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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론들이 원자재 가격 강세에 대해 많은 보도를 해왔습니다. S&P가 집계하는 원자재 가격지수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및 수요 위축 우려 등으로 2020년 4월 21일에 228.2 포인트를 기록했는데요. 이는 2003년 3분기 이후 최저치입니다. 하지만, 이후 빠르게 회복하기 시작하면서 8월 말 현재 2020년 최저치 대비 57%나 급등했죠. 그렇다면 원자재 가격 상승과 미국 경제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주요 IB들은 미국의 봉쇄조치 완화 및 경기지표 개선세가 원유, 구리, 철광석 등 산업용 원자재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면서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미국의 각종 경기지표들은 지난 2분기 초반,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는데요. 이후 정부의 경기부양책, 연준의 막대한 유동성 확대 조치 등으로 기업의 경제활동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펜실베이니아, 뉴저지, 델라웨어, 뉴욕 주 제조업 경기 현황을 보여주는 엠파이어스테이트 지수와 필라델피아 연은 제조업 지수는 2020년 4월에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5월부터 상승세로 접어들더니, 6월과 7월에 경기 위축과 확장의 경계선인 0을 넘어섰죠. 이런 긍정적 흐름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는데요. 기업 구매담당자 대상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산출되는 구매관리자 지수(PMI)의 경우, 50을 기준으로 향후 경기가 위축국면에 들어설 것인지 아니면 확장국면에 진입할 것인지를 판단하는데요. 제조업과 비제조업 PMI 모두 지난 4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지난 6월부터 50을 넘어선 상태입니다.

 

연준의 통화정책 및 달러 가치도 원자재 가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원자재는 달러로 거래되므로, 달러의 가치 하락은 투기 수요를 증가시키고 결국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유발하게 됩니다. 2000년 초부터 2020년 8월 말까지 S&P 원자재 가격지수와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 간 상관계수는 무려 -0.83인데요. 원자재 가격과 달러 가치는 서로 반대의 흐름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코로나19 위기 타개를 위한 연준의 역대급 돈 풀기 정책으로 인해 달러의 가치는 지난 3월부터 꾸준히 하락해 8월 말 현재 2018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연준의 막대한 유동성 확대 정책은 특히 금 가격 상승과도 관련이 깊은데요. 금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들 중 하나가 바로 물가 상승이기 때문입니다. 연준의 돈 풀기 정책으로 인해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물가가 많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 사람들은 이를 대비하기 위해 실물 귀금속인 금 매입을 늘리겠죠.

 

한편, S&P는 원자재 가격지수를 산출할 때 구성 항목 원자재별로 가중치를 다르게 적용하고 있는데요. 가장 큰 가중치인 약 60%를 적용하는 부문은 원유입니다. 따라서 최근 원자재 가격지수의 상승은 유가의 빠른 회복세와도 연관이 있는데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수요 위축 및 공급과잉으로 원유 저장 시설이 부족해지자 지난 2020년 4월 20일, WTI 배럴당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대를 기록하면서 마이너스 38달러로 주저앉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8월 말 현재 43달러로 올라섰죠. 유가 급등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미국 셰일 업계의 침체인데요. 코로나19 위기 이전까지는 셰일 업체들의 막대한 생산량에 힘입어 미국이 최대 산유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수요 급감 및 유가 급락으로 많은 셰일 업체들이 도산하게 되면서 미국의 산유량도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이와 같은 미국의 '자연적 감산’으로 인해 글로벌 원유 공급량은 빠르게 줄어든 반면, 중국 등 주요국의 경제정상화로 원유에 대한 수요는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등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조짐을 보이면서 유가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美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위기 이전인 2019년 말 미국의 하루 평균 생산량은 1,278만 배럴이었는데요. 2020년 상반기말에 975만 배럴로 급감했죠. BNP파리바는 유가 급락에 따른 美셰일 업계의 피해가 막대해 생산 정상화가 올해 안에는 이뤄지기 힘들어 미국의 산유량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미국경제는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도 큰 영향을 발휘합니다. 만일 미국경제 회복세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지금의 분위기가 반전돼 어원 자재 시장도 재차 위축될 수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미국 경제의 개선세가 지속될 것인지 여부는 불분명한데요. 옥스퍼드이코노믹스와 연준도 최근 각종 실물지표 개선세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워서 미국 경제의 미래도 매우 불확실하다고 강조한 바 있죠. 앞으로 코로나19가 더욱 확산될 경우, 원자재 수요 위축 우려가 또다시 불거지면서 2020년 초에 있었던 각종 원자재 가격의 급락이 재연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