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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편안히 주무셨나요? ‘잠이 보약이다’라는 말처럼 잘 자는 것은 우리의 신체/정신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보니 숙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 영향일까요? 저마다 숙면을 취하는데 최적임을 주장하는 매트리스들이 있지만, 막상 매장에 가보면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닙니다. 수많은 상품이 비치되어 있어 무얼 사야 할지 잘 모르겠고요. 쓰다가 안 맞으면 반품은 쉽게 할 수 있나 걱정도 되죠. 하지만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줌으로써 매트리스 업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한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바로 캐스퍼(Casper)입니다.

 

뉴욕의 한 공유 사무공간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닐 패리크, 필립 크림 등 5명이 우연히 마주칩니다. 각자 회사 창업을 꿈꾸거나 이미 창업한 스타트업에서 불철주야 업무에 몰두하던 젊은이들인데요. 이들은 하루 4~5시간밖에 못 자서 너무 피곤하다는 등의 넋두리를 늘어놓기 시작했고, 어느덧, 침대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지게 됩니다. “어느 회사의 매트리스가 좋은지? 스프링이 좋은지? 라텍스가 좋은지?” 등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분분하게 얘기하던 이들이, 매트리스 구매야말로 쇼핑 중 최악의 경험이라는 것에는 의견이 일치했는데요. 곧바로 매트리스 구매를 최고의 쇼핑 경험으로 만들어보기로 의기투합하고, 수면 전문의인 닐 패리크의 아버지 도움을 받아 8개월간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매트리스를 개발하기 시작합니다. 마침내 2014년 매트리스를 출시하고 온라인으로 판매하는데요. 출시 2년 만에 캐스퍼는 1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단기간 내 이러한 성장을 거둘 수 있었을까요?

 

‘Less is More’ 효과라는 말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많은 대안을 제공하는 것은 소비자의 관심 유도에는 효과적이지만,, 소비자의 정보 처리에 대한 부담을 증가시켜, 결국 실제 구매는 오히려 감소하거나 구매를 후회하는 부정적 효과가 발생된다는 것인데요. 이는 매트리스 쇼핑에도 그대로 적용이 됩니다. 수많은 브랜드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도 어려운데, 브랜드마다 여러 모델을 내놓고 있어서 선택의 복잡성이 높을 수밖에 없고, 종종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선택지에 질려버린 소비자는 매트리스 구매를 포기해 버리기도 하죠. 이에 캐스퍼는 매트리스 구매 時 소비자가 겪게 되는 복잡성을 줄여주고자, 오히려 단 하나의 모델, 즉 ‘보편적으로 편안한’ 모델만을 판매했는데요. 덕분에 소비자의 결정은 매우 간단해졌습니다. 단순히 사이즈만 결정하면 되죠. 물론 단단한 매트리스를 원하는 소비자도 있을 테고, 반대로 푹신한 매트리스를 원하는 소비자도 있을 테지만, 캐스퍼는 많은 소비자들이 복잡한 매트리스 설명에 지쳐, 그저 ‘적당한’ 매트리스를 원한다는 점을 간파한 것입니다. 여기서 ‘적당한’이란 ‘품질이 그저 그런’것이 아니라, 가장 많은 소비자들에게 가장 높은 만족을 줄 수 있는 걸 의미하는데요. 소비자 조사를 통해 몸을 잘 지지해주면서도 탄력이 있는 매트리스를 원하며, 소비자 대부분 아주 푹신하거나 아주 단단하기보단 중간 정도의 매트리스를 원한다는 것을 파악, 이를 제품 개발에 반영했습니다. 매트리스의 단단함 정도도 매우 푹신함을 1, 매우 단단함을 10으로 뒀을 때 ‘보편적으로 편안한 모델’은 5.5~6 정도로 표기하여 소비자의 이해를 도왔습니다. 이처럼 단일 모델 판매를 통해 사용자의 쇼핑 경험을 간소화했을 뿐 아니라,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가격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었는데요. 매트리스는 트윈 사이즈 500달러부터 킹사이즈 950달러까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어, 가격 대비 가치가 훌륭한 매트리스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매트리스는 부피가 크기 때문에 반품이 불가능하거나, 소비자가 반품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캐스퍼는 아주 단순 명료하게 매트리스를 설명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보편적으로 편안한’ 매트리스가 자신에게도 딱 맞는지 의문이 들 수 있는 소비자도 있겠죠. 더군다나 온라인 판매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고민을 갖는 소비자가 많을 수밖에 없을 텐데요. 이에 캐스퍼는 매트리스를 100일간 체험 후 맘에 들지 않으면 무료로 반품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러한 파격적인 반품 정책을 추진할 수 있던 것은 특별한 포장법 덕분인데요. 큰 트럭에 실어 배달원 두 어명이 직접 배달해줘야만 하는 기존 매트리스와 달리 캐스퍼는, 매트리스를 압축해 소형 냉장고 크기의 박스에 넣어서 일반 택배로 배송하고 있습니다. 박스에서 꺼내면 원래의 매트리스 형태로 부풀어 올라 곧바로 사용할 수 있고요. 반품할 때에도 꾹꾹 눌러 박스에 담아 손쉽게 택배로 보내면 그만입니다. 캐스퍼는 아직 구체적인 반품률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다만 “높지 않다”라고만 밝히고 있는데요. 반품된 매트리스는 자선재단 등에 기부하는 등 사회공헌사업에 활용되고 있다고 하니, 기존 고객뿐 아니라 잠재고객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스마트한 전략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최근 캐스퍼는 베개, 매트리스 커버, 심지어는 강아지용 매트리스까지 출시하며 ‘수면에 관한 모든 것’으로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매트리스는 길면 10년 이상 주기로 교체하는 제품이기에 당장의 구매 계획이 없을지라도 다른 제품을 먼저 써본다면, 나중에 매트리스 고객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보았죠. 2016년 6월부터는 유럽 판매도 개시하는 등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데요. ‘잠 한번 실컷 자봤으면 좋겠다!’는 푸념에서 시작, ‘적당한’ 제품의 출시로 고객의 구매 확률을 높였고, 이제는 ‘수면계의 아마존’을 꿈꾸는 캐스퍼! 앞으로 전 세계인의 잠을 바꿀 수 있을지 지켜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