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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갈등 이유
미국과 중국은 왜 무역 문제로 다투고 있는 것일까요. 애덤 스미스나 데이비드 리카도가 말하는 교역의 이득은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합니다. 중국과 교역이 늘어나면서 미국 경제 전체는 분명히 이득을 얻었습니다. 중국에서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서 만든 저렴한 제조업 제품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미국의 물가 상승을 억제했고, 소비자들은 같은 명목임금을 가지고 실질적으로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교역의 이익이 모든 개인에게 골고루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21세기 들어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릴 만큼 제조업 경쟁력이 강해지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미국에서 가구 만들던 목수들이나 단순 제조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었는데요, 그러면 이 사람들이 직업훈련을 거쳐 새로운 일자리를 찾든지, 아니면 조기에 은퇴하고 연금을 받으며 생활해야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그 아들딸들은 고등교육을 받고 미국이 비교우위를 가진 분야에 취직할 수 있습니다. 인텔, 보잉 같은 첨단기술 기업, 사료용 콩 같은 농산물을 대규모로 수출하는 기업, 이런 뎁니다. 이런 분야에서 소득이 많이 발생하고 세금을 많이 내면 그 부모세대의 연금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무역에서 발생하는 이득이 개인들에게 고르게 퍼지도록 하려면 이렇게 인적자원의 재배치와 소득 재분배가 함께 일어나야 합니다. 이 과정에 시간이 꽤 걸리는데, 중국경제가 너무 빠르게 압축성장을 해 버렸죠. 점점 많은 미국 사람들이 ‘뭔가 내가 손해를 봤다’고 느끼게 되었는데요. 특히 자동차 산업이 많이 발달했던 디트로이트 같은, 예전에는 잘 나갔지만 지금은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도시 전체가 많이 쇠퇴한 소위 ‘러스트 벨트’에서 이런 현상이 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때 자신의 지지층으로 끌어들인 사람들이 바로 이 계층입니다. 그 동안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 분야에서 일하던 사람들에게, “당신들의 이익을 지켜주겠다”라고 해서 지지를 받고, 그 사람들의 이익을 미국 전체의 이익이라고 포장하는 거죠. 취임사에서부터 “America First!”를 반복해서 외친 데는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이번 무역갈등도, 표면적으로는 경제적 이익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국내의 정치적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서 초강대국이 되려고 한다는 걱정도 하고 있습니다. 허드슨 연구소의 마이클 필스버리가 쓴 ‘100년의 마라톤’이라는 책이 있는데요, 중국이 건국 100년이 되는 2049년까지는 미국을 능가하는 글로벌 초강대국이 되려고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이런 의도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숨겨왔고, 미국은 지금까지 여기에 속아서, 중국의 개방과 발전을 도와주면 중국이 미국의 우방이 되고 자유로운 민주국가가 되지 않겠냐, 이렇게 순진하게 생각해왔다는 것이죠.
2018년 10월에 펜스 부통령이 바로 이 허드슨 연구소에서 중국의 무역정책을 강력하게 비난하는 연설을 한 것은 다분히 상징적입니다. 한마디로 ‘더 이상은 속지 않겠다’라는 신호를 보내는 거죠. 중국이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제조강국이 된 것까지는 인정하겠는데, 기술력에서도 미국을 능가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겠다, 특히 미국 기술을 몰래 가져가도록 하지는 않겠다, 이런 겁니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에 대해 지적 재산권을 지키라는 요구를 유독 강하게 하고 있고요, 화웨이 같은 기술기업들에 대해 여러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개발도상국에게는 선진국들이 기술이전을 쉽게 해 줍니다. 불법복제 같은 것을 대충 눈감아주기도 하죠. 한국경제도 사실 80년대 정도까지는 비슷한 과정을 거쳐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선진국과 경쟁할 단계가 되면 지적 재산권을 지키라는 요구를 받습니다. 한국도 이제 더 이상 대학생들이 각종 교재를 복사해서 쓰지 못하죠. 기술특허는 한국이 오히려 탈취당할까 봐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도 경제학에서 많이 다뤄 왔습니다. ‘유치산업 보호론’이라고 들어보셨을 텐데요. 복싱 경기에 종종 비유를 하죠. 어른 헤비급 선수하고 어린아이가 맞붙어 싸우는 건 공정하지 않다. 그러니 저개발국이 수입관세를 높여서 자국 시장을 보호한다든가, 정부에서 세금이나 원조받은 자금으로 기술개발을 해서 민간기업에 준다고 해도 선진국이 양해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은 90년대에 WTO가 출범할 무렵에 제도 정비를 많이 했고요, 적어도 무역제도나 특허권 보호 같은 면에서는 이미 어른 복싱 선수가 되어서 링에 올라가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서 요구하는 것도 이겁니다. 다 컸으니까 제대로 한번 붙어보자, 하는 거죠.
아마 앞으로도 미국과 중국은 무역제도나 지적재산권 문제를 놓고 계속 티격태격할 것으로 봅니다.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된 마당에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에서 비중이 제일 큰 두 나라가 무역전쟁을 본격적으로 벌이면 다 같이 망한다는 것 역시 양국이 모두 잘 알고 있는 만큼, 스미스와 리카도가 말하는 대로, 교역관계를 통한 양국의 경제협력도 큰 문제는 없이 이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