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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하는 MR 인도어 스포츠

biumgonggan 2021. 10. 8. 22:22

코로나 시대 최고 화두는 단연 '언택트'인데요.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MR Indoor Sports 시장’이 급성장 중입니다. 전문화된 고급 장비와 IT기술 등을 활용해 피트니스센터가 아닌, 집과 같은 실내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거죠. ‘Mixed Reality’ MR 콘텐츠를 활용해 게이밍, 트레이닝, 코칭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으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MR 인도어 스포츠는 2017년 약 117억 달러에서 2025년 306억 달러로, 연평균 13.6% 고성장을 예고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MR 인도어 스포츠 분야에서 ‘요즘 가장 핫한 기업’ 펠로톤 이야기를 포스팅해보겠습니다.

 

여러분도 조깅이나 피트니스, 요가를 할 때 혼자서 하는 것보다 누군가와 같이 할 때 효과가 더 좋았던 경험, 있으실 겁니다. 보통 운동은 혼자 할 때보다 여럿이 함께 할 때 더 잘된다고 하지요. 혼자 하더라도, 유튜브 영상 콘텐츠를 단순히 바라보며 하는 것보다는, 콘텐츠에 참여하거나 마치 강사와 운동 동료들이 옆에 있는 듯 실감을 느낄 때 훨씬 신나고 오래 할 수 있는데요. 펠로톤은 바로 이 지점을 공략하며 2012년 미국 뉴욕에서 출발했습니다.

 

창업자 존 폴리(John Foley)는 싸이클링 매니아로 유명한데요. 소울사이클 회원이었던 그는 집에서 혼자 자전거를 타더라도 남들과 함께 하는 효과를 내고 싶었고, 그래서 실내 자전거에 아이패드를 달아 사용자들을 ‘연결’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냅니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존 폴리가 펠로톤을 ‘아이패드가 달린 혁신적인 실내 자전거를 판매하는 회사’가 아니라, ‘실내 자전거와 연동되는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로 만들었다는 사실입니다. 펠로톤은 ‘실내 자전거 제조/판매 기업’인 동시에 ‘피트니스 동영상을 만드는 콘텐츠 서비스 기업’인 셈이지요.

 

실제로 펠로톤의 고객은 펠로톤 피트니스 제품을 구입한 후 펠로톤 구독 서비스에 가입함으로써 펠로톤이 제공하는 라이브 클래스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다른 참여자와 비교하고 경쟁하면서 운동하는 것은 물론, 펠로톤이 매주 새롭게 제공하는 수많은 콘텐츠 라이브러리에서 마음에 드는 클래스를 선택해 운동합니다. 꼭 펠로톤이 만든 실내 자전거를 사지 않아도, 펠로톤의 동영상만 구독해 참여할 수도 있는데요.

 

펠로톤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회계연도 3분기(한국 기준 1분기) 기준, 자전거와 같은 피트니스 연계 제품의 매출은 총 4억 2,2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61% 증가했고, 이는 아직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지만, 구독 수익이 총 9,820만 달러로 전년 대비 무려 92%나 증가해, 총 수익의 19%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펠로톤이 구독자 유지율을 측정하는 데 사용하는 월평균 이탈 비율이 0.46%로,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사실도 고무적입니다.

 

이처럼 ‘온라인 콘텐츠 회사’로서의 펠로톤이 무엇보다 신경 쓰는 부분은 역시나 콘텐츠 제작입니다. 펠로톤은 사전에 촬영된 콘텐츠가 아니라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실시간으로 동기를 부여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습니다. 고객이 설정한 관심그룹의 운동 상황을 역시나 실시간으로 보여줌으로써 약간의 경쟁심을 자극하기도 하지요. 펠로톤은 이처럼 실감나는 스트리밍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데요. 뉴욕에 있는 펠로톤 전용 스튜디오는 할리우드 영화 촬영 스튜디오를 능가하는 수준입니다. 펠로톤은 이곳에 최고의 전문가들만 투입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이들 중 상당수는 에미상 수상경력이 있는 전문가들로, 상당한 스카우트 비용을 받고 펠로톤에 입성했습니다. 2018년 B2B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Neurotic Media’를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죠.

 

그리고 한 가지 더, 불특정 다수를 위한 콘텐츠가 아니라, 개인 맞춤형 홈 PT 전문회사로 포지셔닝한 전략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고객이 자신의 키나 몸무게, 성별, 나이 같은 기본적인 생체정보를 입력하면, 펠로톤은 이후 개인별 운동습관 등을 통해 고객이 참여하는 운동 클래스 유형, 운동 시간, 운동할 때 듣는 음악 등을 분석합니다. 한마디로, 펠로톤이 고객 개개인의 운동 습관을 완벽하게 이해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펠로톤은 이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딱 맞는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합니다. 개인 맞춤형 운동 콘텐츠를 제공하는 일련의 과정이 마치, 넷플릭스가 고객에게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펠로톤은 ‘피트니스계의 넷플릭스’로 불리기도 하지요.

 

펠로톤의 바이크는 2,245달러, 트레드밀은 4,295달러에 육박합니다. 구독비용도 월 39달러로, 일반적인 오프라인 실내 사이클 스튜디오 업체들보다 높은 가격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펠로톤의 충성 고객들은 차별화된 홈트레이닝 서비스에 만족감을 느끼며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피트니스가 폐쇄됨에 따라, 펠로톤의 2020년 1분기 매출은 5억246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6%나 늘었습니다. 전체 유료회원이 260만 명 정도인데, 1분기에만 88만 6000명 증가했고, 주가도 마찬가집니다.

 

2020년 5월 펠로톤의 주가는 42달러로, 2019년 9월에 비해 51% 증가했습니다. 덕분에 ‘지난 1년간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기업’ 중 11위를 차지하게 되었는데요. 이 순위가 재밌습니다. 잠깐 확인해보면, 1위 Moderna(203%)는 백신 치료제를 개발하는 곳이고요. 3위 Teladoc(111%)은 원격의료 기업, 6위 Dexcom(85%)은 당뇨 관리 기업입니다. 지난 1년간 주가 상승 10위 기업 중 헬스케어 관련 기업이 3개나 된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요. 1위 Moderna를 제외하고는 디지털 헬스와 관련된 기업입니다. 코로나19로 건강 이슈가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는 시점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언택트 건강관리 시장이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지요.

 

오늘 포스팅해드린 것처럼, 펠로톤은 미국 피트니스 산업에 한 획을 긋고 있는 중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진정되지 않는 한, 펠로톤의 상승세는 한동안 계속될 듯 보이는데요. ‘운동’이 아니라 ‘콘텐츠 소비’로 업의 개념을 전환한 존 폴리의 아이디어를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