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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토 모 퍼지’란 말 들어보셨나요? 그리스어로 곤충을 뜻하는 엔토몬과 ‘먹는다’의 패이진을 합친 단어입니다. 이미 중앙아시아나 아프리카, 아시아 등 여러 문화권에선 오래전부터 곤충 식이 이루어졌는데요.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에도 그 뛰어난 영양과 생산 효율성이 알려지면서 곤충이 미래 식량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문화적으로 생소한 곤충 식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느끼는 거북함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인데요. 이를 해결하고 새로운 시장을 열기 위해 연구하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바로 구글 이후, 차세대 유망한 혁신기업이라 불리는 미국의 식품 벤처기업, 엑소(Exo)입니다.
엑소는 식용 귀뚜라미의 가루를 이용한 다양한 종류의 프로틴 바를 생산하는 식품업체입니다. 공동창업자이자 미국 브라운대 동기인 그렉 슈위츠와 가비 르위스는 2014년 뉴욕에서 40만 달러 자본으로 회사를 설립했는데요. 설립동기가 조금 특별합니다. 2013년 1월, 가비는 자신만의 프로틴 바 레시피를 만들고 있었는데요. 룸메이트였던 그렉이 MIT콘퍼런스에서 식용 곤충이 육류보다 월등히 높은 단백질 함량을 지니면서 환경과 식량 문제에 엄청난 혜택을 줄 수 있다는 걸 듣고, 아이디어를 보탭니다. 이들은 곧바로 살아 있는 이구아나 먹이용 귀뚜라미 2,000마리를 기숙사에 배달시켜 몇 번의 시도 끝에 귀뚜라미 분말로 프로틴 바를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 가비와 그렉은 맛과 영양이 높은 귀뚜라미 단백질 바가 사회적 가치와 상품성을 동시에 갖췄다고 판단하고 이를 상품화하기로 결정합니다. 2013년 최초로 헬스클럽과 온라인 사이트에 시험판매를 시작했는데요. 처음 72시간의 온라인 시험판매판만으로 2만 달러어치를 판매하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또, 6개월 만에 유명 식품 체인점 진출에도 성공합니다. 최근엔 그 가능성을 더욱 인정받아 식품산업 전문 에인절 투자자인 액셀 푸드로부터 4백만 달러의 투자금도 유치하였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었습니다. 바로, 소비자의 인식이었죠. 일례로 2012년 당시 스타벅스는 곤충에서 추출한 성분을 딸기 프라푸치노의 천연염료로 사용했다가 소비자 항의로 변경했습니다. 기존의 인공첨가제를 천연성분인 연지벌레의 코치닐 성분을 음료에 썼다가 소비자들의 원성을 산 거죠. 이처럼 엑소뿐 아니라 여러 기업들이 곤충 식품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넘어야 할 큰 산 중 하나가 바로 식용곤충에 대한 소비자의 문화적 인식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편견을 깨기 위해 엑소는 어떤 전략을 세웠을까요? 첫째, 곤충 식품에 대한 편견보다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을 타깃화 했습니다. 이 고객층은 주로 ‘운동 마니아’나 ‘선수’들이죠. 이들은 근육을 키우거나 운동신경을 높이려고, 화학적으로 정제한 단백질 파우더나 영양제를 많이 섭취합니다. 그런데 맛이 떨어질 뿐 아니라 천연성분이 아니기 때문에 간에도 무리를 주는 등 여러 문제가 많죠. 이에 엑소는 바나나, 코코넛, 사과 등 천연의 맛을 첨가하고, 헬스클럽이나 운동 마니아 커뮤니티 대상으로 제품을 마케팅합니다. 결과적으로, 제품은 운동 마니아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편견보다 기능을 우선시하는 소비자를 공략한 전략이 주효한 것이죠.
둘째로 사회 유명인들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엑소의 비전을 이해한 여러 유명 인사를 커뮤니티에 가입시키고, 이들을 전면에 내세운 것인데요. 즉, 일종의 오피니언 리더 전략을 활용한 것입니다. 유명 운동선수, 작가, 요리사 등 다양한 분야의 유명인들이 엑소 제품을 경험해보고, 곤충 식품의 가치와 맛, 그리고 영양에 대한 레퍼런스를 소비자들에 전해줍니다. 즉, 소비자들이 유명인들을 보고 곤충식에 대한 우려와 편견을 조금이나마 떨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도록 한 것이죠.
마지막으로 식품의 본질인 맛에 집중했습니다. 영양과 사회적 가치가 높더라도 식품은 무엇보다 먹는 즐거움을 주어야만 지속적 구매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엑소는 클래식한 과일 맛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즐겁게 먹을 수 있는 다양한 맛들을 개발 했습니다. 바비큐, 망고 카레, 지중해풍 해물맛 등 일반 프로틴 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맛을 개발하여 엑소만의 맛의 즐거움을 제공한 것이죠. 처음 시도는 재미나 특이함, 또는 영양이었을지 모르지만 식품 본연의 먹는 즐거움 자체로도 다른 제품에 비해 경쟁력을 갖춘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식품시장은 매우 보수적이라고 합니다. 실제 우리나라 식품회사들의 순위가 수십 년째 변동이 없다는 점만 봐도 잘 알 수 있죠. 그럼에도 많은 산업 전문가들은 곤충 식품이 향후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사업이라고 말합니다. 과거 랍스터가 편견 때문에 죄수들과 가난한 사람들이 먹던 혐오음식이었지만, 지금의 최고급 요리가 되었듯, 곤충 식품이 편견을 넘어설 때 큰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죠. 신생 스타트업 기업인 엑소가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그럼에도 엑소가 곤충 식품의 편견을 깰 수 있다면, 넥스트 구글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꿈은 아닐 거라 생각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