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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전략과 로열티 디스카운트 효과

이어지는 저성장 침체기에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 더욱 주목받는 마케팅 전략이 있습니다. 바로 가격전략인데요. 가격전략은 기업의 수익에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저성장 침체기에는 그 어떤 전략 못지않게 중차대하면서 시급한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상당수 기업이 가격전략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는 부분인데요. 소비자를 만족시키면서도 기업에 고수익을 안겨 줄 최적가를 찾으려는 치열한 노력보다는, 경쟁사 유사상품 가격을 참고하는 게 일반적 방식으로 통용되죠. 미국 와튼스쿨의 자그모한 라주 교수는 "가격결정이야말로 현장에서 부딪히는 가장 까다로운 문제 중 하나이지만 결국은 감으로 결정해왔다는 게 수많은 경영자의 고백”이라고 얘기합니다. 개발, 광고, 유통 전담조직 인력을 갖춘 상당수 조직에서 유독 가격 전문가만은 없는 것도 참 아이러니하죠. 포춘 500대 기업 중 가격전략 전담기능을 갖춘 기업은 5%에 불과할 정도구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종 불문하고 원칙 없는 무리한 할인 경쟁이 끝없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로우 프라이스, 세일 등이 자국 소비자는 물론 외국 관광객에게도 가장 매력적인 단어가 되고 있는데요. 최근 일반 소매업은 물론 여행업까지 저가 붐이 일어 국가마다 대형 아울렛이 국가를 대표하는 제1 관광지로 부상할 정도라고 합니다.이렇듯 저가전략은 기업에 있어서 단기간에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데 유용하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반대로 수익 면에서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단점을 함께 가지고 있죠. 나아가 이 전략은 경쟁자가 쉽게 따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승자 없는 출혈 경쟁을 불러일으키기 쉽습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무참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죠. 그렇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마냥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은 아닙니다.

 

이런 와중에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와 가격을 고민하는 경영자들의 인사이트를 불러일으킵니다. 2014년 연말 Journal of Marketing에 게재된 Willing to Pay More, Eager to Pay Less. 기꺼이 더 낼 것인가 한사코 깎을 것인가라는 위트 넘치는 제목의 논문입니다. 저자는 학계 최초로 고객 충성도가 가격 결정에서 최종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관해 분석해 봤는데요. 여러분, 한번 맞춰보시지요. 고객 충성도가 높으면 높은 가격을 받는데 유리할까요, 불리할까요? 언뜻 생각하기엔 고객 충성도가 높으면 기꺼이 웃돈을 지불하겠거니 싶어 유리할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라고 합니다. 저자가 실험을 실시해 본 결과, 가격협상 시 충성도가 높은 고객은 판매직원으로부터 일종의 '사은' 명분으로 일차적으로 상당한 가격할인을 쉽게 받음으로써 충성도가 유지 또는 강화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고객 충성도를 바탕으로 향후에는 고객이 주도적으로 가격인하를 압박하는 즉, 이차적 할인이 이뤄진다는 겁니다. 일종의 '로열티 디스카운트' 효과가 발생하더라는 거죠. 로열티 디스카운트 효과가 발생하는 원인은 간단합니다. 우선 고객 확보 및 브랜드 호감도 제고를 목적으로 판매직원이 적극적으로 가격인하를 활용하기 때문이죠. 또 충성적인 고객이 자신의 충성도에 대한 합당한 보상으로 가격협상의 주도권을 쥐려하기 때문에 로열티 디스카운트 효과가 발생하는 겁니다. 즉, 고객은 자신이 보유한 구매력과 기존 누적 실적을 근거로 일종의 갑 행세를 하려는 거죠.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같은 로열티 디스카운트 효과는 '고객의 충성도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즉, 충성도가 대단히 높은 고객의 경우 가격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인하 압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거죠. 때문에 기업은 막연히 수익에 도움이 되려니 하는 기대감을 갖거나 고객 충성도를 높이려는 욕심에서 가격인하를 함부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어정쩡하게 높은 고객충성도는 더욱 빈번한 가격인하 요구를 불러일으켜 오히려 수익성 하락의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결과적으로 진정한 로열티와 가짜 로열티를 구분하는 것이 관건으로 보입니다. 기업에 대한 애착정도도 높으면서 반복거래횟수까지 높은 경우를 진정한 로열티로 본다면 애착정도는 낮으면서 반복거래횟수만 높은 것을 가짜 로열티로 볼 수 있는데요. 이 가짜 로열티가 기업에게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가짜 로열티를 가진 고객은 우리 기업을 좋아하지 않으면서 단발적인 가격 프로모션이나 접근 편의성, 습관화된 행동패턴 등으로 인해 타성적으로 구매를 반복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모션 기간이 끝나거나, 매장의 거리가 멀어지거나 혹은 새로운 브랜드가 등장할 경우 얼마든지 그 로열티는와해될 수 있습니다. 또 논문에서 확인되듯 가짜 로열티는 가격인하를 압박하는 수단으로만 사용될 뿐 끈끈하게 축적되지 않습니다.

 

다른 마케팅 분야와 마찬가지로 가격전략 역시 소비자로부터 선택받기 위해서는 소비자 심리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을 올리려고 도입한 가격할인이 오히려 소비자 오도 및 기업 손실의 주범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기업 입장이 아닌 철저히 소비자의 가치 메커니즘에 공감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소비자 마음 속으로 들어가 가격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입장이 되어 봅시다. 이를 통해 정해진 가격, 즉 定價를 넘어 소비자 감성에 충실한 우리 제품의 '情價'는 과연 얼마일지 다시 한 번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