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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청각장애인이 몇 명 정도 될까요? 무려 3억 6,000만 명이라고 합니다. 듣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말로써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가 없는데요. 그래서 손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수화가 이들의 언어입니다. 수화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과 일반인의 의사소통에는 높은 장벽이 있는데요. 첨단기술을 활용해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해드릴 모션새비입니다.
모션새비는 미국 로체스터 공대생이자 청각장애인인 라이언 캠벨이 교내 청각장애 학우를 모아, 2012년에 설립한 스타트업입니다. 일반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워 학업, 취업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제약을 갖고 있는 청각장애인, 들을 수 없어서 겪어야 하는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이들은 2013년 로체스터 공대에서 열린 아이디어 대회에서 ‘수화 통역기’를 출시해 3등을 차지하게 되는데요. 가능성을 인정받은 모션새비팀은 2014년 본격적으로 스타트업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해 제품 제작에 착수합니다. 특히, 이들이 프로토타입으로 제시한 태블릿 PC 기반의 수화 통역기인 ‘모션새비 유니’는 2014년 TIME 지 선정 ‘올해의 발명품’ 중 하나로 뽑히는 영예를 차지하기도 했죠. 젊은 대학생들, 그것도 단 5명으로 시작한 모션새비가 단시간에 시제품을 선보이고 빠르게 홍보가 된 점이 신기하지 않으신가요? 모션새비의 신속한 사업수행을 가능하게 한 요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만약 청각장애인이 사용한 수화를 일반 언어로 통역하기 위해선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요? 우선 손의 움직임과 모양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3D 제스처 인식 기술이 필수입니다. ‘모션새비 유니’는 태블릿 PC에 양손과 열 손가락을 추적하는 특수 카메라가 내장된 <립모션 컨트롤러>를 탑재했습니다. 여기서 립모션 컨트롤러는 직경 30cm 내에서 손과 손가락의 움직임을 0.01mm까지 인식하는 매우 정밀한 센서장치로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나 VR기기의 인터페이스에 활용되고 있는데요. 수화만큼 정밀한 손동작 인식이 필요한 경우도 드물 테니, 모션새비와 립모션 두 회사 모두에게 득이 되는 활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청각장애인이 일반인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음성을 텍스트로 바꿔주는 음성인식 기술이 필수입니다. 이를 위해 ‘모션새비 유니’는 세계 최고의 음성인식 S/W로 알려진 <뉘앙스 엔진>을 탑재했습니다. 만약 모션새비가 제스처 인식과 음성인식 기술을 직접 개발해야 했다면, 제품 상용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션새비는 기술력이 아닌 수화 통역이라는 특수한 목적을 중심으로 하는 스타트업이기에, 핵심 기술을 아웃 소싱하는 전략을 취함으로써 빠르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에 훌륭한 제품을 만들더라도, 그것이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겠죠? 모션새비는 대학 내의 작은 팀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효과적인 홍보가 더욱 절실했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택한 홍보의 창구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인디고고>였습니다. 모션새비는 2014년 10월, 4만 달러를 목표 금액으로 인디고고에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는데요. 사실 펀딩보다 대중에게 ‘모션새비 유니’를 소개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에 더 초점을 두었습니다. 단시간에 제품을 홍보하고 잠재적 고객을 확보하는 통로로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활용한 것입니다. 펀딩은 2014년 12월에 마감됐지만 현재까지도 모션새비의 창립자이자 CEO인 라이언 캠벨이 인디고고 사이트를 통해 직접 후원자들과 소통하며 모션새비의 현황을 자세히 전하고 있습니다.
모션새비 유니는 컴퓨터에 설치해 사용하는 S/W인 ‘유니 베이식’은 99달러, S/W가 탑재된 태블릿 PC인 ‘유니 프로’는 799달러입니다. 단, 초기 구매비용과는 별도로 매월 20달러의 사용료를 추가로 지불해야 합니다. 이 월간 사용료는 <사인 빌더(Sign Builder)>와 <크라우드 사인(CrowdSign)>이라는 S/W의 이용료라 볼 수 있는데요. 이것은 청각장애인들이 직접 수화를 등록해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개개인이 등록한 수화는 전체 DB에 업로드되고, 다른 ‘모션새비 유니’의 사용자들과도 공유할 수 있는데요. 이 덕분에 모션새비의 현재 수화 DB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제품이 출시되고 사용됨에 따라, 점차 완전한 수화 통역기로 진화하는 것입니다. 즉, 모션새비는 100% 완벽한 DB 구축을 기다리지 않고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셈입니다. 이는 신속한 사업 수행뿐 아니라 앞으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청각장애를 가진 5명이 시작한 모션새비, 이들의 목적은 명확했습니다. 자신들과 같은 청각장애인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의사소통의 장벽을 낮추자는 것이었죠. 이들을 돕기 위한 열정 하나로 시작한 스타트업이 최첨단의 인식 기술, 대중적인 홍보와 소통, 효율적인 DB 구축 체계를 기반으로, 제품 상용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기술로써 장애가 극복되는 따뜻한 미래, 모션새비가 전 세계 청각장애인에게 선물할 소통의 미래를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