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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과 프로덕트 아웃 전략
계속되는 불황의 시대, 여러분은 어떻게 대처하고 계신가요?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내놓으면 팔리겠지.’, ‘더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이면 환호하겠지.’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하지만 제아무리 우수한 기술의 제품도, 시장에서 사장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요즘 같은 저성장의 시대에는 이런 현상을 더 자주 목격할 수 있죠. 오늘은 이미 20여 년간 저성장을 겪어온 일본에서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힌트를 얻어 볼까 합니다. 수요를 찾아 나서는 일본 기업들의 이른바, ‘마켓인’ 전략입니다.
'마켓인’이란 간단히 말해 시장을 조사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전략입니다. 대비되는 개념으로 ‘프로덕트 아웃’이 있는데요. ‘프로덕트 아웃’은 좋은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으면 수요가 따라올 거라는 접근 방식입니다. 좋은 제품이 먼저냐 고객의 니즈가 먼저냐. 두 가지 모두 좌시할 수는 없는 중요한 가치인 만큼 절대적인 정답은 없습니다만, 수요기반이 충분했던 과거 고도 성장기에는 제품의 품질을 우선시하는 프로덕트 아웃 전략이 상대적으로 유효했던 반면,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마켓인 전략을 도입한 기업의 매출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될 거라는 불안감 때문에 소비자들은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닌 이상 웬만해선 지갑을 열지 않는데요. 이렇게 굳게 닫힌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선, ‘내가 잘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것, 사고 싶어 하는 것’을 만들어야 하는 거죠.
2015년 5월, 미국 시애틀에서 특산물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스물일곱 개 회사에서 180여 종의 식품을 소개했는데요. 그 중에서도 날개 돋친 듯 팔린 제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 제품인데요. 일본 시마네현의 작은 어묵 제조회사 ‘뱃쇼어묵점’이 개발한 생선 칩입니다. 전갱이나 대구 같은 생선살을 으깬 다음, 다시마나 가다랑어 육수로 맛을 살려 유채기름으로 튀겨낸 무첨가 스낵과자인데요. 어떤가요? 맛이 있어 보이시나요? 언뜻 평범한 듯 보이는데요. 도대체 미국 현지에서 호평을 받았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비밀은 바로 ‘마켓인 전략’이었습니다.
요즘 미국에서는 글루텐프리 다이어트가 열풍이라고 합니다. 시장조사기관, 민텔(Mintel)에 의하면 미국 글루텐프리 다이어트 시장은 2013년 기준 105억 달러 규모에 달하고, 2016년까지 무려 48% 더 성장할 전망입니다. 밀이나 보리, 귀리 등에 들어 있는 ‘글루텐’은 아시다시피, 파스타 면과 케이크, 빵과 같은 미국인의 주식에 많이 들어있는데요. 미국인의 경우, 밀을 섭취했을 때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약 6%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밀 알레르기(allergy)와 글루텐 과민증(sensitivity)을 호소하는 사람들인데요. 글루텐 성분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글루텐프리 식품은 최근 들어 과민증을 가진 사람들 외에 일반인들에게도 일종의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지나친 밀가루 음식 섭취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비만을 유발한다는 인식 때문인데요. ‘뱃쇼어묵점’은 이 같은 미국 시장의 흐름에 발맞춰 1년간 심혈을 기울인 끝에 ‘글루텐프리 생선 칩’을 출시했고, 소개해드린 대로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보다 건강한 식단을 선호하는 웰빙 소비자들의 마음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안심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주고 싶은 부모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결과인데요.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구글 런던 사무실의 사내 간식으로 채택될 정도로 서구권의 건강 열풍과 함께 성장궤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일본 어린이 2명 중 1명이 신고 있다는 운동화에 대해 아시나요? 바로 일본 아킬레스사의 ‘슌 소쿠’라는 운동화인데요. 일본말로 ‘순식간’이라는 뜻을 가진 이 운동화 역시 마켓인 전략을 통해 탄생했습니다. 아킬레스 사는 단순히 좋은 운동화를 만들기보다는,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아이들이 원하는 운동화가 무엇인지 파악해냈는데요. 아이들은 어떤 운동화를 갖고 싶어 했을까요? 잠깐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죠. 여러분도 어린 시절 한 번쯤 ‘달리기 1등’을 꿈꿔보신 적이 있으실 텐데요. 그렇습니다. ‘슌 소쿠’는 ‘달리기 1등’이라는 어린이들의 영원한 꿈을 만족시키기 위해 개발된 운동화입니다. 어린이들은 운동장 트랙을 달릴 때 항상 시계 반대 방향으로 달리게 되는데요. ‘슌 소쿠’는 원심력 때문에 왼쪽에 가해지는 압력을 더 잘 버티도록 좌우 비대칭으로 스파이크를 설계했습니다. 가벼운 소재를 사용하고, 안전을 위해 반사판까지 부착하는 등 어린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준 이 운동화는 (2003년 출시 이래로 10여 년 간: PPT에서 소화) 4천만 켤레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대히트를 쳤습니다. 기존 일본 신발시장의 최고 히트 상품도 150만 켤레가 한계였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지 알 수 있죠.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지갑을 열지 않는 불황기, 오늘 소개해드린 사례에서 보듯, 일본 기업들은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에 먼저 주목하는 ‘마켓인’ 전략으로 극복해나가고 있습니다. ‘나만 만들 수 있고, 내가 가장 잘 만드는 제품’이 아닌, ‘소비자가 갖고 싶어 하고, 사고 싶어 하는 제품’으로 승부하는 마켓인 전략, 여러분의 불황 극복에도 참고해보시면 어떨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