 보청기의 가격이 1600달러 정도임을 감안하면, 200달러라고 해도 거저나 다름없는 그야말로 착한 가격입니다. 수요자 개개인의 지불 능력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이 희한한 가격정책은 누구든지 의료용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동시에 돈벌이가 가능한 의료혁신을 추구해온, 프로젝트 임팩트의 창업자, 데이비드 그린의 머릿속에서 탄생했습니다. Project Impact가 개발도상국 빈곤층을 위해 개발한 이 고품질 디지털 보청기의 이름은 Impact 1인데요. '필요에 따라 치료받고 능력에 따라 지불한다!'는 Impact 1의 혁신적인 가격 시스템은 부품업체와의 협상을 통해 부품비용을 최소화하고 뛰어난 엔지니어들을 참여시킨 덕분에 가능했다고 합니다.
엠브레이스의 저가형 인큐베이터
전 세계에서 매해 태어나는 2천만 명의 신생아 중 약 4백만 명 정도가 체온을 적정하게 유지하지 못해 너무나 일찍 생을 마감한다고 합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인큐베이터가 제대로 갖추어진 병원이 많지 않아 남들보다 조금 일찍 태어난 이른둥이들이 굉장히 큰 시련을 겪고 있는데요. 세번째로 소개해드릴 미국의 벤처기업, 엠브레이스는 전기를 사용할 수 없는 곳에서도 조산아의 체온을 유지해주는 저가형 인큐베이터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기능은 모두 빼고, 오로지 체온 유지 기능과 손쉬운 사용법에 집중한 것이 핵심인데요. 포대기 모양의 워머에는 찜질팩처럼 한번 데우면 12시간 동안 따뜻한 열기를 발산하는 물질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엠브레이스의 눈부신 기술혁신 덕분에 대당 2만 달러나 했던 기존 인큐베이터 가격이 100분의 1수준인 200달러 선으로 낮아졌다고 하는데요. 이른둥이를 가진 부모들이 엠브레이스를 찬양하는 이유, 이해가 되실 겁니다. 소수의 자원봉사자와 학생들로 시작된 엠브레이스는 인도 정부와의 협약 체결로 인도 곳곳의 많은 지역 병원에 워머를 공급하고 있고요. GE Healthcare와도 파트너십을 체결해 활동무대를 세계로 넓혀가고 있습니다. 오늘 포스팅한 세 가지 비즈니스 모델은 '선함과 인류애, 휴머니즘'이라는 기업의 핵심가치와 IT기술의 혁신이 융합될 때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게 바뀔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캄캄하고 무서운 밤을 보내야 하는 저개발국가의 많은 사람들과, 청력이 나빠 불편을 겪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비즈니스 모델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혁신, 우리가 추구해야 할 혁신이 아닐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