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리찌바의 완벽한 버스 교통 시스템
여러분, 꾸리찌바라는 도시에 대해 들어보셨는지요? 브라질이 낳은 세계적인 도시 꾸리찌바는 상파울루에서 남서쪽으로 400km 거리에 있는 대서양 연안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인구 230명이 거주하고 있는 대전과 비슷한 규모의 도시입니다. 선진국의 유명 도시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마존 같은 천혜의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꾸리찌바는 늘 세계 곳곳에서 온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 바로 꾸리찌바의 성공적인 도시행정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인데요, 그도 그럴 것이 꾸리찌바는 ‘세계에서 가장 현명한 도시’, 또, ‘지구에서 환경적으로 가장 올바르게 사는 도시’ 라 칭송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3세계에 위치한 작은 도시가 이처럼 엄청난 평가를 받게 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꾸리찌바의 경쟁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요, 오늘은 그중에서 첫 번째 요인인 ‘완벽한 버스 교통 시스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꾸리찌바가 얼마나 에너지 효율적이고 자연 친화적인 도시인지는 '교통정책'을 살펴보면 알 수 있는데요, 흥미로운 건, 꾸리찌바에는 지하철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 대신 땅 위의 지하철이라고 불리는 ‘버스’가 있지요. 꾸리찌바에서는 매일 200만 명의 인구가 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요, 2,700여대에 이르는 버스의 수송 분담률은 무려 75%에 달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꾸리찌바에 자가용이 적은 것도 아닙니다. 꾸리찌바 시의 자가용 보유율은 2.3명당 1대로 브라질에서 두 번째로 높습니다. 거의 집집마다 한 대씩 자가용을 보유하고 있는 셈인데요, 하지만 버스 시스템이 워낙 편리하게 돼 있고, 주차비도 워낙 비싸다 보니 시민들은 자가용을 주로 주말에만 사용하고 평일엔 버스를 애용합니다. 흔히 버스-하면 ‘막힌다, 오래 기다린다, 자리가 부족해서 불편하다’ 등 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데요, 하지만 꾸리찌바의 버스에서는 이런 불편함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선, 꾸리찌바의 버스들은 늘 시속 30~40km로 달립니다. 거의 막히는 일이 없다는 것이죠. 이는 꾸리찌바 교통시스템의 성과라고 할 수 있는데요, 꾸리찌바에서는 주요 간선도로축을 따라 선형 성장이 가능하도록 토지이용과 교통계획을 통합했습니다. 광로 대신에 한 블록 떨어진 간격으로 소폭의 3개 평행도로를 신설했고, 각 평행도로는 일방통행로와 교외로 나가는 일방통행로, 그리고 급행버스를 위한 도로로 기능을 구분했습니다. 이 도로망을 기반으로 '직통 급행버스체계'를 구축했는데요, 이 직통 급행버스는 승객이 완행버스로부터 지구 간 버스 및 급행버스로 환승할 수 있고, 버스를 타기 전에 요금을 한 번 내면 얼마든지 환승할 수 있는 버스입니다. 참고로, 지금 서울시가 시행하고 있는 버스시스템은 꾸리찌바의 교통시스템을 벤치마킹한 것입니다.
꾸리찌바에서는 차량 세 칸을 이어서 만든 빨간색의 대형 굴절버스가 각 노선별로 쉴 새 없이 승객을 실어 나릅니다. 정원이 무려 270명이나 된다고 하지요. 특징은 어떤 노선이든 아무리 길어도 5분 이상 기다리지 않을 정도로 배차간격이 짧고, 특히 러시아워엔 배차간격이 더 짧아진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뚜보’라고 불리는 지름 3m, 길이 10m의 원통형 버스 정류장인데요, 바로 굴절버스 전용 정류장입니다. 뚜보 안에는 요금 징수원이 있어서 승객들은 버스에 타기 전에 먼저 요금을 내고 기다리는데요,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뚜보 설치 후 버스 승하차에 드는 시간이 대폭 단축되었다고 합니다. 또 ‘뚜보’의 높이와 버스의 높이가 같게 설계되었는데요, 그 결과 승객들은 계단을 오르내릴 필요 없이 안전하게 버스를 타고 내릴 수 있다고 하지요. 그 밖에도 뚜보는 비나 눈으로부터 승객을 보호하고, 밤에도 승객이 안전하게 버스를 기다릴 수 있다는 여러 가지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꾸리찌바의 교통시스템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꾸리찌바의 교통시스템은 지하철을 건설하기에는 재원이 부족하고, 도로를 넓히자니 역사적 건물이 훼손되고, 엄청난 토지 매입비가 부담스러운 대부분의 도시들에게 환경친화적인 교통정책의 모범 사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는 꾸리찌바의 환경친화적인 도시설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