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나이키가 보유 중인 특허는 2018년 말 현재 US특허 기준으로 총 9547건입니다. 건수로만 보면, 스텔스 기를 만드는 록히드 마틴이나, 요즘 한창 자율주행차 관련 특허를 쏟아내고 있는 완성차 업체 포드 등 미국의 대표적인 하이테크 기업들보다 많습니다. 사실, 나이키는 창업 초부터 특허 덕을 톡톡히 본 기업인데요. 나이키 하면 떠오르는 일명 ‘스우시’ 로고는, 1971년 나이키가 단돈 35달러에 한 디자인 전공 대학원생에 의뢰해 취득한 상표권입니다. IP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나이키. 이들은 어떤 특허로 글로벌 스포츠용품 시장의 미래를 그려가고 있을까요? 나이키의 최신 특허 하나 보겠습니다. ‘3D 프린팅 기반 신발 제조법’이라는 특허인데요. 2018년 7월 세상에 공개된 이 특허는 3D 프린터를 이용해 신발을 만드는 기술입니다. 나이키 본사의 프린팅 서버와 3차원 프린팅 시스템 등에 네트워크로 연결된 3D 프린터로 실제 완제품 운동화를 만드는 건데요. 이때 프린터가 뽑아낸 실로는 신발의 상단 어퍼, 즉 갑피 부분을 만듭니다. 이를 다시 밑창 등 기제작된 나머지 재료와 접착·양생 시키면, 한 켤레의 나이키 운동화가 3D 프린터로 완성되는 방식입니다.
나이키는 이미 2018년 4월 이 기술을 이용해, ‘플라이프린트’라는 운동화를 시제품 형태로 내놓았습니다. 비록 특허에서와 같이 완벽한 형태는 아니었지만, 내 발에 꼭 맞는 운동화를 내가 직접 만들어 신는다는, 이른바 ‘홈메이드 나이키’ 전략의 한 단면을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나이키의 3D 프린팅 기술은 단순히 운동화 상·하판 제작·접착 방식에 그치지 않습니다. 2018년 6월 공개된 특허 ‘두께 보정 프린팅 기반 컬러 조정법’을 보겠습니다 이에 따르면, 메인 시스템과 연결된 3D 프린터로 신발은 물론, 스포츠의류스포츠 의류, 헬멧 등 운동기기 등의 표면에 도포되는 각종 디자인 문양과 글씨의 미묘한 색감 표현까지, 3D 프린팅으로 가능하게 됩니다.
2018년 한 해 동안 나이키가 신규 취득한 특허는 US 특허 기준으로 총 1273 건입니다. 같은 기간 117건에 불과했던 최대 라이벌 아디다스보다 10배 이상 많은 물량입니다. 독일 기업답게 아디다스는 EU특허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특허를 다 합쳐 봐도 나이키는 3만 건에 육박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아디다스는 2200여건에 불과하죠. 나이키 전체 특허의 80% 가량은 신발 등 기존 섬유와 플라스틱 성형 관련 기술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IT와 매카닉 등 타 분야 관련 특허도 속속 출원하고 있는데요. 스포츠 용품에 각종 첨단 과학기술이 총망라되면서 컨버전스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8년 5월 공개된 특허 ‘발 삽입기 탑재 신발’인데요. 운동화는 뛰거나 걸을 때는 편한 반면, 막상 신고 벗을 땐 신발끈을 풀고 매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이 기술은 그 문제를 해결해줍니다. 발을 신발에 넣으면 밑창의 컨베이어 벨트같이 생긴 기계가 작동해 발을 신발 코까지 밀어줍니다. 벗을 땐 이 컨베이어 벨트가 역회전해 발 빠짐을 돕죠. 2018년 10월 공개된 특허 ‘통합형 스포츠 의자’는 일종의 스마트 체어 기술입니다. 각종 스포츠 경기에서 하프 타임이나 작전 시간에 선수들이 이 의자에 앉으면, 일단 쿨링 효과가 있어, 순식간에 땀을 식혀줍니다. 무엇보다 각종 센서와 연결돼 각 선수의 체온과 심박수, 피부 반응, 젖산 농도 등을 실시간 체크, 감독이나 팀 닥터가 볼 수 있는 모니터로 그 결과 값을 전송합니다. 코칭 스텝은 이 데이터를 근간으로 교체 선수 선택과 팀 전술 변경 등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한 때 나이키도 여느 스포츠용품 업체들처럼 ‘웨어러블’ 기기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래서 나온 제품이 나이키 퓨얼밴드나 나이키+ 같은 스마트워치였습니다. 하지만 극심한 판매 부진은 물론, 과장광고에 따른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으로 거액의 보상금을 물어주는 일까지 겪어야 했는데요. 결국 나이키는 2014년 퓨얼밴드 하드웨어 개발팀을 해체한 뒤 “앞으로 나이키 플러스 SW에 초첨을 맞추겠다”라고” 선언했습니다. 최근 나이키의 특허 출원 양상을 정리해보면, 웨어러블 분야는 관련 앱 개발 쪽으로 완벽히 선회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신발과 의류, 스포츠 용품 등 전통의 주력 제품군에 철저히 기반한 나이키의 ‘변형 컨버전스 전략’이, 이들의 특허 행간에는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오늘 여러분은 나이키의 특허 전략에서 어떤 미래를 보셨는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