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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90여 개국, 1억 8000여만 명의 유료 회원을 보유한 넷플릭스! 1997년 미국에서 영화나 TV 드라마의DVD를 우편으로 배송·대여해주는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이후 넷플릭스는 10년 만에 인터넷 기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으며, 일약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오릅니다. 그리고 지난 20년 간 넷플릭스의 비즈니스 변곡점마다에는 어김없이 ‘특허’가 있었습니다. 과연 넷플릭스의 비즈니스 예고편이 담긴 특허에는 그들의 어떤 미래가 담겨 있을까요? 먼저 넷플릭스의 최신 특허 도면 하나 보겠습니다. 2018년 3월 미국 특허청에 공식 등록된, ‘GUI(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표시 화면’이라는 디자인 특허(D812090)인데요.넷플릭스 고객이 원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고르기 위해 만나게 되는 첫 화면입니다. 특허에 따르면, 상단의 여러 작은 스크린 가운데 보고 싶은 것을 선택 시, 바로 그 아래에 보다 큰 화면으로 해당 영상물의 주요 장면이 플레이됩니다. 넷플릭스 가입자라면 잘 아시겠지만, 이게 거의 예고편 수준으로 나오기 때문에 콘텐츠 선택에 큰 도움이 되지요.
영화나 드라마 등 보유 콘텐츠만 4,200만 편에 달하고, 이게 또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넷플릭스 입장에선, 고객이 원하는 영상물을 얼마나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느냐는 비즈니스 성패를 좌우하는 매우 큰 문제입니다. 특히, 이 특허는 이후 AIAI 분야 신흥강자로 부상 중인 미 스타트업 ‘클래리 파이’에 의해 피인용돼,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디자인 특허에서 인용/피인용 관계는 시장의 비주얼 트렌드 주도 여부를 가늠하는 강력한 시그널입니다. 넷플릭스는 창업 이후 매년 한 두건의 특허 출원만 해왔습니다. 그런데 본격적인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2007년을 기점으로 출원건수가 급증, 2016년에는 미국 특허만 총 48건을 출원했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글로벌 제조업체들에 비하면 그 규모가 작지만, 넷플릭스는 특유의 ‘강소형’ IP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넷플릭스의 최대 약점은 망사용 이슈입니다. 대용량 동영상을 실시간 제공하다 보니, 필연적으로 네트워크 트래픽을 많이 사용하게 되는데요. 실제로, 프라임타임, 즉 저녁 8시부터 11시 사이 미국 내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34%를 넷플릭스가 다 써버립니다. 13%인 유튜브에비해서도 엄청나죠. 바로 이같은 ‘공짜 망사용’ 문제로 자국에서는 물론, 각국 통신사업자나 규제당국 등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곤 하는데요. 2018년 6월 넷플릭스가 미 특허청에 등록한 특허 ‘콘텐츠 공급용 서버 선택 기법인데요. 미국 외 지역 가입자가 굳이 미국에 있는 넷플릭스 서버에 접속하지 않고, 현지 또는 주변국 서버를 이용하도록 한다는 게 이 특허의 골자입니다. 로컬 서버와 함께 가상 서버까지 적극 활용, 망부하는 물론이고 해외 회선사용료 절감과 접속 속도 향상까지 꾀하겠다는 겁니다. 본격적인 온라인 서비스 개시 이후, 최근 10년간 넷플릭스가 내놓은 200여건의 특허를 분석한 결과, 이처럼 모두 스트리밍과 디지털 콘텐츠 재생·분배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넷플릭스 하면 떠오르는 기술력 중 하나는 바로 강력한 '콘텐츠 추천 기능’입니다. ‘시네매치’라는 영화 추천 엔진 덕에, 아마존 등 경쟁사 대비 사용자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그런데, 이 엔진의 주요 알고리즘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는데요. 넷플릭스가 관련 기술을 특허로 내놓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는 바로 일종의 ‘트레이드 시크릿’ 즉 영업비밀 전략입니다. 다소 변칙적으로 보이긴 하나, 비제 조업자로서 넷플릭스가 선택한 고육책인 셈이죠. 특허는 정부가 20년간 합법적 독점권을 주는 대신, 해당 기술을 만천하에 공개토록 하는 제도입니다. 산업의 발전과 공익을 위한 조치인데요, 이게 경우에 따라선 특허권자에게 독이 될 때도 있습니다. 결국, 넷플릭스는 특허권 보호를 포기하는 대신, 추천기법을 영원히 비밀에 부치기로 결정한 겁니다. 그만큼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노하우 관리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이죠. 지금 넷플릭스는 단순 콘텐츠 공급업자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에미상을 휩쓰는 제작자로 변신 중입니다. 이는 아시아, 유럽 등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한데요. 더 나아가 이제는 특허와 함께 라이선스, 배급료 등 각종 ‘저작권’으로 IP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여러 방면으로 IP의 가치를 뽑아낼 줄 알고, 경쟁사에 대한 우위 확보와 수익창출의 수단으로 ‘특허’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요. 때로는 과감한 무 특허 전략까지 구사하는 등극 단적인 변칙 기법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같은 넷플릭스의 자유분방한 IP 혁신성은,특허권 보호 등 수동적 조치에만 함몰돼있는 제조업 기반의 대다수 기업에게 근본적인 물음을 던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