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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C

인기게임의 몰락 이유

biumgonggan 2021. 10. 1. 08:55

보스턴 컨설팅 그룹은 '1950년 이후 상장기업 3만 5,000개를 분석한 결과, 기업의 평균 수명이 30년에 그쳤다’는 보고서를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기업들은 매년 10개 중 1개꼴로 사라지고 있고, 3개 중 1개는 5년 이상 생존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5년 이상 생존율이 67% 정도밖에 되지 않는 거죠. 세계에서 스타트업을 하기 가장 좋다는 실리콘밸리에서조차 사업 성공률은 1%에 불과한데요. 실패 기업이 넘쳐나는 급변하는 환경에서 이 기업들의 실패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선도 기업들은 무엇을 어떻게 실패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포스팅해보려고 하는데요. 오늘 만나볼 기업은 바로 앵그리버드입니다.

 

"화가 난다, 화가 나!" 몇 년 전 국내 유명 개그프로에서 한참 인기를 끌었던 유행어, 기억하시는지요. 당시 한참 유행했던 인기 게임 '앵그리버드'의 대표 캐릭터 '화난 새'를 묘사한 건데요. 국내 대표 개그프로에서, 대표 콩트로 활용했을 정도로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였습니다. 단말기 패러다임이 모바일로 본격 전환되었던 2009년 출시돼, 불과 4년 만인 2013년, 앵그리버드 제작사 로비오는 시가총액 5조 8천억 원을 기록할 정도로 신화적인 성장을 달성했죠.

 

앵그리버드는 원래 보잘것없는 핀란드의 게임 하청업체였습니다. 사촌지간인 동생 니클라스 헤드가 HP가 주관하는 게임 경연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사촌 형인 미카엘 헤드와 HP 직원이었던 피터 베스터 바가 의기투합해 창업했는데요. ‘로비오’는 핀란드어로 '모닥불'이라는 뜻입니다. 초기에는 EA나 Namco와 같은 게임회사의 개발 하청업체로 수익을 냈지만, 이후 자체적으로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는데요. 하지만 그렇게 개발한 쉰한 개의 게임이 모두 철저히 실패하면서 회사는 두 번의 파산위기를 경험합니다. 그러다 결국 한 디자이너가 그린 '화난 새'라는 캐릭터에 착안해, ‘이해하기 쉽지만, 승부욕을 돋우는 게임’을 만든다는 전략 아래 앵그리버드가 탄생되었죠. 앵그리버드는 당시의 모바일 패러다임에 정확히 적중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20억 건이 넘는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단일 게임으로 조 단위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Zinga의 2조 4천억 원 인수 제의까지 거절할 정도로 승승장구하게 되었죠. 하지만 영화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2012년 무렵부터 ‘클래시 오브 클랜’으로 유명한 슈퍼셀, ‘캔디 크러쉬 사가’의 킹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같은 경쟁업체의 추격으로 주춤하더니, 2014년에는 라이센싱 수익이 52% 급감하고, 매출마저 9% 역성장하면서, 직원의 1/3을 감원하고, CEO마저 교체되는 나락으로 추락합니다. 무엇이 문제였던 걸까요?

 

가장 큰 실패 요인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앵그리버드'였습니다. 건강한 R&D 파이프라인(Pipeline)이 작동하지 않았던 겁니다. 통상적으로 게임회사가 특정 게임에서 성공을 거두면, 후속작들도 전작에 기대어 시리즈로 출시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로비오는 그 정도가 너무 심했습니다. 앵그리버드 브랜드에 기대어 '앵그리버드 시즌스', '앵그리버드 스타워즈', '앵그리버드 스텔라' 등 15여 개의 후속작이 모두 '앵그리버드 시리즈'였던 거죠. "앵그리버드 게임은 다 비슷비슷하다. 금세 지겨워진다"가 바로 앵그리버드에 열광했던 고객들의 평가였죠. 2015년, 막대한 개발비를 들여 전략적으로 출시한 '앵그리버드 2'에 대해서는, “앵그리버드 관련 게임 버전만 5,000여 개가 넘는 상황에서 신작에 ‘앵그리버드 2’라는 네임을 붙인 용기가 가상하다”는 혹독한 평까지 받았습니다.

 

로비오는 탄탄한 R&D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내는 대신, 앵그리버드 캐릭터를 통해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기로 결정합니다. 각종 캐릭터 상품과 다운재킷, 장난감 같은 라이선스 제품 외에도, 관련 테마파크, 영화, 애니메이션 등 앵그리버드 라이센싱 사업에 주력한 거죠. 사명도 ‘로비오 모바일’에서 ‘로비오 엔터테인먼트’로 전환해 마치 디즈니를 벤치마킹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는데요. 하지만 '앵그리버드'라는 단일 지적재산권에 기댄 수비적 행보는 앵그리버드 브랜드가 예전만큼 파괴력을 지속하기 어려워지며 난관에 봉착합니다. 이 틈을 타, 매출의 1/4을 공격적인 R&D와 마케팅에 투자하는 킹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등 경쟁기업이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면서 로비오는 방향성을 잃고 헤매게 되죠. 든든한 뿌리가 없는 상태에서의 확장이 가져온 한계였습니다.

 

통상 기업들은 성장과정에서 규모가 커지면서 외형성장과 내부역량 간 불균형으로 성장통을 겪게 됩니다. 과거 규모에 최적화된 경영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균열이 발생하는 거죠. 로비오 역시 초기 급속한 성장세를 경험하는 동안 이에 걸맞은 운영체계를 갖추는 데 실패하면서 고전을 하게 된 걸로 보입니다. 탄탄한 R&D 파이프라인을 갖추지 못한 채 앵그리버드의 그림자에 갇혀버린 것이 결정적이었죠. ‘실패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로비오가 들려주는 대답은 명확합니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갇히지 마라!’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