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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으로 소문난 식당 앞에서 줄 서본 기억 다들 있으실 겁니다. 최근 일본의 한 빙수가게에서도 ‘입장만 00시간 기다렸다는’ 기사가 SNS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이 빙수가게처럼 장장 몇 시간이 아니라, 단 10분이 됐더라도 사실 음식점 앞에서의 기다림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닐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불편을 한 번에 해결해준 서비스 출시로 큰 주목을 받는 스타트업이 있는데요. 오늘 소개해 드릴, 음식점 순번 대기 서비스 ‘노웨이트(NoWait)’입니다.

 

식당을 방문해 음식을 주문해 먹는 건, 일상 중 빈번하게 일어나는 소비행위 중 하나일 텐데요. 주변 식당의 리뷰를 공유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식당을 예약할 수 있는 앱도 있긴 하지만, 여전히 종이에 쓴 번호표를 받아 들고, 기다려야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산업자동화 업체 <EBDS>에서 일하던 롭 마이어는 2010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레스토랑에서 45분이나 기다리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요. 이때 언제 자리가 나고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알 수 있다면 굳이 식당 앞에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러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그해 노웨이트를 출시합니다. 식당에 직접 가지 않고도 앱을 통해 해당 식당의 대기상황을 확인하고,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서비스인데요. 자리가 나면 이용자에게 알림 벨이나 문자메시지로 알려주기 때문에 식당에서 줄지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릴 필요 없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자리가 났다는 알림을 받으면 식당에 가면 됩니다. 2013년에는 B2B 마케팅/영업 전문가인 웨어 사익스를 CEO로 영입해 빠르게 고객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데요. 현재까지 ‘칠리스’나 ‘온 더 보더’와 같은 대형 레스토랑 체인을 포함해 4,000여 개의 음식점은 물론, 유명 베이커리 등과도 제휴를 맺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매달 2,500만 명이 사용 중이며 누적 다운로드 300만 건, 누적 사용자 수는 2억 5천만 명에 달합니다.

 

그렇다면 노웨이트의 주 수익원은 어떻게 될까요? 바로, 음식점으로부터 받는 S/W 월 사용료입니다. 이 사용료는 노웨이트를 통해 대기한 사용자 수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200명 미만일 때는 0달러, 500명 규모까지는 월 59달러, 500명에서 1,200명까지 119달러, 무제한 199달러의 이용 금액을 음식점으로부터 받는다고 합니다. 노웨이트가 제공하는 가치는 단순히 고객이 굳이 식당에서 기다릴 필요가 없게 해주는 것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고객 입장에선 기다려야 한다는 자체뿐만 아니라,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것도 큰 불만일 텐데요. 반면, 식당 입장에선 방문 고객이 타 식당으로 가는 것을 막으려고 대기 예상시간을 더 짧게 얘기하는 경우도 많아 고객 불만이 가중되기도 합니다. 또, 식당 종업원의 주관적인 경험에 비춰 대략적으로 시간을 알려주다 보니, 정확도 역시 떨어지곤 하죠.

 

하지만 노웨이트는 제휴된 각종 식당 데이터의 현황을 분석, 예상 대기시간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자체 알고리즘을 개발해 불확실한 대기로 인한 불만을 줄여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위치에 기반해서 사용자 주변 식당들의 대기 예측시간까지도 알려줘 먹고 싶은 음식과 대기시간을 동시 고려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노웨이트를 통해 편익이 증가된 것은 식당이 아니라 소비자인데, 왜 식당이 서비스 이용료를 낼까?”인데요. 사실 식당 입장에서도 매달 사용료를 지불하고도 노웨이트를 이용할 요인은 충분히 있습니다. 유명한 맛집의 경우 식사시간에는 대기줄이 항상 길게 늘어서 있는데요. 고객 입장에선 줄을 서서 먹기를 원할 리도 없고, 특히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을 땐 대기줄이 긴 식당을 피하게 되는 것이 당연할 테죠. 결국엔 식당은 그만큼의 고객을 유치하지 못해 매출기회를 상실할 수도 있는 셈인데요. 노웨이트를 사용하면 이러한 경우가 훨씬 줄어들게 돼 식당 입장에서도 긴 대기 때문에 떠날 수도 있던 고객을 다시금 확보, 매출 상승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충분한 사용자 기반을 갖춘 노웨이트! 이제 자신들의 사업영역을 대기뿐 아니라 음식점 이용 경험의 모든 것으로 확장할 계획인데요. 그 첫 번째 시도로 음식점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을 발표하고 본사가 위치한 피츠버그에서 20여 개의 음식점과 협력해 시범운영에 들어갔습니다. 노웨이트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사용함으로써 고객들은 계산 때문에 기다릴 필요도 없어져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음식점들은 회전율이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2016년 말쯤 출시될 예정이고요. 모바일 대기 서비스와 별도로 이용금액이 적용될 방침이라고 합니다. 모바일 결제를 시작으로 맛집 평가 앱 <옐프>를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나 음식의 영양정보를 분석해 사용자에게 메뉴를 추천해 주는 서비스 등 자사 플랫폼 내에서 확장 가능한 서비스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CEO 웨어 사익스는 ‘노웨이트의 경쟁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단호히 “없다”라고 대답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선 “굳이 꼽자면 순번을 써서 나눠주는 종이와 펜이 자신들의 경쟁자이며, 노웨이트의 궁극적 목표는 음식점뿐 아니라 병원, 은행 등 모든 산업에서 사람들이 ‘대기’로 인해 허비하는 시간을 없애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줄서기라는 불편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당연하게 보지 않도록 해 준 시각의 전환이 있었던 건데요. 어떠신가요? 우리가 하루에도 몇 번씩, 어디에서나 경험하게 되는 ‘기다림’을 노웨이트가 해소해 줄 수 있을지, 한 번 지켜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