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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C

음악 산업 속 빅데이터

biumgonggan 2021. 10. 24. 21:15

푸리에분석(Fourier analysis)

1964년 발표된 비틀즈 3집의 타이틀곡 ‘A Hard Day’s Night’은 오랫동안 음악가들에게 풀지 못한 숙제였습니다. 도입부분에 약 3초간 굉장히 복잡하고 신비스러운 화음이 나오는데요. 이 부분의 코드 화성이 도대체 무슨 음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복잡미묘한 화음을 밝혀낸 건 음악가들이 아니라 과학자들이었는데요. 화음의 주기적 파동을 낱낱이 분석해내는 이른바 ‘푸리에분석(Fourier analysis)’을 활용해 어떤 악기들이 어떤 코드로 결합돼서 그 사운드를 만들어냈는지 밝혀낸 것이죠. 사실 이제껏 음악은 감성이나 직감의 영역이라고만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빅데이터 분야가 급격한 진보를 이루면서 음악계에도 과학적 분석이 조심스레 접목되기 시작했는데요. 오늘은 음악에 빅데이터를 활용해 예상치 못한 깜짝 성공을 일궈낸 다양한 혁신 사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UK 싱글차트 히트곡을 분석해 23가지 변수

가장 파격적인 활용 사례는 빅데이터로 미래의 히트곡을 점치는 것입니다. 하루에도 전 세계에서 수많은 곡들이 쏟아져 나오죠. 과거에 히트했던 곡들을 정교하게 분석해 어떤 음악적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알아내고 이 원리를 활용해 미래 히트곡을 만들어낸다는 생각입니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의 티즐 드 비(Tijl de Bie) 박사팀은 자신들이 고안한 ‘기계 학습 알고리즘’으로 50년간 UK 싱글차트 히트곡을 분석해 23가지 변수들을 추출했습니다. 박자, 빠르기, 멜로디 패턴, 곡의 길이, 시끄러운 정도 등 다양한 음악적 특성들을 결합해 히트곡 방정식을 산출했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시대별로 성공 방정식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들이 달랐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는 멜로디나 화음이 중시된 반면, 1990년대 이후에는 멜로디보다 리듬이나 비트가 부각되었구요. 2000년대 이후로는 빠른 박자에, 멜로디는 단순하면서 음의 세기는 강렬한 곡들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렇게 미리 설정된 23가지 음악적 특성과 시대별 비중을 조합해 새로운 곡이 히트할 수 있는지 확률적으로 계산까지 가능한데요. 실제 한국 대중가요도 이 프로그램에 적용해보면,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원더걸스의 <노바디>, 소녀시대의 <Gee> 같은 노래의 히트 가능성이 매우 높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아티스트 포털(Artist Portal)

세계 최대 음반사 중 하나인 유니버설 뮤직 그룹 역시 빅데이터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요. 유니버설 뮤직은 업계 최초로 빅데이터로 가수들의 인기를 가늠하는 ‘아티스트 포털(Artist Portal)’을 마케팅 툴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스트리밍 횟수, 소셜미디어의 포스팅 횟수, 전 세계 TV와 라디오 방송시간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마케팅 계획 수립에 반영하는 건데요. 자신의 ‘감’에 의지해 아티스트를 마케팅 했던 과거 음반사 직원들의 모습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입니다. 아티스트 포털을 활용하는 마케팅 관계자들은 아티스트의 방송 출연 정보, 콘서트 날짜, TV 프로그램 방송 시간, 아티스트의 음악이 사용된 광고, 소셜미디어 포스트, 인터넷 유출, 홍보비 등의 데이터를 통합해 어떤 마케팅 노력을 기울이면 매출이 증가하는지 검토한 후, 그에 맞게 향후 마케팅 계획을 수정한다고 하는데요. 유니버설 뮤직의 경쟁사인 워너뮤직 그룹과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도 유니버설의 뒤를 바짝 쫓고 있습니다. 워너 뮤직은 유니버설의 아티스트 포털과 비슷한 ‘아티스트 대시보드’ 초기 버전을 론칭해 적극 활용하고 있구요. 소니 뮤직 역시 아티스트의 방송 시간과 매출, 소셜미디어 정보 등을 통합한 대시보드를 만든 것은 물론, 이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한 인력도 지난 2년 사이 50% 가까이 충원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워너 뮤직은 시스템을 통해 LA 출신 팝밴드 ‘에코스미스(Echosmith)’가 동남아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후, 이들의 음반을 미국이나 호주가 아닌 동남아에서 먼저 출시하기로 결정했구요. 유니버설 뮤직 역시 아티스트 포털에 기초에 힙합가수 카니예 웨스트의 핀란드 콘서트를 추진 중입니다. 핀란드는 원래 힙합 음반이 거의 팔리지 않는 국가로 유명한데요. 아티스트 포털을 통해 분석한 결과 의외로 18세에서 24세 사이의 핀란드 팬들이 카니예 웨스트의 음악을 꾸준히 스트리밍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청취자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추천하는 데에도 빅데이터는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라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판도라(Pandora)’는 10여 년간 2억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음악 청취 행태를 수집했습니다. 이용자가 특정 음악에 ‘좋아요(Like)’ 혹은 ‘싫어요(Dislike)’라고 클릭한 데이터와 청취 장소, 시간 등을 수집했구요. 더 나아가 마치 인간 유전자 분석처럼 음악의 속성을 상세히 분류한 ‘뮤직 게놈 프로젝트(Music Genome Project)’를 통해 음조, 템포, 악기 등 450개의 속성을 기준으로 음악을 분류했습니다. 이렇게 촘촘하게 분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용자가 최소한의 정보만 입력해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추천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요. 그 결과 월 평균 7천만 회 이상의 청취 횟수를 확보하며 세계 최대 인터넷 라디오방송 서비스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음악 업계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수준은 아직 초보 단계이고 타 업계에 비해서 시기적으로는 다소 늦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해드린 것처럼, 빅데이터 활용이 굉장히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추세인데요. 국내 음반사나 디지털 콘텐츠 업계에서도 빅데이터 분석을 예의주시하며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