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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몸속에 유교 피가 흐른다고 할 정도로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실 인류 역사상 5백 년간이나 지속된 유교국가는 조선밖에 없습니다. 그럼 유교 도덕교육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중국 대표 철학자인 펑유란은 공자의 말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군자는 의義리에 밝고 소인은 이利익에 밝다."그런데 사람을 군자와 소인, 도덕기준을 의義와 이利로 이렇게 상반되게 구분하는 것이 현대사회에도 유효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늘의 포스팅 주제는 바로 이것입니다.
여기서 의義와 이利란 무엇일까요? 의義는 의리, 인간으로서 행해야 할 도리를, 그리고 이利는 이익, 유리함을 말합니다. 둘 중에 더 중요한 가치를 고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한국인은 ‘정의’를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2014년에 출간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인기가 아주 높았던 일, 기억하시죠? 판매부수가 미국에서는 10만 부도 채 안되는데, 한국에서 100만 부 이상, 세계에서 가장 많아서 저자인 마이클 샌델도 깜짝 놀랐답니다. 사실 정의란 설명도 이해도 대단히 어렵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전문가가 “이것이 정의로운 소득분배”라고 외쳐도 반대자가 많기 마련입니다. 심리학자 허태균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 책은 난해해서 끝까지 읽은 사람은 100만 명 중 100분의 1도 안될 것입니다. 한국인의 심리 속에 ‘정의’가 가장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기에 그 어려운 책이 그만큼 팔린 것입니다.”
한국인은 왜 그렇게 정의를 좋아할까요? 상대가 인정하지도 않는 대의명분을 내걸고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우는 사람들은 왜 많을까요? 군자는 의를 중시한다는 공자의 영향 때문은 아닐까요? 전략의 대가인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지금은 군사 전쟁, 경제전쟁, 문화를 바탕으로 한 소프트파워 전쟁, 사이버 전쟁이 혼합된 하이브리드 전쟁시대라고 합니다. 군사 전쟁은 없어도 다른 3가지는 항상 진행되므로 지금은 상시 하이브리드 전쟁시대라고 합니다. 이런 시대일수록 싸움의 목적이 옳아야 합니다.
손자는 장수의 자격요건에 의義를 포함시키지 않았고, “장수는 의를 중시한다.”는 말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손자는 싸움의 목적에 있어, 이利로움이 있으면 싸우고 없으면 싸우지 말라고 했습니다. 현재 미국이나 중국, 일본 같은 강대국을 보면 오직 이利만을 위해 싸웁니다. 미국이 외국과 싸우는 목적은 철저히 국익 보호라고 합니다. 미국에 있어 국익 보호란 곧, 미국 기업의 이利익 보호입니다. 싸움의 목적이 의義, 대의명분이 아니라 실리利라는 것이지요. 내가 옳다, 네가 옳다고 주장하는 싸움에서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을까요?
국가 간 싸움에서는 “자국에 유리利한 것이 곧 대의이고, 자국에 유리한 거래가 곧 공정거래입니다. 제가 공정거래위 원일 때 외국 전문가들을 만나면 서로 “공정거래란 바로 나에게 유리한 거래”라고 하면서 웃고들 했습니다. 나 혼자, 대한민국 혼자 의義만 따져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나라에 유리한, 국민의 이익을 위한 거래를 해야겠지요. 기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경제전쟁시대에는 특히 그러합니다.
그렇다면 사람을 군자君子와 소인으로 구분하는 것은 어떠합니까? 공자는 사람을 사회계급(귀족)과 도덕 수준이 높은 순서대로 성인, 인자仁者, 군자, 소인小人으로 4등분합니다. 산 사람은 성인과 인자가 될 수 없으므로 세상 사람 중 가장 높은 사람이 군자입니다. 이를 도덕만을 기준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공자는 소인에 여자를 포함시키면서, 소인은 도덕 수준이 낮고 이익만 중시한다고 하는 등 편견이 심합니다. 많은 지식인들은 스스로를 군자로 생각하면서 의를 중시하는 것을 당연시했던 것 같습니다. 공자연구자인 리링 북경대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공자는 엘리트를 위주로 하고, 대중을 도외시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주창하여, 중국 엘리트들로 하여금 정치가와 고위관리가 되는 것을 이상으로 여기게 만들었다. 공자 자신이 평생 원한 것도 마찬가지다.” 공자가 중시한 것은 정치가와 관리, 이利가 아니라 의義입니다.
그런데 서양에서는 정 반대의 논리를 폈습니다. 군자, 소인을 불문하고 사람은 누구나 의義가 아니라 이利를 중시하게 되어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은 물론 국가에도 이익이 된다고 주장한 사람,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 스미스입니다. 그는 정치가·관리 대신 기업가, 의義가 아니라 이利를 중시했지요. 현재 모든 선진국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선택하고 있는데요. 이를 연구하는 경제학은 바로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개인이 자신에게 이로운 일을 하는 것이 어떻게 국가에도 이익이 될 수 있을까요?
김연아 선수는 장미란 선수처럼 역도가 아니라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길을 가는 것이 자신에게 가장 유익한 길이겠지요. 자신의 이익을 가장 크게 하는 길은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이고, 그렇게 되고 보니 한국을 피겨스케이팅 세계 최고의 나라로 만든 것입니다. 김연아 선수 개인의 이익 추구가 결과적으로 국가의 이익을 추구하게 된 것입니다. 군자, 소인을 막론하고 자신의 이익을, 경쟁을 통해서, 추구하다 보면 마치 아담 스미스가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서 결과적으로 사회의 이익도 추구하게 되는 것이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빈은 경제학을 한 글자로 표시하면 이利라고 합니다. 경제전쟁시대 싸움은 어떤 것이건 목적이 이利가 되어야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