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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의 화려한 재기

biumgonggan 2021. 9. 25. 21:52

타임지 선정 최고의 발명품에 2년 연속 이름을 올린 기업이 있습니다. 2018년에는 닌텐도 라보, 2017년에는 닌텐도 스위치로 게임산업의 판을 바꾼 세계적인 게임업체 닌텐도입니다. 특히 닌텐도 스위치는 2017년 3월 출시되어 1년 반 만에 전 세계 2,286만 대가 판매된 닌텐도의 새로운 게임기인데요. 출시 2주년인 2019년 3월까지 3,800만 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스위치'의 판매 호조는 2011년부터 3년간 적자 후에도 지지부진했던 닌텐도의 매출을 2017년 전년대비 2배, 영업이익은 6배 이상 증가시키며 회사를 다시 부활시키고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게임산업에서 닌텐도는 어떻게 오랜 침체기를 깨고 화려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닌텐도의 과거 실적을 보면 매우 흥미롭습니다. 현재 매출 10조 원 규모의 대형 기업에 걸맞지 않게 지난 20년간 연도별 매출액 증가율이 116%에서 36.2%를 넘나들고, 영업이익률도 30%대에서 8% 수준까지 천차만별로 편차가 매우 심합니다. 게임 시장에서 통용되는 히트상품도 소비자가 싫증을 느끼는 주기에 따라 3년간 시장이 확대되었다가 5년간 축소된다는 게임 시장의 '8년 주기설'을 여실히 보여주는 실적인데요. 닌텐도는 이러한 게임산업에서 히트상품을 개발하며 흐름을 타는데 꽤나 익숙한 모습입니다.

 

실제로 닌텐도는 시대별로 게임산업의 룰을 바꾸는 히트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왔는데요. 오락실 중심의 아케이드 게임이 몰락해 가던 1983년 가정용 게임기 '패미컴'을 출시해 6천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게임 산업을 부활시킨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후 1989년에는 '게임보이'를 발매해 전 세계 1억 5천만 대를 판매하며 그 당시에 없던 휴대용 게임기 시장을 일구어 냈고, 이후 2004년에는 듀얼 스크린과 터치스크린 등 독특한 조작법으로 유명한 '닌텐도 DS'를 출시하며 휴대용 게임기의 대중화에 기여한 바 있죠. 2006년에는 동작인식을 기반으로 체감형 게임기인 '닌텐도 Wii'를 발매해 2년 3개월 만에 5천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가정용 게임기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기도 했는데요. 이후 오랜 침체기를 거쳐 닌텐도의 이름을 다시 회자되게 만든 것이 ‘스위치’입니다. 2017년 출시한 '스위치'는 가정용과 휴대용 게임기를 결합해 TV모드, 휴대 모드, 테이블 모드를 지원하면서 닌텐도 특유의 혁신 계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닌텐도의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은 마리오의 아버지이자 게임의 신으로 불리는 미야모토 시게루의 '밥상 뒤집기'라는 표현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미야모토는 닌텐도 개발 프로젝트에 투입된 비용과 노력에 상관없이 흥미롭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를 외치는데요. 그 간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버린 개발자에게도 이 같은 '밥상 뒤집기'가 내부적으로는 오히려 성공의 척도가 된다고 하니 닌텐도의 혁신을 향한 열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닌텐도 혁신의 근간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일체 전략에 있는데요. 닌텐도는 하드웨어팀과 소프트웨어팀이 나눠져 있는데 이들 간의 상호 교류는 다양한 혁신으로 귀결됩니다. 하드웨어팀에서 새로운 시제품을 만들면, 소프트웨어팀이 일주일 안에 이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찾아내는데요. 이러한 부서 간 협업으로 개발된 대표적 상품이'닌텐도 Wii'의 모션 센싱 컨트롤러인 '위모트'와 이에 최적화된 게임 '위 스포츠'입니다. '위 스포츠'는 5,810만 개가 팔리면서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단일 게임으로 기록을 세웠는데요. 내부 부서 간 협력 외에도 닌텐도는 다양한 외부와 협업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일본 음악 프로듀서인 층쿠의 아이디어로 시작해 개발한 게임 '리듬 천국', 게임 칼럼니스트였던 다지리 사토시의 곤충 채집 아이디어에 6년간 투자해 대히트작인 '포켓몬스터'를 개발했죠. 이 밖에도 ‘마리오’나 ‘젤다의 전설’, ‘동물의 숲’ 등 유명 IP를 활용해 모바일 게임으로 소환하는 등 시대를 초월한 혁신도 주목할 만합니다.

 

닌텐도가 이렇게 혁신의 노력을 지속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요? 대표적으로 '대차대조표 경영'을 꼽을 수 있는데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 적자에도 연 500억 엔의 연구개발비를 일관되게 지출할 만큼 연속성 있는 투자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게임산업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단기적인 매출, 이익에 치중하기보다는 대차대조표를 근간으로 경영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추구하는 경영방식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데요. 우선 닌텐도는 생산설비를 일절 소유하지 않고 외주 생산하며 실적 편차에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실제 2017년 닌텐도의 유형자산 비중은 5%대에 불과한데요. 한국은행 2017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제조 기반이 필요 없는 한국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의 평균 유형자산 비중이 9%대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낮은 수치인지 감이 잡히실 겁니다. 나아가, 침체기에도 안정적인 연구개발을 지속할 수 있도록 현금을 최대한 쌓아두고 무차입 경영을 고집하는 것도 특징인데요. 닌텐도의 2017년 자산 중 현금이나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금융상품 비중은 60%에 육박하고 있고, 무차입 경영으로 변제의무가 없는 자기 자본비율도 일반적으로 안정적이라 평가받는 40%의 2배 이상이 80%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기복이 심한 게임 산업에서 지속적인 혁신과 융합, 재무 기반으로 독보적인 적응력을 보여주는 닌텐도의 경영전략을 포스팅해봤는데요. 장기화되는 경기 악화, 급격히 변화하는 기술, 이종산업 기업의 시장 진출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요즘 상황에서 한국 기업의 현실이 게임 산업과 닮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시는지요? 지속적인 투자와 새로운 아이디어의 접목으로 시장 내 혁신을 주도하는 닌텐도의 전략에서 경영 힌트를 얻으실 수 있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