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부활
대도시들의 공통된 고민거리 중의 하나가 바로 도심 공동화 문제입니다. 흔히 도넛 현상이라고도 하는데요, 오늘은 도쿄가 도넛 현상을 극복한 이야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도쿄 도심은 90년대 초반 버블 붕괴 이후 극심한 침체를 겪게 되었고 더욱이 수도 기능 이전 계획이 거론되면서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앙금빵’ 효과 즉, 도심 회귀 효과가 나타나고 있을 뿐 아니라, 아시아의 대표도시로 불리며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요? 도쿄부의 ‘새로운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는 2001년에 시작됐습니다. ‘민간의 자금과 노하우’를 활용하여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도심인구를 회복’하여 ‘경제재생’으로 연결한다- 이것이 바로 이 프로젝트의 목표였는데요, ‘민간의 자금과 노하우를 활용한다’는 부분이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도시재생 특별조치법을 재정하고 '도시재생 특별 촉진지구'를 지정하는 등 적극적인 민간개발 지원책을 펼쳤는데요, 도시 토지이용에 관한 규제 완화, 금융지원 및 세제감면 등이 대표적입니다. 또, 도심부 재개발 사업의 경우, ‘용적이전제도'라는 개발방식을 도입했는데요, 용적 이전 제도란, 도시 내의 모든 건물에 일괄적인 용적률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미이용 용적률이 있으면, 그것을 다른 토지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 기준용적률 이상의 개발이 가능하도록 한 제도입니다. 이로 인해 도쿄는 건물 하나하나의 개발이 아닌, 도시차원의 광역적 개발을 할 수 있었죠. 또한, 계획적인 도시경관을 형성하고, 개별 필지 방식이 아니라 블록단위의 조화로운 복합개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럼, 도쿄의 새로운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가 탄생시킨 몇 가지 성공사례를 살펴볼까요? 먼저, 도쿄의 문화심장이라 불리는 롯폰기입니다. 롯폰기는 각국의 대사관과 문화정보시설이 집적되어 있어 그야말로 국제성과 문화성, 정보성이 풍부한 곳인데요, 이곳은 개별 필지가 아니라 몇 개의 필지를 묶어 큰 그림을 그리는 콘셉트로 개발되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주식회사 모리빌딩이 개발한 롯폰기 힐즈죠. 록본기 힐즈는 14년 간의 구상과 3년 간의 공사 끝에 지난 2003년에 완공됐는데요, 골드만삭스, 리만브라더스, 야후 재팬 등 세계적 기업이 입주해 있는 모리타워와 최고급 거주지인 롯폰기 힐 레지던스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연면적은 7만 6천㎡이고, 총사업비는 2조 5천억 원에 달하죠. 특히, 랜드마크인 54층짜리 모리타워는 모리미술관을 비롯하여 문화센터인 롯폰기 아카데미 힐스, TV 아사히가 위치하고 있어 문화적 콘셉트가 돋보이는 건축물로 꼽히는데요, 롯폰기 힐즈 덕분에 슬럼화 되어가던 주거지역이 이제는 상주인구 2천 명, 취업인구 2만 명, 그리고 주말 방문객 15만 명 이상의 명소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한편 도쿄가 이처럼 새롭게 부활할 수 있었던 비결을 보면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는데요.
첫째, 정부의 유연성입니다. 도시개발 사업은 공공사업이고 따라서 민간개발자는 절대 참여시킬 수 없다는 기존의 고 정념을 뒤엎은 것이죠. 공공사업이라는 벽을 허물어내자 민간개발자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많은 자본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도쿄는 미래 트렌드를 창출하는 훌륭한 도시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또 일본 정부는 민간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지원정책과 인센티브를 제공했지만, 절대 도시개발의 주도권을 놓치지는 않았습니다.
두 번째는 뛰어난 공간 활용 아이디어입니다. 과거 폐쇄된 항구나 철도, 창고 부지, 매립지 등이 업무지구로 새로 태어나는가 하면, 여기에 주거, 상업, 문화가 더해져 새로운 복합시설이 탄생하기도 했는데요, 시오도메 사이트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시오도메 지역은 과거 화물역이 모여 있는 물류 중심지였는데요, ‘안전하고 풍요로운 도시'라는 콘셉트로 재개발을 한 결과, 현재는 거주인구 6천 명, 취업인구 6만 1천 명, 유동인구 약 25만 명을 수용하는 지역으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셋째, 선진화된 제3섹터의 활용입니다. 재개발 프로젝트에 지역주민과 NPO 등을 지속적으로 참여시키는 것이죠. 500명이 넘는 토지 권리자들로 구성된 롯폰기 지역이 오늘날의 롯폰기 힐즈로 탄생할 수 있었던 건, ‘마찌즈꾸리’라 불리는 주민과 NPO의 협력체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롯폰기의 주민들은 이 마찌즈꾸리를 통해 지역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고, 그 결과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도심공동화 현상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죠. 우리나라 역시 서울을 비롯한 지방 중소도시의 도심 인구는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있고, 그에 따라 재래시장 등의 경제활동도 위축되고 있는데요, 도심 활성화 사업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도쿄처럼,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 도시들도 각자의 개성과 기능을 살려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