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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의 역사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세 가지 메커니즘, 즉 수평적 협력, 명령과 통제, 시장경제의 전개로 볼 수 있습니다. 원시시대에는 소규모 원시사회를 형성한 공동체의 원리, 고대 및 중세에는 명령과 통제에 의한 국가 원리, 근대 이후에는 익명 간 거래에 의존하는 시장경제가 시대적 변화를 주도하는 경향을 보였는데요. 인간이 유인원의 단계를 벗어나 도구를 만들고 수렵, 채집을 시작한 뒤 100만 년 동안 인간은 평등한 원시사회를 만들었습니다. 소집단으로 무리 지은 인간은 서열이 아니라 상호 호혜적 협력을 실천했죠. 이 장구한 시간 동안 인간은 지구 상에서 그리 대단한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인간은 맹수들의 먹잇감이었으며 최근의 학설에 따르면 7만 5천 년 전에 개체수가 수천 명으로 줄어들어 멸종할 뻔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시기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이 시기에 언어, 불, 도구, 친족 등 인간의 삶에 근본이 되는 것들이 만들어졌습니다.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는 구석기시대의 발명은 산업혁명보다도 더욱 근본적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이 모든 변화는 인간의 공동생활, 즉 수평적 협력의 산물이면서, 동시에 협력을 더욱 발전시키는 선순환을 이루었습니다.
협력의 규모가 점점 증가하다가 어느 시점에서 권력과 조직이 생겨났습니다. 이 권력은 수평적 공동체를 수직적 위계 조직으로 바꾸었지만, 그것은 강자의 전횡이 아니었습니다. 보다 더 큰 규모의 협력을 위해서는 이를 지휘하고 통제할 힘이 필요했던 것이죠. 권력이란 공공재를 만들어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습니다. 당시의 대표적인 공공재는 농경을 위한 수리시설로서, 나일강을 관리하기 위해 파라오가 등장했습니다. 파라오는 태양력을 만들어 범람 시기를 예측하고 대토목 공사를 지휘하여 홍수를 농업용수로 전환했습니다. 모든 문명권에서 초기 국가 건설의 영웅들이 등장하는데 대부분 홍수를 상징하는 용을 항복시킵니다. 상징적인 용을 무찌른 무기는 파라오의 청동 검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동의하고 인정한 권력이었습니다.
자급자족 경제생활의 틈바구니에서 서서히 발전하던 시장은 근대에 들어와 전 세계적 규모의 시장경제로 거듭났습니다. 근대 이전의 국가는 시장이 쓸모 있기는 하지만, 관리를 소홀히 하면 큰 혼란을 일으키는 '문제아'로 생각했습니다. 특히 매점매석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악덕 상인의 규제가 가장 중요한 상업 정책이었습니다. 그러나 상업이 대부분의 경제생활을 지배하게 되자, 상인들 간의 경쟁으로 매점매석은 저절로 규제되었는데요. 상업에 의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과거와는 비할 수 없는 수준의 전문화가 가능해졌습니다. 판로가 열리자 주변 이웃을 대상으로 물건을 만들던 제조업자 역시 시장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근대를 여는 분수령, 산업혁명은 시장경제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한때 전체 경제의 빈틈에서 잡초처럼 자라던 시장은 이제 경제라는 숲 전체를 뒤덮어 버렸습니다.
인간은 무수한 상호작용 중에 지금 이 순간에도 끝없이 배신하고 또 이로 인해 좌절합니다. 하지만 이런 좌절은 협력의 포기가 아니라 배신을 줄이고 협력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의 모색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 인간은 독특한 성격, 관행, 제도를 만들어 왔습니다.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불의를 응징하고야 마는 분노의 감정, 협력자들끼리 협력하고 비 협력자를 따돌리는 유유상종의 관행, 협력 행동을 고취하기 위한 문화적, 상징적 규범들이 그 예입니다. 비즈니스 세계란 그 어느 곳보다 피도 눈물도 없는 경쟁에 노출되어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그런 만큼 협력이 갖는 가치는 더욱 큽니다. 상황에 부합하는 다양한 협력의 전략이 적용될 여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기업 내부는 물론 외부에까지 다양한 협력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선의의 협력이 보장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틀을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