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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십 년 동안, 기업들은 모두들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가장 효율적으로 물건을 잘 전달할 것인가에 몰두해 왔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현재의 물류시스템은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가까이에 있는 오프라인 상점에서 즉시 배송을 받거나, 온라인 주문 후 단 몇 시간 안에 배송을 받는 등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는데요. 반면, 구매한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 환불해야 하는 경우는 어떤가요?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만큼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처럼 누구나 소비자에 대한 상품 전달 방식을 최적화해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시기에, 소비자에게 외면받은 제품을 다시금 회수해 어떻게 가치를 최대화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릴, 옵토로(Optoro)입니다.
옵토로는 2010년에 창업된 역물류 기업입니다. 아마도, '역물류'라는 개념이 생소하신 분이 많으실 텐데요. 여기서 역물류란, 말 그대로 공급자에서 소비자까지 이어지는 공급사슬 흐름의 반대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물류로, 소비자에게 판매되지 못해 장기간 소매상의 재고로 남아있거나, 소비자에게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거나, 혹은 고객이 반품한 제품을 회수해 최적의 처리를 수행하는 물류 프로세스입니다. 옵토로는 그중에서도 특히 반품된 제품을 회수해 재판매하는 B2B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입니다.
창업자 토빈 무어는 대학을 갓 졸업한 2004년, 이베이에서 중고품 셀러들의 판매를 돕는 'eSpot'을 창업합니다. 물건의 사진을 찍고 적당한 가격을 책정해 상품의 설명과 함께 이베이에 등록해주며, 판매대금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사업이었죠. 이베이의 성장과 함께 사업도 본격 궤도에 오르자 무어는 고등학교 시절의 친구인 저스틴 레셔, 아담 비타렐로와 의기투합해 자신의 집 차고를 물류창고 삼아 자동차나 고급시계 등 고가의 중고품 판매까지 대행해주기 시작하는데요. 무어의 집 주변에 있던 소매점들이 이들의 소문을 듣고, 신품으로는 판매가 어려운 반품된 제품의 판매를 eSpot에 의뢰하기 시작하면서 사업의 방향을 소매상의 반품 물품을 처리해주는 역물류로 전환하게 됩니다.
이에 본격적으로 밴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세 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고용해, 효율적으로 역물류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2010년 마침내 옵토로를 창업하게 됩니다. 2016년에는 글로벌 물류기업 UPS 등으로부터 3천만 달러 투자를 유치했고요, 2017년 포브스의 '차세대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옵토로의 성장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과연 옵토로의 특별한 점은 무엇일까요? 통상 전통적인 오프라인 소매업계에서 소비자의 반품비율은 전체 재고의 2~5%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전자상거래 규모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이 비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전자상거래에서는 제품의 실물을 직접 보지 않고 구매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텐데요. 업계 전문가들은 전자상거래의 반품 비율이 높게는 전통적인 상거래의 5배 이상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금액으로 따지면 미국에서만 연간 30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엄청난 양의 반품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소매기업들은, 뾰족한 처리방법을 찾지 못해 고스란히 기업의 손실로 떠안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옵토로는 eSpot 시절, 반품 물품의 처리를 의뢰하는 지역의 소매상들을 보고, 거대하지만, 누구도 방법을 찾지 못한 사업기회를 발견해 낸 것입니다.
사실 ‘역물류’라는 개념은 학계에서는 1990년대 초부터 언급이 되어 왔습니다. 미국에서는 2002년에 이미 ‘역물류 협회’가 만들어져 100여 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을 정도로 그리 새롭거나 특별한 개념은 아닙니다. 그러나, 옵토로는 반품된 물품의 보관에서부터 분류 및 집계, 가격 책정과 재판매까지 이르는 전체 프로세스를 최적화해 처리해 준다는 점에서 보다 특별하다 할 수 있는데요. 반품된 물품을 테네시주에 있는 두 곳의 대형 물류창고에 보관해 주고요. 이 반품된 물품은 상태에 따라 다시 매장으로 돌아가 소매판매가 가능한 제품, 반품 수량이 많아서 떨이로 팔아야 하는 제품, 손상이 있어 수리해서 팔아야 하는 제품 등으로 나눠지는데요. 이러한 분류 결과에 따라 아마존이나 이베이, 초저가 할인매장, 또는 옵토로의 자체 쇼핑몰인 블리크 닷컴이나 벌크 닷컴 등으로 판매채널을 정해 판매를 대행해 줍니다. 이때, 옵토로는 유사 상품의 시장 가격과 수요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최대한 빠르게 판매되면서 손해는 최소화할만한 가격대를 자동 책정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제품 판매 가격을 최적화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옵토로의 서비스를 통해 소매상이나 제조사들은 반품에 대해 기존보다 더 많이 회수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반품의 경우 통상 소매가의 20~40%를 받는 것에 그치는데, 옵토로의 서비스를 거치면 50~70%까지 회수할 수 있는 것이죠. 옵토로는 이러한 과정에서 보관 및 물류 대행료, 반품 집계 및 관리 소프트웨어 사용료, 재판매 매출의 수수료 등의 형태로 수익을 올리게 되는데요. 2017년 예상 매출만 약 5천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600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전자상거래의 무서운 성장을 목격했고, 또 여기에 주목해 왔습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주목받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이미 레드오션이 되어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전자상거래 영역이 이미 그러하고요. 옵토로는 전자상거래의 급격한 성장세 속에서, 반품의 증가라는 새로운 기회를 발견해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엄청나게 성장하는 한 산업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면, 조금만 발상을 전환해, 그 이면에 존재하는 기회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