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학개론

수원청개구리의 최적화된 생존법

biumgonggan 2021. 7. 10. 09:53

우리는 살면서 늘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합니다. 동물도 마찬가지인데요. 동물도 의사소통을 통해 짝을 찾고, 포식자를 피하며, 경쟁자와 겨루고, 먹이를 구합니다. 동물들도 인간 못지않게 치열하게 살아가는데요. 앞으로 동물들의 생존전략을 통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정글 같은 세상에서 생존할 수 있는 지혜’를 여러분과 함께 구해보고자 합니다. 수원청개구리는 세계적으로 희귀종인 동시에 우리나라에만 있는 고유종인데요. 또 다른 종인 청개구리와는 생김새가 비슷해서 눈으로 구별하기도 어렵고, 행동과 생태도 비슷합니다. 그런데 이 둘은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지금 수원 청개구리는 멸종위기종이고, 청개구리는 흔하게 볼 수 있죠. 과연 무엇이 두 청개구리의 운명을 가른 것일까요? 그리고 수원청개구리는 멸종위기에서 어떤 생존전략을 구사하고 있을까요?

수원청개구리와 청개구리는 노랫소리로 구별할 수 있는데요. 수원청개구리는 청개구리보다 느리게 노래합니다. 수원청개구리의 노래는 약간 금속성의 소리가 나며 “챙챙챙” 들리고, 청개구리의 노래는 ‘뺍뺍뺍’하고 들립니다. 수원청개구리와 청개구리는 노래하는 위치나 자세가 서로 다른데요. 청개구리는 논둑에 앉아서 노래를 합니다. 반면 수원청개구리는 논 안에서 벼를 부여잡고 노래를 하는데요. 이 행동은 수원청개구리의 가장 특징적인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요?

수원청개구리와 청개구리의 원래 사는 곳이 달랐고, 서로 부딪치지 않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인류가 농사를 시작하면서 자연습지를 대부분 논으로 바꾸었고, 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두 종은 논에서 함께 번식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 결과 전에는 따로 살던 두 종의 청개구리가 같은 논에서 서로 경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개구리는 수컷이 노래를 불러 암컷을 유인하는데요. 좋은 자리를 선점한 개구리가 암컷을 만날 때 유리하기 때문에, 노래하는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집니다. 이 경쟁에서는 수적으로, 신체적으로 우세한 청개구리가 좋은 자리를 선점했는데요. 보통 수원청개구리는 논 안에서, 청개구리는 논둑에서 노래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재밌게도 노래하는 청개구리가 없으면 논 안에 있던 수원청개구리는 논둑 쪽으로 얼른 이동합니다. 반대로 청개구리는 노래하는 수원청개구리가 없어도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데요. 왜 그럴까요?

청개구리는 마치 수원청개구리가 없는 것처럼 논에서 마음대로 행동합니다. 어두워지면 논으로 슬슬 들어가서, 암컷들이 오는 길목인 논둑에서 마음껏 노래하죠. 반면 수원청개구리는 늘 청개구리를 의식합니다. 그리고 우세한 청개구리에 직접 맞서기보다는 위험을 감수한 틈새전략을 구사하는데요. 청개구리의 방해 없이 노래하기 위해 수원청개구리는 환한 오후에 논으로 들어갑니다. 물론 몇 시간 동안 청개구리 없이 노래를 마음껏 할 수는 있지만 낮에 노래하기 때문에 새들에게 잡아먹힐 위험을 감수해야 하죠. 목숨을 걸 만큼 번식이 중요한 겁니다.

수원청개구리는 논둑에서 노래를 하다가도 청개구리가 올 때쯤이면 논 안쪽으로 재빠르게 물러나는데요. 오랜 기간 동안 청개구리와의 경쟁 속에서 살아온 수원청개구리는 그들의 행동을 예측하고 민첩하게 움직이면서 생존하는 법을 터득한 겁니다. 그러나 논 한가운데에는 논둑 같은 지지대가 없죠.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벼를 타고 올라가서 노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수원청개구리의 행동은 청개구리와의 경쟁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인 것이죠. 만약 수원청개구리가 청개구리의 행동을 파악하지 않고, 환경에 맞게 변화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논둑에서 노래하는 것만 고집했다면 수원청개구리는 지금 멸종 위기가 아닌 이미 멸종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수원청개구리는 청개구리와의 경쟁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습니다. 경제활동에 비유하면, 비슷한 물건을 팔지만 제각기 다른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건데요. 생태학에서는 틈새를 ‘니치’라고 합니다.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생태적으로 비슷한 종이라도 시간, 공간, 자원 등을 서로 다르게 활용하면 같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죠. 혼돈의 시대,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는 세상입니다. ‘힘이 강해서 강자가 아닌 살아남은 자가 강자다’라는 말이 있지요. 위기와 경쟁의 파고 속에서 꼭 정면승부만을 정답처럼 고수하지 말고, 수원청개구리처럼 때에 맞는 니치 전략을 통 해지금 이 순간에 최적화된 생존법을 찾아보시면 어떨까요? 감사합니다.