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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의 스킨십 문화

biumgonggan 2021. 10. 4. 01:40

일본인은 우리와는 달리 악수 대신 몸을 연거푸 숙이며 목례를 합니다. 전형적인 일본식 인산 데요, 일본말로 오지기라고 합니다. 우리처럼 만났을 때 힘차게 악수를 하는 장면은 거의 볼 수가 없습니다. 학자들은 일본인이 스킨십을 썩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언어학자 홍민표 교수가 한국과 일본의 악수 선호도를 비교 연구했습니다. 지하철역에서 고교 동창을 만난 상황에서 어떻게 인사하는지 봤더니, 한국 남성은 61%가 악수를 하며 반가움을 표시하는데 비해, 일본 남성은 악수하는 비율이 6%에 불과했습니다. 대신 “말로만 인사한다.”는 대답이 65%로 가장 많았습니다. 일본 여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스킨십은 영어사전에는 나오지 않는 일본식 조어입니다. 처음에는 엄마가 아이에게 살갗을 맞댐으로써 모정을 전하는 일이라는 뜻으로 쓰였습니다만, 점차 연인과 친구 등 다양한 관계에서의 신체접촉으로 뜻이 확장됐습니다. 하지만 일본인은 친근감을 표현하기 위해 우리처럼 자주, 스스럼없이 스킨십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처음 온 일본인이 많이 놀라는 장면이 젊은 여성들끼리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고 걷고, 남자들끼리 어깨동무하는 모습입니다. 서양인이 “혹시 동성애자가 아닐까” 의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 일본인은 자연스러운 스킨십 문화 그 자체를 무척 낯설어합니다.

 

일본인은 가족 사이에도 스킨십이 별로 없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부부끼리 한 침대를 쓰지 않는다는 점이죠. 넓은 더블 침대보다는 따로따로 분리된 트윈 침대를 선호합니다. 제가 처음 일본 생활을 할 때 이 이야기를 듣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설마 진짜일까 싶어 만나는 일본인마다 조심스레 물었더니, 오히려 “한국 부부는 한 침대를 쓰냐?”며 반문하더군요. 그리고 “불편한데 어떻게 한 침대를 쓰죠? 코를 골거나 뒤척이면 서로 잠을 설치기 쉽고, 위생상으로도 안 좋지 않나요?”라며 의아해하더군요.

 

일본인은 왜 스킨십을 선호하지 않는 것일까요? 일본의 기후가 습기가 많아서 그렇다는 등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학자들은 일본인이 신체 주변의 일정한 공간을 개인의 사적 공간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침해받지 말아야 할 개인의 영역이라는 것이죠. 심리학에서는 대화할 때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거리로 각 문화권의 스킨십 선호도를 측정합니다. 일본은 약 1m, 미국은 약 45에서 50cm 정도라고 보고, 진한 스킨십 인사를 선호하는 라틴아메리카와 중동에선 더 가깝다고 봅니다. 한국인의 경우, 미국인과 일본인의 중간쯤인 약 60cm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미국 심리학자 반 런드의 美日 비교 연구를 보면 일본인이 얼마나 신체접촉을 기피하는지 알 수 있는데요. 반런드는 “심지어 미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상대와의 신체접촉 횟수가,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상대와 하는 신체 접촉 횟수보다 많았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발달심리학에서는 일본인이 스킨십을 유독 선호하지 않게 된 이유를 엄격한 훈육방식에서 찾기도 합니다. 어린아이가 출근하는 아빠에게 뽀뽀하는 모습이나, 다 큰 아들이 엄마와 다정하게 포옹하는 모습은 보통 일본인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입니다. 부모와 자식이 신체접촉을 하며 애정을 표현하는 것을 썩 권장하지 않는 문화다 보니, 스킨십을 어색해한다는 것이죠.

 

일본인은 눈을 맞추는 데도 부담감을 느낍니다. 소집단으로 나눠 커뮤니케이션을 하도록 했더니, 미국인은 전체 시선의 30에서 60%를 시선을 맞추며 이야기하는데 비해, 일본인은 그 비율이 10% 이하에 그쳤습니다. 사회심리학자 이노우에 타다시는 목례를 하면 상대방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인이 오지기 인사법을 선호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모르는 사람과 만났을 때 일본인이 눈을 피하는 행동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그래서 많은 일본인들이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낯선 사람의 시선을 피해 천장이나 발을 보는 행동을 취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시선 접촉이 그만큼 부담스럽다는 거죠.

 

이런 일본인과 만날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간단합니다. 스킨십을 가급적 자제해야겠죠. 우리는 친근감의 표현이지만, 그들은 불쾌하게 느낀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면 됩니다. 일본인은 함께 걸어갈 때도 조금 떨어져서 걷는데요, 상대방의 영역을 소중히 해서라고 말합니다. 심지어 비 오는 날에 우산 속에 두 사람이 들어가는 경우도 드뭅니다. 특히 악수는 세게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일본인도 악수가 글로벌한 인사법이라는 것을 알기에 악수를 하지만, 의례상 가볍게 합니다. 한국식으로 호탕함을 과시하려고 손아귀에 힘을 주지 마시고 부드럽게 하세요. 가벼운 터치도 삼가시고요.

 

또 일본인과 인사하거나 이야기할 때 시선을 너무 똑바로 정면을 보려고 애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특히 곤란한 이야기를 하거나 거절할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는 시선을 피하지 않는 것을 신뢰감을 주는 정정당당한 태도로 여기지만, 일본인은 시선을 똑바로 마주 보는 태도를 도전과 무례로 간주할 때가 많아서입니다. 스킨십에 대한 일본인의 생각이 우리와 참 다르죠? 앞으로 일본인과 스킨십을 할 때, 한 번 더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