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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C

선도기업과 후발기업의 경쟁

biumgonggan 2021. 10. 13. 10:46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선도자, 그리고, 그 뒤를 쫓는 추격자, 여러분, 이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빠를까요? 추격자 중에서도 가장 빠르다고 알려진 패스트 팔로어와 업종의 혁신을 주도하는 선도기업들의 관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요, “선도기업일 때보다 추격자일 때의 스피드가 더 빠르다”는 데대해 동의하는 지를 물었습니다. 그 결과 조직에 따라 최고 90점에서 최저 74점까지 차이는 있었지만, 전체 평균은 80점이었습니다. 200여 명 응답자의 절대다수가 ‘추격자일 때가 더 빠르다’고 대답한 것이죠. 설문조사에서뿐만 아니라, 경영진 인터뷰나 선진기업 벤치마킹에서도 추격자가 더 빠르다는 응답이 많았는데요. 추격자는 선도자가 만들어 놓은 길을 가기 때문에 그만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따라서 속도를 한껏 낼 수 있다는 것이죠. 이렇게 해서 속도가 붙은 추격자가 간혹 선도자보다 더 큰 매출과 이익을 시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점이 하나 생기는데요. 추격자가 더 빠르다면 패스트 팔로워가 조만간 선도자를 추월하게 될 텐데요, 실제로 그런 경우는 많지 않거든요. 패스트 팔로워가 기존 선도자를 추월해 새로운 선도자로 등극하고, 이 새로운 선도자를 또 그 바로 뒤의 패스트 팔로워가 추월하고, 이런 식으로 순차적 물갈이가 일어나야 할 텐데 그렇지 않다는 거죠. 선도자가 도태되는 경우는 많지만 그렇다고 바로 뒤의 패스트 팔로워가 그 자리를 차지하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그 자리는 혁신성으로 무장한 무명의 신생기업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훨씬 더 많죠. 왜 패스트 팔로워는 선도자로 올라서기 어려울까요? 결론적으로 스피드 특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추격자 스피드는 다른 스피드에 비해 토대가 협소합니다. 이 말을 이해하기 위해선 연구 결과를 먼저 간략히 설명드릴 필요가 있는데요. 설문 데이터의 통계분석을 통해 4개의 스피드 요인을 도출했습니다, 먼저, 목표 인식이나 협업, 새로운 시도 등이 기반 요인으로 묶였고요. 전략 성공에 대한 전념이 집중 요인으로 묶였습니다. 그리고 조직의 복잡성을 다중성 요인으로, 마지막으로 의사결정이 최고위층에 편중된 정도가 위계 요인으로 묶였죠. 이 요인들이 스피드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는데요, 선도자 스피드는 4개의 요인 중 3개가, 의사결정 스피드에는 4개 모두, 실행 스피드에는 2개가, 신사업 스피드에는 3개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추격자 스피드는 흥미롭게도 단 하나의 요인, 집중 요인만이 유의미했는데요. 이 말은 집중요인만 높이면 빠른 속도 확보가 가능한 것이 추격자 스피드라는 뜻이 됩니다. 그래서 패스트 팔로워는 더 빨라지기 위해 다른 요인들은 어찌 되건, 집중 요인만 강화하기도 하는데요. 반면, 선도자가 스피드를 내기 위해선 집중 요인뿐만 아니라 다중성과 기반 요인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패스트 팔로워로 최적화되면 될수록 역설적으로 선도자로 오르기는 더 어려워진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죠.

 

추격자 스피드의 두 번째 특성은 실행 중심입니다. 추격자 스피드는 의사결정보다는 실행이 강점이란 뜻인데요, 그렇다고 추격자가 의사결정에서 느리다는 말은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추격자는 선도자가 만들어 놓은 길을 가기 때문에 의사결정에는 시간과 에너지를 그만큼 적게 배정해도 되고, 이 때문에 오히려 의사결정이 빠르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죠. 반면 의사결정에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하는 선도자는 마치 의사결정이 느린 것처럼 보이고요. 하지만 추격자가 시간을 요하는 의사결정을 해야 할 상황에 놓이면 문제가 표면화됩니다. 4개 요인을 고루 갖춰야 하는 의사결정 스피드는 그 토대가 모든 스피드 중에서도 가장 광범한데요, 의사결정, 특히 고난도 의사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상황은 집중 요인에 올인해 온 추격자에게는 새로운 시련이 아닐 수 없죠.

 

추격자 스피드의 세 번째 특징은 신사업 취약성입니다. 신사업 스피드의 토대는 3개 요인으로 구성되는데 추격자의 강점인 집중 요인은 그 셋 중에서도 영향력이 가장 작죠. 따라서 더 영향력 있는 요인, 즉, 다중성과 기반 요인이 약한 추격자라면 생각했던 것보다 신사업 진출 속도가 안 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요. 아니 스피드로 소문난 우리가 어떻게 이렇게 더딜 수 있지?라고 답답해하는 거죠. 특히 아직 뚜렷한 선도자가 없는 미지의 분야로의 진출이라면 추격자에겐 야심 찬 도전일 텐데요, 이런 경우일수록 스피드 하락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겁니다.

 

추격자 스피드의 마지막 특성은 추격자에게 유리한 점이기도 한데요, 바로 외부 환경으로부터의 버퍼입니다. 저희 연구 결과 환경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은 기반 요인을 약화시킴으로써 결국 스피드를 저하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그런데 이 기반 요인은 선도자의 스피드 토대이지만 추격자의 스피드 토대는 아니기 때문에 추격자는 선도자보다 충격을 덜 받죠. 그래서 몇몇 추격자들은 선도자의 연이은 쇠퇴 속에서도 꿋꿋하게 고성과를 유지하는데요. 이 때문에 빠른 추격자가 선도자보다 생존에 유리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물론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더 빠른 추격자들이 없는 한에서 말이죠.

 

지금까지 추격자, 그중에서도 특히 빠른 추격자는 선도자보다 빠르다는 것, 하지만 추격자로서 성공했다고 선도자의 자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보셨는데요. 협소한 스피드 토대를 넓히지 않고는 선도자로 올라서기 어렵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