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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 앱, 뮤지컬리

biumgonggan 2021. 9. 9. 17:36

Z세대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밀레니얼 세대로 불렸던 Y세대 뒤를 이어, 199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세대를 말합니다. 나이로는 13~21세에 해당하죠. Z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신기술은 물론,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요.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Z세대는 디지털 소비의 주축이 되어, 지금은 모바일 시대의 주 소비층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제가 Z세대에 대해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오늘 소개할 스타트업이 미국 Z세대들에게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소셜미디어 앱, ‘뮤지컬리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 10대들은 ‘페이스북은 더 이상 쿨하지 않아’라며 페이스북을 떠나 스냅챗으로 옮겨갔습니다. 스냅챗은 텍스트가 아닌 사진과 동영상을 메인 콘텐츠로 하며, 콘텐츠들이 10초 안에 사라지는 휘발성을 갖는 등 사용자들이 좀 더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게 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이 점이 젊은 층에게 크게 어필되었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최근 미국 Z세대들이 이러한 스냅챗마저 식상해하며 새로운 소셜미디어, 뮤지컬리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현재 뮤지컬리는 미국 Z세대 중 절반이 넘는 5천만 명이 사용하고 있으며, 적어도 Z세대 사이에선 유튜브보다 더 인기 있는 소셜미디어라고 합니다. 방식은 이렇습니다. 뮤저라고 불리는 사용자들이 15초 정도 되는 립싱크 뮤직비디오를 찍어 사용자들과 공유합니다. 페이스북처럼 ‘좋아요’를 누를 수도 있고, 댓글 등의 메시지도 보낼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약 2억 명이 다운로드하였으며, 월간 실 사용자수는 약 4천만 명, 하루에 업로드되는 동영상 수는 800만 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기업가치는 약 5억 달러 수준인데요. 최근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뮤지컬리는 자신의 레이더 안에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뮤지컬리는 어떻게 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창업자인 알렉스 쥬는 이전에 중국에서 교육영상 커뮤니티를 창업했었는데요. 교육 콘텐츠를 영상으로 제작하고, 이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사람들은 교육 콘텐츠를 찾지 않았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알렉스는 한 무리의 10대들이 노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음악을 듣고, 누군가는 셀 피나 동영상을 찍는 등 특별하지는 않지만 각자가 하고 싶은 것을 주위 신경을 쓰지 않고 자유롭게 즐기고 있었죠. 이 모습을 본 알렉스는 ‘음악과 동영상, 커뮤니티를 하나로 뭉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2015년 4월, 노래, 춤추기, 코미디, 립싱크 영상을 짧게 제작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뮤지컬리를 출시합니다. 뮤지컬리의 기능 중에서 10대들에게 큰 인기를 끄는 것이 립싱크인데요. 몇 십초에 해당하는 음원만 제공하기 때문에 저작권과는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알렉스는 한 인터뷰에서 “립싱크 영상은 누구라도 쉽게 도전할 수 있다. 음치인지, 발음이 안 좋은지 전혀 알 수 없다. 자신감있는 표정만으로도 누구든지 스타가 될 수 있다. 거기에 더해 립싱크는 패러디라는 재미까지 제공한다. 뮤지컬리는 쉽고, 멋져 보이게 하고, 재미까지 갖춘 놀이”라고 말했는데요. 그의 말처럼 자신감 있는 표정만으로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다는 점이, 10대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한 것입니다.

 

하지만, 뮤지컬리가 가장 신경을 쓰고 힘을 쏟은 것은 동영상 기능이 아닙니다. 사용자를 화려하게 보여주는 동영상 기능보다도, 콘텐츠들이 계속해서 공유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역량을 더욱 집중했는데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뮤지컬리를 찾는 것은 단순히 뮤직비디오나 립싱크 때문만은 아니다. 함께 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들이 뮤지컬리의 앱 기능을 카피할 수는 있지만, 우리의 커뮤니티는 카피할 수 없다.”라고 말한 것처럼, 커뮤니티 구성을 최우선에 두었습니다.

 

커뮤니티는 Z세대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는데요. 먼저, 나와 관련성 있는 사람들을 친구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소셜미디어와는 반대로 모르는 사람을 추천하죠. 모르는 사람들의 동영상을 먼저 보여주는 겁니다. 이는 기존 친구보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관심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 Z세대 심리를 반영한 것입니다. 또한, Z세대는 유명스타 못지않게 재능 있는 자기 또래 친구들에 열광하는 특성이 있는데요. 그래서 사용자 중에 팔로워가 많고 ‘좋아요’를 많이 받은 뮤저들을 앱 상단에 배치하고, 인기 없는 영상은 뒤로 배치하였습니다. 실제로 이런 시스템에서 탄생한 스타 뮤저인 에리얼 마틴은 전 세계에 1,900만 명의 팬을 보유하고 있죠. 뿐만 아니라, 스타 뮤저들이 팔로워와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었습니다. 팔로워들이 질문을 하면, 뮤저들은 동영상으로 대답을 하는데, 뮤저들마다 재미있고 창의적인 방식의 대답을 해 사용자들의 참여지수가 크게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뮤지컬리는 앞으로도 다양한 유형의 비디오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는 이미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경쟁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한데요. ‘10대들이 자신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캔버스가 되고 싶었다. 내가 주인공이고 스타가 되는 무대 말이다’라고 한 창업자 알렉스 쥬의 말처럼, Z세대의 응원에 힘입어 혜성같이 나타난 뮤지컬리가 페이스북, 인스타, 트위터 등이 장악하고 있는 소셜미디어 생태계를 얼마나 흔들 수 있을지 행보가 주목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