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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남아 시장이 글로벌 스타트업들의 넥스트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열악한 교통 인프라 때문에 동남아의 O2O 교통 서비스 시장은 2025년까지 연간 18%의 성장을 지속, 13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그중 동남아 최대의 인구 규모를 자랑하는 인도네시아가 동남아 전체 시장의 43%에 달하는 56억 달러를 차지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우버, 그랩 등 글로벌 기업들도 인도네시아 시장에 속속 진출하며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요. 이러한 거대기업들의 침투 속에서도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토종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해드릴 고젝입니다.
고젝은 인도네시아 최대의 O2O 오토바이 택시 서비스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버스, 택시가 아니라 ‘오직’이라고 하는 오토바이 택시를 흔히 이용한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오직 기사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것입니다. 고객이 앱에서 목적지를 설정하면 가까이에 있는 오젝 기사를 호출해 주는데요. 우버 모델을 오토바이에 적용한 것과 유사하다 보니 고젝을 ‘인도네시아의 우버’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하버드에서 MBA를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와 컨설턴트로 일하던 나디 엠 마카림이 2010년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서 설립한 고젝은, 현재 인도네시아의 25개 도시에서 25만여 명의 오젝기사를 연결해주는 명실상 부한 인도네시아 최대의 O2O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는데요. 이 기업의 성공전략은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여느 평범한 인도네시아인처럼 조직을 자주 이용하던 나디 엠 마카림. 어느 날 오직 기사로부터 손님을 태우는 것은 하루에 4~5건에 불과하고 나머지 70% 이상의 시간은 손님을 기다리는 데 허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런데요. 더 큰 문제는 한참을 기다렸다 겨우 맞이하는 손님이다 보니 일단 태우고 나면 바가지요금을 씌우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승객들은 오젝을 이용할 때마다 기사와 흥정을 해야 하거나, 요금 때문에 시비가 붙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이에 마카림은 기사와 승객을 효율적으로 정해진
요금체계에 따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고민, 마침내 2010년 오직 기사 20명을 조그마한 콜센터에서 연결해주기 시작합니다. 고젝이 급격한 성장의 전기를 맞게 된 것은 앱을 출시하게 된 2015년인데요. 앱을 통해 목적지를 설정하고 오젝을 예약하면 정해진 체계에 따라 요금이 계산되고, 기사를 호출해 주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제멋대로인 요금 때문에 불편을 겪던 사용자들의 불만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하염없이 대기해야 했던 오젝 기사들도 훨씬 더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게 되면서, 고젝에 소속된 기사들은 기존의 3배 이상인 월평균 400만 루피아의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O2O 교통 서비스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때문에 이들도 인도네시아 시장에 속속 진출하였습니다. 그런데요. 자국 시장에 대한 면밀한 이해 덕분에, 고젝은 이러한 글로벌 기업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시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사실 수도 자카르타를 비롯한 대다수 인도네시아의 대도시들은 길이 좁고 교통체증이 심한 것으로 악명이 높은데요. 도로 위에 세워진 차들 사이사이, 그리고 좁은 길까지 구석구석 들어갈 수 있기 위해서는 덩치가 큰 자동차보다는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오토바이가 훨씬 더 적합합니다. 애초에 우버, 그랩이 내세운 자동차 호출/공유로는 인도네시아에서 사용자를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죠. 하지만 고젝은 자국의 교통환경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오토바이 서비스에 집중했고, 시장에서의 우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고젝 앱의 다운로드 수는 2,500만 건을 기록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안드로이드 사용자의 33%, iOS 사용자의 70%가 고젝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죠. 이처럼 거대한 사용자를 확보한 고젝은 이제 오토바이 호출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인 일상의 전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해 가고 있습니다. 일단 대규모의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고 나면, 플랫폼을 확장하는 것이 훨씬 수월합니다. 모든 업체들이 고젝 플랫폼을 통해 대규모 사용자들에게 접근할 기회를 얻고 싶어 하기 때문이죠. 현재 고젝은 오토바이 호출 외에도, 음식 배달, 우편배달, 장보기 대행, 마사지 업체 연결, 지불/결제, 의약품 구매 대행 등 각종 O2O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필요로 하는 웬만한 일은 모두 고젝을 통해 해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처럼 광범위하게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가능한 것은 25만여 명의 오젝 기사들을 O2O 서비스에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고객의 요청이 들어오면 승객을 태우고 있지 않는 가까이에 있는 기사가 즉시 서비스에 투입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투자 없이, 그저 사용자와 식당, 마트 등의 업체를 연결해주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입니다.
2017년 5월, 고젝은 첫 해외시장으로 인도를 선택했는데요. 아마도 인도네시아와 유사한, 가장 익숙하고 자신 있는 시장환경이라 판단한 것일 겁니다. 인도 토종 기업 ‘올라’, 그리고 이미 거대기업이 된 ‘우버’와 같은 쟁쟁한 경쟁자들이 포진해 있는 인도 시장, 아마도 ‘고젝’에게 어려운 싸움이 되겠지만요. 나디 엠 마카림의 다음과 같은 한마디만으로도 인도에서의 일전을 기대하게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