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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일본의 배려 깊은 가게, 미래식당

biumgonggan 2021. 10. 11. 19:58

 

혹시 여러분은 착한 이익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멕스 카드처럼 170만 달러를 한방에 쏘거나, 고드레지처럼 최소한 10만 대의 제품은 팔 수 있어야 한다거나 말이죠.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조그마한 가게를 하면서도 얼마든지 좋은 이익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오늘은 도쿄 진보초에 있는 미래 식당으로 가보겠습니다. 이곳은 좌석이 12개에 불과한 조그마한 식당입니다. 종업원도 없죠. 가게 주인 혼자서 다합니다. 그런데도 점심에 최소 3회전을 합니다. 월 매출 110만 엔인데, 별도 인건비가 안 드니 늘 흑자입니다. 우리가 왜, 이런 조그마한 가게에 주목해야 할까요?

 

2017년 겨울 이 가게를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주인이 혼자라고 했는데, 아르바이트생처럼 보이는 사람 두 명이 더 보입니다. 알고 보니까요. 이곳에선 50분간 일하면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아르바이트생한테, 아르바이트비를 '돈'이 아닌 '식사'로 지불하는 겁니다. 당연히 추가적인 인건비가 안 나가겠지요. 이야기의 시작은 지금부터입니다. 50분 일에 대한 대가로 받는 것은 '한 끼 식사'이긴 한데요. 딱 '한 끼 식사'라기보다는,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말장난 같지만 아닙니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한 끼 식사는 내가 합니다만, 식사할 권리는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들은 50분간 일한 뒤, 식사할 수 있는 권리를, 배고파하는 누군가에게 양도합니다. 따뜻한 마음과 함께 말이죠.

 

세상을 살다 보면,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런데 도움을 줄 때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줄까요? 연탄 나눔, 쌀 나눔, 김장 나눔, 방한복 나눔... 우리는 수많은 나눔을 하면서 기록을 남깁니다. 사진을 찍기도 하고 SNS에 올리기도 하죠. 여러분도 그런 경험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 그런 나눔의 경험을 하실 때, 혹시 도움받는 사람의 기분을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들은 자신들의 모습이 자랑스러울까요? 당장 연탄이 급하고, 쌀이 급해서, 체면 불고하고 사진에 찍힌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도움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 서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미래 식당은 겸연쩍을 수 있는 순간, '도움을 주는 자'와 '받는 자'가 대면하는 상황을 배제시킵니다. 도움을 주고 싶다면 이 식당에서 한 끼 알바를 한 후 스티커를 붙이고 갑니다. 필요한 사람은 필요한 때 와서 한 끼를 대접받습니다. 서로 만나지 않기에, 진정성이 돋보입니다. 미래 식당이 만든 것은 바로 이런 '구조'인 셈이지요. 이런 사연을 알고 나니 한 끼 아르바이트생들이 달라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은 최저시급이 필요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러 온 사람들이 아닙니다. 대학생부터 식당 창업 예정자와 NGO 근무자, 벤처 창업자 등등이 세상을 공부하고,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이 식당에 옵니다. 연간 450명 정도 온다고 합니다. 놀라운 수치입니다. 일손은 조금 서투를지라도 큰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어차피 요리를 잘하고 설거지를 잘해서 뽑은 사람들은 아니니까요.

 

실제로, 이 식당에서는 점심시간에 최고 10회전을 한다고 합니다. 사실 말로만 들었을 때는 잘 믿기지 않았는데요. 직접 가보니 알겠더군요. 줄을 섭니다. 제 차례가 됩니다. 제 엉덩이가 의자에 닿기도 전에 식판이 날아옵니다. 밥은 옆에 있는 밥솥에서 원하는 만큼 떠먹으라고 합니다. 저는 여기서, 타니타 식당에서 배운 대로 20분 동안 꼭꼭 씹어먹었을까요? 아니면 후다닥 먹었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빨리 자리를 비워주는 것이, 저도 착한 일에 동참한다는 생각이 들어 전속력으로 먹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저만 그러는 게 아니더군요. 스마트폰을 보거나 뭉그적뭉그적 하면서 식사하는 손님은 없었습니다. 하루 10회전이란 말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물론 일반적인 혁신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메뉴판이 꼭 있어야 하는가?' 이런 고민 끝에 메뉴판을 없앴습니다. 매일매일 바뀌는 단 한 가지 메뉴만 주문할 수 있게 한 거죠. 그런 식으로 주문 시간과 식사 준비 시간을 절약했습니다.'10엔 이하 동전이 꼭 필요한가?' 이런 의구심도 가졌습니다. 일본은 소비세가 무려 8%입니다. 800엔짜리 메뉴라도 864엔을 내야 하죠. 거스름돈 계산이 번거롭습니다. 그래서 이 식당은 그냥 '세금 포함 900엔'으로 정했습니다. 식사를 하고 나면 100엔 할인권을 줍니다. 다음부터는 800엔에 먹을 수 있는 거죠. 계란이 50엔이라 약간 번거롭습니다만, 나중엔 계란 포함 천 엔 정도로 바뀌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봅니다.

 

요즈음 '비즈니스 모델'이란 용어를 참 많이 씁니다.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어떤 경로로 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미래 식당은 '혁신'이란 키워드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 대한'배려'라는 따뜻함을 추가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냈습니다. 여러분도 여러분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길 강권합니다.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직원들에게 시키시지 말고요. 직접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한 가지, 정말 중요한 건요.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라는 하나의 과정, 그 프로세스를'혁신'과 '배려'라는 두 가지 프리즘을 통해 살펴보셔야 한다는 겁니다. 꼭 기억하십시오. 혁신과 배려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